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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Oct 06. 2020

현시대의 모임

변화에 적응해 가는 모습

9월부터는 특별한 잡지를 만들어 내는 회사 <컨셉진>의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10월부터는 온라인 독서모임 함연에 함께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틈틈이 책은 읽고 있었지만 2020년 들어서 부터는 완독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물론 책을 읽는 목적이 완독에 있진 않지만 그만큼 집중력도 분산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어떠한 모임이라도 시도하고 싶었다. 혼자 읽고 쓸 때보다는 사람들과 같이 읽고 쓰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만족감과 성취율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작년 가을에 '함연'이라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함께 하면서 충분하게 느꼈다. 처음에는 '온라인 독서모임'이라는 것에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래를 내다보았던 모임이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작년 가을 함연을 함께 하면서 세 권의 책을 읽었는데 세 권의 책 모두 좋았고 깊이 나눌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현재 화요일마다 인디자인과 책 쓰기에 관련한 온라인 강의를 zoom 수업으로 듣고 아이의 수업도 온라인으로 시작하였다. 작년 가을과 올해 가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섭게 변하는 이 시대 속에 우리는 또 거기에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예로 들면 처음에는 '유치원생에게 온라인 수업이라니 이게 가능할까?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었고 첫 수업에 아이가 전혀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욱-'하는 속마음이 솟구쳐 올라왔었다. 오늘이 세 번째 수업이었는데 선생님은 미리 색종이를 준비하여 아이들에게 만들기 수업을 가볍게 유도해 주셨다. 놀랍게도 모든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나는 처음 아이의 수업 때 내 수업 시간과 겹쳐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냥 포기하고 아이의 수업시간에는 내 수업을 포기하고 아이 수업에 집중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온라인 수업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겠지?'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고 아이의 수업이 끝난 뒤 온전히 내 수업에 집중하여 강의를 듣고 난 뒤 문득 '아- 나도 zoom을 이용해서 무언가 모임을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은 책 읽는 사람들과 연대가 부족한 상태이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초보 독서가이기에 그저 읽고 또 읽고 틈이 나면 쓸 뿐이다. 나는 아직 한참을 준비해야 하는 연습생일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수업을 몇 번 경험하고 나서 '앞으로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야!'하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나는 이 흐름이 나쁘지 만은 않다. 

사실 케어해야 하는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는 뭐든 제한을 받기 마련이다. 작년을 생각해 보면 나는 수많은 일을 시도하려고 북 토크, 책과 서점 관련 강의 등 시간이 될 때마다 들으러 다니려고 노력했었다. 운 좋게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에는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는데 평일 저녁에 잡혀있는 북 토크나 수업에는 참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는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고 집에 있다가 시간에 맞춰 컴퓨터를 켜고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비록 집에서 아이를 옆에 끼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보다 나에게 훨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깊은 생각을 나누며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독서 모임은 온라인보다는 확실이 면대면 모임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작년 가을 영등포에 있는 노른자 책방에서 '북 코디네이터'모임을 하면서 함께한 분들과 [그리운 메이 아줌마]를 읽었는데 그 시간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나누는 교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새로운 것들에 적응할 수밖에 없고 이 것이라도 붙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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