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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Oct 19. 2020

커피 네가 뭐라고

무서운 커피 중독의 힘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물 대신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커피를 마신다. 다행히 진하게 마시는 편은 아니어서 나의 위장은 아직 무사하다. 며칠 전 평소 지켜보다가 괜찮은 공구를 진행을 하면 이용하던 별스타 인친피드에 정말 깔끔하고 예쁜 커피머신이 올라왔다. 커피머신을 또 구매한다고 하면 남편은 당연히 안된다고 할 것 같아서 몰래 질러버렸다. 

커피를 좋아하니 집에 커피머신이 없는 게 아니다. 거기에 과거 이력을 보면 커피머신을 많이 교체했을 뿐 아니라 집에는 이미 캡슐머신과 커피메이커가 있다.

공구 구매할 당시 여러 가지 경품이 있었지만 나는 단 한 개도 당첨되지 못했다. 사실 커피 메이커도 예뻤지만 랜덤 사은품이었던 그라인더도 좀 탐이 나긴 했다. 하지만 경품이나 복권 당첨 운이 별로 좋지 않은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고 오로지 저 하얗고 말끔한 모습의 커피 메이커가 어서 우리 집에 왔으면 했다. 또 가을바람이 쌀랑해서 따스한 커피가 절로 떠오르는데 핸드 드립 커피 맛이 나는 커피 메이커라니 나는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평소 적은 금액이든 큰 금액이든 될 수 있는 한 서로 상의하에 물어보고 구매하는 편이다. 이는 서로의 과소비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룰은 생각보다 내가 남편보다 더 자주 어기는 편이다. 

그렇다고 흥청망청 쓰는 건 아닌데 보통 아이 책(전집 류)을 사다가 이번에는 내 사치품을 지르게 된 것이다. 다른 곳에는 필요하면서도 아끼고 또 아끼는 편인데 유독 책과 커피가 관련된 소비에 있어서는 망설임이 없다. 


지금은 광적인 커피 중독자이지만 나는 20대 초중반 까지만 해도 낮에 마신 커피 한잔으로 심장이 콩닥거려 밤새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었다. 커피 맛을 전혀 모르다가 우연히 마신 카푸치노 한 잔이 나에게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시작은 가볍게 라떼나 카푸치노 같은 커피의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 음료를 마시다가 지금은 오로지 원두 맛을 느낄 수 있는 블랙커피만 찾는다. 워낙 익숙한 맛을 선호하는 편이라 새로운 것에 잘 도전을 하지 않는 편이고 여름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추운 겨울엔 따스한 아메리카노를 선호한다. 쌀랑하지만 햇빛이 따스한 가을 오랜만에 따스한 원두커피를 마시지 정말 한 계절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을 체감한다. 올해는 뭔가 특별한 일 없이 그저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지쳐서 몸이 돌덩이 같이 무겁지만....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리고 싶다.   


아마 이렇게 남편 몰래 구매했어도 뭔가 작전을 세울 때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나는 얼마 안가 들키고 말 것이다. 흠 들키기 전에 어떤 변명을 내세워야 할지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구상해놔야겠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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