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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Feb 16. 2023

고양이의 방탕함 <부패한>

2


뜨거운 날씨에 개구리가 되지 못한 올챙이는 빠르게 부패했다. 캐캐 하고 시큼한 냄새. 캐시는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었다. 앞엔 네 손가락, 뒤엔 다섯 손가락. 키에르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네 손가락, 다섯 손가락. 배는 하얗다. 우리의 손가락은 몇 개. 다섯 개. 우리와 저 시체의 차이점은 무엇이지? 두 개의 손가락. 결국 나는 죽을 거야. 어떻게 생각해, 캐시? 우리도 저렇게 될까? ” 캐시는 키에르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헛간 문을 열고 그대로 도망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키에르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얼굴이 아니라 눈을 마주칠 수 없었고 가까이 갈 수 조차 없었다. 키에르는 시체와 같은 냄새가 났다.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캐시는 그 냄새를 맡고 도망쳤다. 키에르는 캐시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굴었다. 캐시가 어떤 행동을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캐시가 문을 열고 나가자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양손을 꼭 쥐었다. 뒤집고 있는 하얀 배를 엄지와 검지로 들고 손에 쥐었다. 있는 힘껏 터뜨린 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삼켜 먹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키에르의 손가락 두 개가 없었다. 어느 손가락이 없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붕대를 감고 있지도 않았다. 어제는 있었고 오늘은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캐시 한 명이었다. 키에르는 어제와 다르게 캐시에게 다정하게 굴었다. ”캐시, 어제는 왜 그렇게 뛰어나갔어? 깜짝 놀랐잖아. 쫓아가려다가 많이 놀란 것 같아 보여서 나 혼자 묻어주고 왔어. 넌 걱정이 많아. 우리가 개구리, 아니 올챙이를 일부로 죽게 내버려 둔 건 아니잖아.“ 날씨가 더웠을 뿐이야. 캐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묻어주고 그 위에 십자가를 세워주고 꽃까지 놓아줬다고 설명하는 키에르의 손가락만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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