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 Oct 28. 2023

DAY 12. 마을 <행복한 죽음>

Written by. ED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소문으로 천국이었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지금이 천국처럼 보이는 마을이었다. 손길을 타지 않은 물건들과 노후되고 낙후된 물건들이 가득한 곳엔 동물들과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천국으로 향하는 것처럼 가슴이 설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오게 된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생겨 오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극구 말렸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고 무사한 사람이 없었다는 뻔한 전설을 들먹이며 말렸다. 무사히 돌아오더라도 이상하게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당신은 내가 하는 말을 모두 믿는가?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그럼에도 나를 따라 이 마을에 들어올 것인가? 그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나는 갈 것이고,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다. 나의 삶은 예정되어 있고, 정해져 있고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의 선택은 바꿀 수 있으므로 다시 한번 묻는다. 믿는가, 믿지 않는가. 모두가 거짓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건 새까맣고 큰 마차였다. 마차는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아주 심하게 낡아있었다. 바퀴의 마모도 심했고, 도저히 앉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형태로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실 나는 어떤 물건을 찾으러 왔다. 아주 오래된 물건. 이곳에만 남겨져 있는 물건. 첫 번째 집으로 들어가자 거실과 부엌엔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누군가가 방문한 지 오랜만이라 문을 열자마자 햇빛 속으로 먼지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천으로 만들어진 소파는 이미 찢어서 솜이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는데 퀴퀴한 냄새까지 나고 있었다. 거실과 찬장, 부엌을 모두 살펴보았으나 찾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집으로 이동하면서 마을들을 둘러봤는데 마을 전체에서 축축하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며칠 전 비가 내렸는데 그 후 마르지 않은 물건들 때문에 나는 냄새 같았다. 어쩌면 어딘가에 있을 동물 사체일 수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니. 그들만의 세상이라, 굶주림에 의한 살인은 정당하며, 판결받지 않고, 언제든 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 누구도 서로를 판단하지 않는 마을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냄새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냄새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냄새가 나지 않는 걸 이상하다고 여겨야 할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빈 집을 뒤지고 다녔다. 강도처럼, 폭력적으로 뒤지고 다녔다. 문을 마구잡이로 열고 다녔다.

 내가 이 마을을 방문하는 마지막 방문자가 되길 바라면서 문을 쾅 열고 다녔다. 어떤 문은 부서지기도 했다. 개의치 않고 열심히 물건을 찾으려 다녔다. 그러다 거의 끝자락 집에 다다라서 발견했다. 내가 찾던 물건은 작은 오르골이었다. 진짜 새로 만들어진 작은 오르골. 백 년이 넘어 작동이 되지 않았지만 그 물건을 가진 자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행복한 죽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으레 죽음이라 생각하면 우리는 두려워하고 멀리해야 할 것 말처럼 여기는 데, 그 물건은 그런 소문을 가지고 있었다. 행복한 죽음. 박제된 새는 약육강식에 의해 인간에 의해(자연적인 사고에 의해)죽임을 당해 오르골이 되었다. 새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한가? 그러한 죽음을 원하는가? 애초에 그러한 죽음이 존재하는가? 호기심이 일었다. 죽음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지, 왜 그 앞에 굳이 형용사를 붙여 모든 이가 말리는 어두운 천국으로 이끌었는가.

 마을은, 이 오르골을 찾으러 오는 이들 때문에 폐허가 되었다. 오르골은 작동하지 않았지만, 새의 배를 갈라보니 큼지막한 다이아몬드 여섯 개가 나왔고, 그 안의 구리판에 새겨진 글자가 있었다. <행복한 죽음> 다이아몬드를 숨겨둔 이들이 남겨놓은 일종의 암호 같았다. 그리하여 나는 행복을 찾았는가?

 아마도 나는 저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흘 내로 죽을 것이다. 그럴 예정이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렇게 하기로 작정하였고 찾은 다이아몬드나 행복 같은 건 필요한 이들에게 줄 것이다. 이것으로 나의 할 일은 끝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11 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