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작가 Oct 28. 2020

꿈에서 아둘맘?!

이번 생엔 외동으로 만족할게요.

꿈을 꾸었다. 


나는 아이가 하나인데 꿈에서는 똑같이 생긴 아이가 두 명이 있었다. 말 안 듣고 말썽 피우는 첫째, 보고만 있어도 꿀 떨어지는 사랑스러운 둘째. 꿈속에서 나는 내 옆에서 알짱거리며 귀찮게 하는 첫째를 계속 나무랐고 둘째 뒤를 쫓아다니면서 음식을 떠 먹여주고 씹던 것이 불편하면 내 손에 뱉으라고 손을 받쳐주며 돌보고 있었다. 아이가 둘이면 엄마는 둘째만 본다던데 이런 건가? 싶었는데 꿈에서 깨어나고 보니 첫째도 둘째도 모두 지금의 내 아이였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아이와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종종 아이에게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내가 보였다. 윗집, 아랫집, 옆집 사방에 이웃이 둘러 싸여있는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적인 아이에게 계속 주의를 주고 위험한 행동을 하면 호통을 치는 무서운 엄마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면 소파에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먹을 것을 챙겨 앞에 가져다주고 아침에 내가 서재에 있을 때 졸린 눈으로 날 찾아오면 꼭 끌어안아 보듬어 주었다. 꿈에서 봤던 첫째에게 대하는 모습, 둘째에게 대하는 모습은 모두 내가 한 아이에게 보여주던 나이다. 


먼 미래를 생각해 보면 성향이 전혀 다른 나와 아이는 얼마나 많이 부딪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이내 가까운 현재를 봐야지 뭘 벌써부터 먼 미래를 보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차피 자식은 내 품을 떠나갈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금이야 옥이야 예쁜 것들만 보이고 아직은 '엄마 엄마' 찾는 아이지만 곧 제 친구들 따라 몰려다닐 테고 엄마의 애정 어린 조언은 잔소리로 변할 것이다. 


그래도 내 품에 있을 때 예뻐해야지 하다가도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이가 내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버럭 하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로서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어른 눈에는 그게 못마땅해 보이거나 위험한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주의를 준다고 바로 고쳐지면 아이가 아니겠지... 


천진한 아이는 뒤돌아서면 곧 엄마의 호통을 잊어버리고 다시 내 품에 안긴다. 말썽을 피우는 아이도 예쁜 짓을 하며 애교를 부리는 아이도 모두 내 아이다. 아이는 엄마를 똑같이 바라봐 주는데 나는 시시때때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아이 :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해-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 : 아니 엄마는 널 사랑해- 하지만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안 했으면 좋겠어!

아이 : 그럼 내가 말을 안 들으면 날 사랑하지 않아?

나 : 아니 네가 말을 안 들어도 널 사랑해-


아이가 나에게 주는 사랑에 비하면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아직도 한참 모자란가 보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작가의 이전글 긴 싸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