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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Feb 09. 2022

걸어서 지구 한 바퀴.

3,048일을 향하여.


매일 1.7만 보, 14km를 걷다


2022년 새해 목표는? 몸짱 되기다. 41년간 달고 살았던 출렁이는 뱃살을 이제 그만 떠나보내고 싶었다. 몸짱이 되기 위해선 두 가지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다. 소원 성취를 위해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헬스장이었다. 트레드밀에서 달리는 모습(유산소 운동)과 바벨을 들어 올리고 벤치프레스 하는 모습(근력 운동)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난 10년간 '올해는 분명히 다를 거야. 이번에는 기필코 성공하고 말 거야' 다짐하면서 여지없이 실패해왔으니 말이다.(꾸준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나의 조약한 의지로는 집 밖을 나설 때 반작용으로 피어나는 귀차니즘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 하기 위해서는, 의지력 따윈 발동할 필요가 없는, 귀차니즘이 미처 인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아주 아주 사소한 운동을 해야만 다.   


이런 내게 걷기가 제격이었다. 걷기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면 얼마 못가 그만둘 것이 자명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밥 벌어먹기 위해 출퇴근은 해야 하니 말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 약 5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출퇴근길 걷는 것만으로 하루 100분, 약 1.2만 보씩 걸 수 있었다. 여기에 조금만 더 부지런히 걸으니 2만보를 훌쩍 넘는다. 그렇게 1월 한 달간 총 533,213보를 걸었다. 일평균으로는 약 1.7만 보, 13.78km를 걸었고, 총거리는 약 427km이다.(주말에 걷기가 조금 부진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가 455km라고 하니, 대략 우리나라 국토를 걸은 셈이다.    


걷기 운동의 장점 3가지


①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먹고 자고 싸 것 외에, 동일한 행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달간 꾸준히 해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걷기는 해냈다. 지금까지 생활패턴을 억지로 바꿀 만큼의 의지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비물도 필요 없었다. 많은 힘을 요구할 정도로 버겁지도 않았다.   


② 무릎 관절에 무리가 없다.

처음 유산소 운동으로 택한 것은  달리기였다.(2020년에는 하프 마라톤까지 달렸었다.) 하지만 22년을 시작하며, 오랜만에 1주일을 빠짐없이 달리니 무릎이 쑤셨다. 불어버린 몸의 하중과 그 사이 쇠약하진 무릎이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몸이 아프니 달리는 것이 괴로웠고, 호흡이 가빠지는데도 참으면서 달리는 것이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절대 고생을 사서 하려는 성격은 아니다.) 달리려고 집 밖을 나서는 것은 내게 엄청난 의지력필요했다. '또 이대로 포기하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시점에 걷기라도 해 보기로 했다. 걷기는 달리기와는 달리 매일 해도 무릎에 큰 부담되지 않았다. 비록 달리기만큼 짧은 시간에 큰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거둘 수는 없을지언정,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매일 해낼 수 있었다. 무릎 관절을 지킬 수 있고, 갑작스러운 신체 자극을 주지 않는 꾸준한 걷기는, 중도에 포기하는 달리기보다 훨씬 큰 효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한다.


③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매일 일정 걸음수를 채우려 노력하다 보니, 자가를 이용하기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이전에는 아이들 학원 데려다 주기 위해, 주로 자차를 이용했었다.(현재 9살 7살 두 아이의 아빠다.) 거리가 애매해서 학원을 데려다주고, 하원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럴 때는 주차비를 지불해야만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주차비와 주유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웬만한 거리는 대중교통마저도 이용하지 않고 는다. 앞에서 언급한 출퇴근길이 대표적인 예다. 야식을 주문할 때도, 배달 요청하지 않고, 걸어서 매장 방문을 한다. 조금이라도 걷기 위해서다. 이렇게 절약되는 돈이 한 달족히 10만 원은 될 것이다. 1년 이면 120만 원, 10년이면 1,200만 원이다.     


걷기로 지구 정복!!


한 달간 꾸준히 걷다 보니, 걷기를 평생 운동으로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 달간, 대한민국 국토 대장정을 이뤄내니,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지구 한 바퀴 걷기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라고 하니, 원의 지름 공식에 대입해보면 지구 한 바퀴 둘레는 약 42,000km가 된다. 1월 하루 평균 걸은 거리가 13.78km이니, 매일 현재와 같은 흐름으로 8년 하고 130일 걸으면 지구 한 바퀴를 완주할 수 있다. 아마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한, 매일 걸을 것이고, 8년 하고 130일 뒤에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의 달 정복을 선언한 것처럼, 걸어서 지구 정복을 이뤘다고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달 정복과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인기 예능 PD인 나영석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거든요?

근데 요즘은
오랫동안 꾸준한 사람이
너무너무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


몸에 부담을 주는 급격한 운동, 생활패턴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해야 하는 활동들이 내게는 어렵다. 에너지도, 열정도 부족한 나는 결국 금방 방전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2년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하루 이틀이 아닌, 10년을 꾸준히 해볼 수 있는 것을 해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빨리 결과를 얻고 싶어 하는 욕심과 허세는 내려놓고, 작더라도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말이다. 대단한 행위는 아니더라도 걷기를 매일 실천하는 꾸준한 사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돼보려 한다.       


P.S

몸짱이 되기 위해선 걷기만 해서는 안된다. 당연히 근력운동도 필요하다. 근력운동도 최소한의 행위만 하고 있다. 집에서 크런치와 팔 굽혀 펴기이다. 올해 처음에는, 팔 굽혀 펴기는 10개씩 3세트, 크런치는 20개씩 3세트로 시작했었다. 10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 근력 운동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 팔 굽혀 펴기 19개씩 3세트, 크런치 60개씩 3세트를 해내고 있다. 걷기와 함께 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근력 운동이다. (하루 15분만 투자하면 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운동해서 언제 몸짱 되겠냐고 하겠지만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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