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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Sep 22. 2020

아이다움

아이를 아이답게 볼 수 있는 눈

오늘은 오전 일찍 내 온라인 수업과 아이의 온라인 수업 시간이 겹쳐져 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내 수업은 오전 10시인데 원래 오후 2시였던 아이의 수업이 주 1회 등원이 결정되면서 같은 날 등원하기로 한 친구들과 함께 오전 10시 반으로 바뀐 것이다. 조금 분주하긴 하겠지만 잘 준비해서 내가 먼저 수업을 듣고 있다가 잠시 멈춰 두고 아이 수업시간이 되면 내 옆자리에 아이를 앉혀서 로그인해주고 나는 다시 내 수업에 집중하고 아이는 혼자서도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미리 아이를 깨워 두고 준비해 놓은 가벼운 아침을 먹고 있으라고 하고 내가 먼저 수업을 시작했다. 30분 후 내 수업은 잠시 화면을 가려 놓고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온라인 수업 준비를 도와줬다. 나는 이때까지 아이를 초등학생쯤 되는 큰 아이로 착각을 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수업을 들을 때 내가 옆에 앉아만 있으면 다른 일을 해도 온라인 수업을 혼자서도 잘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몸을 꼬고 선생님이 하는 말도 잘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아이가 혼자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나는 나대로 수업을 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접고 아이 옆에서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그렇게 했음에도 아이의 수업태도는 썩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왠지 다른 친구들은 화면을 잘 보고 선생님이 물어보는 말에도 대답을 잘하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 보는 것이 아닌 화면 만으로 보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아이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이의 수업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결국 끝나고 아이를 나무랐다.  


아이의 온라인 수업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 코로나 전염이 시작된 이후 줄 곧 유치원에 가지 못했고 그 사이 유치원까지 새로 옮겨서 온라인 수업 때 보이는 친구가 낯설었을 것이다. 거기에 직접 만나서 선생님을 보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화면 만으로 선생님 말을 듣고 친구들과 인사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을 내가 아무리 설명해 준다고 해도 아이가 단번에 납득할 만했나 싶기도 하다.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해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도 유치원에 마스크를 끼고 가서 종일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도 말이다. 아이는 코로나 이후 줄 곧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한두 달 버티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고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라 줄곧 유치원을 보내지 않은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는 아이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자주 해줬어야 했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다시 길들여 줬어야 했다. 나는 아주 단순하게 내가 '일찍 일어나'하면 아이가 일찍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앉아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해' 하면 착실하게 앉아 수업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고작 여섯 살 아이가 말이다. 


아마 이번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른인 나는 아이에게 제 나이보다 더 높은 지적능력을 바라는 것 같다. 집에서 뛰지 않고 사뿐사뿐 걸을 것. 얌전이 있을 것. 위험한 것은 만지지 않을 것. 너무 큰 소리는 내지 말 것. 이제 말 길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었으니 충분히 부모의 말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아이의 행동은 너무 산만하고 번잡스럽고 제 나이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활동적인 아이가 집 밖에 나가지 못하니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는 일은 당연하고 심심한 하루하루가 길어지니 알게 모르게 아이의 스트레스도 쌓여 갔을 것이고 어떻게 든 분출해야 했을 것이다. 

아이의 행동은 지극히 아이다운 것인데 나는 아이가 아주 작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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