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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Feb 25. 2022

리더의 품격

동료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 회사에서의 업무가 변경됐다. 현시점, 쇼핑 트렌드의 중심인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전담하게 됐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는 두 개의 헬스케어 브랜드가 있고, (바이탈뷰티&큐브미) 해당 두 브랜드의 라이브 커머스를 총괄하는 것이 새롭게 부여된 것이다. 소위 방송국에서 PD라고 불리는 역할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사실 걱정이 태산이다. 첫째, PD의 역할을 잘 모른다. 예전 아이유, 공효진, 차태현, 김수현 님 등이 출연했던 『프로듀사』라는 드라마를 봤지만, 하나의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 이번 생애에 나와 연관될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지도, 심지어 보지도 않는 나 따위가 브랜드 방송 콘텐츠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다니 앞이 깜깜할 뿐이다. 둘째, 혼자가 아닌, 4명의 동료들과 함께 업무를 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혼자, 혹은 한 명이 더해져 최대 두 명이서 업무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수였기에 의견을 모으고,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총괄이라는, 어찌 보면 리더의 역할이 부여됐고, 나를 포함한 총 5명이 어우러져 최고의 하모니를 만들어야만 한다. (4명의 동료와 함께한다고 이리 유난 떠는데, 새삼 10명 이상의 팀원들을 이끄는 팀장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 인성, 현명함, 그리고 통찰력 어느 하나 빠지지 않으며, 선배들과 후배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분이다.(양쪽 모두에게 인정받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 분은 그걸 해내고 있다.) 능력에 걸맞게 빠르게 팀장에 임명돼, 현재 팀장 경력만 7년 차다. 여러 명과 업무를 해야 하고, 더구나 리더로서의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업무가 변경되자 선배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


모두 개성 있고, 자기 생각이 강해요.
저도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죠. 
이런 제각각의 사람들을
 제가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요?

선배가 내게 해 준 조언은 다음과 같다.


00아, 사람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아. 설득한 것 같지만, 사실 그건 설득이 아니라 상대방이 양보해준 거지. 함께하는 동료들의 생각과 의견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그들이 생각했던 것을 해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동료들의 의견을 따랐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동료들을 탓하면 안 돼. 책임은 리더가 지는 거야.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는 거지.


사실 나도 자존감이 강하고, 소위 말하는 똥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선배에게 처음 조언을 구할 때의 솔직한 의도는, 나의 생각과 다른 동료들을 내 생각대로 이끄는 방법을 알기 위함이었다. 즉, 동료들을 설득하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선배의 이야기는 전혀 뜻밖이었다. 내 생각이 아닌, 동료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 한다.(듣고 보니 리더란 참으로 험난한 역할인 듯하다.)   


부족한 게 많은 나지만, 맡은 업무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다. 그리고 혼자의 생각보단, 여러 명이 함께 했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잘 어우러졌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자녀, 친구, 그리고 직원들의 신체에 영양분을 주고 있지만 그들의 자부심에 영양분을 주는 데는 얼마나 인색한가? 우리는 그들에게 불고기와 감자를 주어 에너지를 축적하게 만들지만, 샛별의 합창처럼 몇 년을 두고 그들의 기억 속에서 노래하게 될 친절한 감사의 말을 하는 데는 몹시 인색하다.

-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저, 최염순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 -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내 생각을 강요하고, 설득하는 사람일까? 당연히 아니다. 리더는 동료들에게 자부심을 주되, 탓하지 않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내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그러한 사람이 된다면 조금은 더 성공적으로 업무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조언해 준, 한심한 생각을 했던 나를 일깨워 준 선배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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