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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Dec 01. 2020

흔적 없이 사라진 시간

내가 늘 바쁜 이유를 이제야 깨닫다니!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일단 이번 주부터는 아이 유치원 등원을 하고 있다. 평소 동네 엄마들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그날의 동네 분위기를 많이 살피는 편인데 유용한 정보도 있고 시답지 않은 그날의 일상들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시답지 않은 이야기는 그 이야기대로 유용한 정보는 정보대로 나름의 힐링 공간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간혹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어 '정신 차려야지!!' 하며 휴대폰을 내려놓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로는 내가 모르는 정보들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서 종종 들어가게 되는데 마치 중독현상처럼 핸드폰을 더 손에 붙들고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펼쳐서 읽다가도 혹시 새 글 올라왔나 싶어 다시 핸드폰을 켜 커뮤니티를 접속한다. 이렇다 보니 책을 읽는데도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정말이지 핸드폰을 어딘가 절대로 열지 못하는 상자에 가둬두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가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같은 매체에 빠지는 것처럼 어른들도 쉽게 영상매체나 커뮤니티 sns에 쉽게 빠져든다. 맨날 바쁘다 시간 없다 하는 건 어쩌면 핸드폰이 내 시간을 다 잡아먹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가 생각난다. 

<모모> 에는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색 인간이 나오는 데 마치 지금의 핸드폰 같다. 회색 인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시간을 빼앗아 간다. 사람들은 점점 바빠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데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절대 깨달을 수 없다. 


요즘도 나는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한 것도 없는 데 몸이 왜 이리 피곤하지..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간담.." 아마 그러는 와중에도 핸드폰은 내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마치 <모모>에서 나오는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처럼 말이다. 


내 시간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을 잡아먹는 도구를 가장 가까이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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