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작가 Sep 24. 2020

이제야 겨우 보이는 가을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가을 하늘은 매우 높고 맑았고 오랜만에 혼자 시간을 보냈다. 비록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아이 유치원을 보내 놓고 커피를 사서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동네 빽다*에 들러서 달달한 커피를 한잔 테이크 아웃해서 돌아왔다. 생각보다 해가 따가웠고 바람은 시원했다. 

잠깐이지만 아이가 집에 없으니 일의 능률이 올라서 평소보다 더 많은 일처리가 가능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등원하지 못하지만 그 시간만이라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새로 옮긴 유치원에 생각보다 씩씩하게 가줘서 아이에게도 너무 고맙다. 

몇 달만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많은 집안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어차피 금방 아이는 올 테고 내 시간은 금방 끝낼 테니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편이 좋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책상은 번잡스러웠지만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아이가 옆에 없으니 일을 하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고 집중해서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좋아하는 음악까지 틀어놓고 가을바람이 살랑살랑해 환기도 시킬 겸 집안의 창을 모두 열어 놓고 시원한 커피와 함께 하니 동네 카페 부럽지 않았다. 

이렇게 별것 아닌 일상 하나가 코로나로 인해서 아주 값지고 귀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단설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코로나 덕이긴 하지만 그 덕에 내 수입이 줄어든 건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다. 어디 소속되어 있지 않은 단순직 아르바이트생에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만큼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므로 수입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들쑥날쑥하다. 이 시기에 취업을 하는 일도 간단치는 않겠지만 내가 일을 하면서 어딘가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에 확진자가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도 내가 살고 있는 시에는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었다. 확진자가 줄고 늘어나는 것을 떠나 안전을 보장한 곳은 없으며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안 보내는 선택은 부모의 몫인 것이다. 


선택은 부모의 몫. 불안 또한 부모의 몫. 모두가 개개인 판단에 따른 결과를 수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생각해 본다. 유치원을 안보내면 사회성이 떨어질 것 같은데 미래에도 우리가 경험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반문해 본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일상을 되찾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요즘 날씨는 너무 선물 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다. 밖으로 나가 걷고 싶고 계절을 만끽하고 싶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작가의 이전글 아이의 사회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