따뜻하거나 사람 냄새나는 글은 쓰지 못한다. 애초에 모든 일에 부정적이면서 자기 부정과 연민이 심하기 때문에. 극과 극으로 달리는 글 밖에 쓰지 못한다. 아니 이제는 못쓰는 게 아니라 안 쓰고 싶어서 안 쓰는 거랄까.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불행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이상한 감정을 항상 안고 살고 있다. 행복하면 더 불안하고 깨질까 봐 두려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픔과 고통에 대해 말하고 그걸 쓰다 보면 어떤 종류의 고통인지 상세하게 구분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 육체적이라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 지 심리적이라면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내가 어떤 점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랬는지 뒤돌아서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기록한다.
한 달 전에 코로나에 걸려서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맛봤는데 개복 수술에 비하면 덜하긴 했다. 갑자기 어제부터 목구멍이 너무 아파서 침 삼키기도 힘들었다. 새벽에도 잠을 못 이루고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부터 가야 하고 생각할 정도로.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가서 검사받았더니 목구멍이 헐어서 찢어지기 직전이라고 한다. 목구멍에 어떤 약을 발라주는 데 토할 거 같아서 참느라 혼났다. 엊그제랑 어제 신입직원 교육시키느라 말을 많이 해서 그런 건지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 건지 코로나 후유증이 아직도 있는 건지 복합적인 원인이겠지만 예고도 없이 이렇게 아픈 건 너무 싫다. 몸과 마음이 일심동체인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말 온몸이 다 비명을 지르는 데 사실 그렇다. 퇴사를 한 달 앞두었는데 제삼자의 시선으로 인간군상을 지켜보며 깨닫는 바가 많다. 그 안에 나는 어떠한가. 예전엔 비겁했고 지금은 뛰어든다. 뛰어드는 것이 낫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싫고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은 아니어도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건 확실하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받고 몸살을 앓는다. 쓰는 도중에도 집중이 안되고 머리가 어지럽다.
어떤 세계를 동경하는 건 꿈같은 일인데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 왜 그렇게 들어가고 싶을까. 애초에 들어가는 게 무엇일까. 잘 알고 있지만 깨닫는 순간 허무해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꿈을 꾸는 일도 많고 일찍 깨는 일도 많다.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지 방법을 알 수 없다. 음악 영화 전시회 콘서트 글쓰기 책 읽기 아무것도 전혀 아무것도 안 하는 딱 하루의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양이도 나도 아무 걱정 안 하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