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작가 Sep 23. 2020

아이의 사회생활

너무 오랜만에 가서 걱정스러운 유치원

내일은 몇 달 만에 아이의 유치원 등원하는 날이며 새로 옮긴 유치원에 처음으로 가는 날이다. 생각보다 아이는 새로운 유치원에 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더 가고 싶고 설렌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작년에는 엄마 욕심에 이것저것 경험시켜 보고 싶어서 왕복 사십 분이 넘어가는 사립 유치원을 보냈었는데 이제는 엄마와 가볍게 걸아가면 돼서 마음이 가볍다. 


코로나를 지나고 보니 작년에는 왜 그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욕심을 부렸던 걸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아이를 위한답시고 나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무리를 시켰던 것 같다. 유치원은 일단 보내 놓으면 다 잘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아이는 문득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ㅇㅇ 유치원은 매일매일 선생님께 혼나서 힘들었어" 

전에 다니던 유치원은 종교기관에서 운영을 도와주던 곳이었다. 원래 종교기관에서 개원을 했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시에 위탁운영을 맡기면서 보조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주체가 종교기관이 아니라 크게 걸릴 것은 없었고 나름 예절교육과 아침마다 명상시간이 있어서 산만한 아이가 조금 차분해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선택했던 유치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활동적인 아이는 매일 선생님께 규율을 제제받았으니 그것 자체가 혼나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는 유치원 다닐 때 내가 '오늘은 재미있게 보냈어? 뭐하고 지냈어?'라고 물었을 때 하지 않던 이야기다. 어쩌면 매일 혼난 것은 아니고 어쩌다 한번 혼난 일이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때문에 계속 유치원을 못 갔을 때 아이는 전에 다니던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가기 싫다고 이야기했었다. 나와 남편은 아무리 아이 이야기라고 해서 이 부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다. 찜찜한 기분이 있긴 했지만 올여름 새로 다니기로 한 유치원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코로나가 진정이 되고 나면 그곳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지금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유치원을 옮겨 아이는 굉장히 기뻐했다. 아직 유치원 생활이 어쩐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 비록 1주일에 1회 가는 유치원이지만 그래도 선생님,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은 일찍 재워야 하는데 아이가 내 마음을 잘 알아줄지 모르겠다. 


배경 이미지 출처:https://www.pexels.com/

작가의 이전글 아이다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