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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30. 2022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

팀장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회사 생활 12년 차. 지난 수요일 신설 조직의 팀장 제안을 받았다. 아직 한 팀을 이끌만한 연차가 되지 않았음에도, 최근 회사 내 '젊은 리더로의 전환'기조 덕분에 나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다. 급하게 진행되는 사안이었기에, 제안을 받고 1시간 내에 결정을 해야만 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어서, 짧은 시간 내에 머릿속으로 이모저모를 헤아려봤다


평소 회사에 임하는 나의 마인드는 '가늘고 길~~게' 가자는 주의였다. 야망과 욕심 따위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러한 제안을 받으니 고민됐다. 어쩌면 지금까지 야망이 없던 것이 아니라, 팀장이 되지 못할 시에 핑곗거리를 찾기 위해 그렇지 않은 척 연기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팀장이라는 직위가 꽤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이 회사원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싸이의 《챔피언》 노래의 가사처럼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가 수십 번 반복돼며 매 초마다 생각이 뒤바뀌었다. 


도무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내 삶에서의 우선순위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까지 나아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쉽게 답이 보였다. 나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워라밸이 지켜지는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평소 미래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는데, 거기에 회사생활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하루 8시간의 의무적인 노동시간을 떨쳐내고, 《나는 4시간만 일한다》의 저자 팀 페리스처럼,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가 주된 미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설조직의 팀장이 되면, 그런 삶을 보장받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팀장을 한다고 개인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험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은 걸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우를 살펴보면, 신설 조직의 경우 업무 정립을 위한 업무량 과다와 임원, 팀장들이 빠른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과다로 야근이 잦아지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갉아먹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었다. 나는 그럴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회사 생활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 거절했다.     


결국 다른 분이 발령이 났다. 발령 공고를 보며 잠시 '내가 과연 잘한 건가'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떤 선택을 하고 그걸 옳게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냐, 바로 돌아보지 않는 자세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들려면 지금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제일 좋은 답이에요.

- 『여덟 단어』, 박웅현 저, 북하우스 - 


이제 선택의 시간은 지났다. 앞으로 나의 할 일은 내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최근의 나는 조금 나태해졌다. 꿈꾸던 회사 밖에서의 미래 설계에 대한 노력을 등한시했다. 이래서는 내 결정을 옳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것을 옳게 만드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훗날, 지금의 선택이 후회와 탄식, 그리고 아쉬움이 아닌, 만족이 될 수 있도록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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