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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09. 2020

청명한 가을

여우비가 내리는 저녁

다정함이 부족한지 무엇을 해도 푹푹 까라 앉는 날이다. 

아침에는 가을 햇빛이 반짝이며 시원한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왔는데 저녁이 가까워 오면서 비구름이 몰려오고 차가운 비가 쏟아져서일까 마음이 차분해졌으면 좋겠는데 계속 무언가 불안한 마음을 붙들지 못하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먹먹하다. 


오늘 아침에는 친한 친구의 출산 소식이 들려왔고 다정한 응원의 말들과 걱정스러움이 담긴 말들이 오갔다. 

오전에 에어컨을 고치러 오기로 하신 기사 분은 아직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해서 다른 날 다시 오겠다 연락이 왔다. 에어컨은 더위가 끝날 무렵부터 말썽이었고 이제는 날이 시원해서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덕분에 기사 분께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매일이 똑같은 하루이긴 하지만 너무 똑같아서 버석버석 마른 소리가 날 것 같지만 그래도 아주 작은 틈새 사이에서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다. 결은 같아도 흐름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다정함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렸지만 오늘 내리는 비는 시원하고 올곧게 쏟아지는 덕분에 말라있던 바닥과 나뭇잎이 촉촉하게 젖었다. 다행히 하늘이 아주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쏟아지는 비 덕분에 가을바람의 상큼함이 한층 더 짙어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오늘은 하는 것 없이 조금 지친다. 살짝 늘어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날도 필요하겠지? 하고 다독인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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