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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May 29. 2023

DAY.1 물

Written by. ED

 호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우고, 그대로 가라앉은 버지니아 울프를 생각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아주 오랫동안 침잠되어 있는 물속의 나를 생각한다. 물속에 떠있는 수많은 나 중에 한 명을 찾아낸다. 물속에 떠다니는 모든 생명들 중 하나인 나를. 정확하게 어디에 서있는지 알 수 없는 나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나는 땅 위에 있고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안다. 정확하게 안다는 것을, 망각하기 위해 물로 뛰어든다. 숨을 쉬고 내뱉는 일을 눈을 감고 상상한다. 아니, 숨이 막힌 채로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나를 생각한다. 어디로 흘러가는 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본 채로 지나간다. 다시 만날 수 없다. 그대로, 지나쳐간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숨을 쉬는 모양을 훔쳐본다. 공기방울의 모양을,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눈 속의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문드러지는 모습을 훔쳐본다. 모두 대답이 없다. 사라진, 이미 죽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야기가 듣고 싶다. 보이지 않는 것들, 거짓말을 하는 자들, 사랑받지 못하는 자들이 떠들어대는 말을 듣고 싶다.  나의 위치는 완전히 불확실하므로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안식을 찾을 수 없다. 숨을 쉴 수 없으므로 가지고 있는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오로지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온전히 살아있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수장된 사람들이 조각난 채 흘러간다. 꿈속에 나왔던 피를 흘리며 저주했던 남자도 흘러간다. 아무도 나에게 머물 수 없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열매도 맺지 못하고 잎사귀도 나지 않는 뿌리 없는 나무들이 떠나닌다. 네모반듯하게 잘린 나무들은 젖은 채로 썩을 것이다. 흘러갈 것이다. 누가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은 채로 썩을 것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채로 흘러갈 것이다. 나는 지켜본다. 그리고 어디에도 남지 않을, 죽은 이야기들을 주워 기록한다.

 

   그리고 언젠가 돌을 가득 껴안고 바다 위를 걸어가는 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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