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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r 06. 2023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매일 한 문장.

어른이 된다는 건 내 마음대로 사람을,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원래 자식은 나와 다른 독립적 존재고, 걔는 걔의 삶을 사는 것이고, 걔는 걔의 인생을 사는 것. 그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서로 행복할 수 있고, 어쩌면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

- 《집사부일체》 정재승 편 - 


지혜를 잇다


어제 둘째 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마도 아이 8살 인생에 가장 큰 성을 내지 않았나 싶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유튜브 보고, 밥 먹으면서 닌텐도 포켓몬 하고, 밥을 다 먹고 나니 아빠와 닌텐도 스포츠 하고 싶다고 해 TV 연결해서 배드민턴 테니스 볼링등을 하고... 그렇게 오후 1시가 됐다. 이제 조금은 학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아이에게 "이제 초등학생도 됐고, 해야 할 것들이 밀렸는데 그것들 먼저 하고 또 놀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빠랑 하고 싶은 것들이 더 있다고, 그거 먼저 하고 자기 할 거 한다며, 해야 하는 것들을 뒷전으로 미룬다.(금요일에는 주말에, 토요일에는 일요일에 하겠다고 미룬 숙제들이다.)


내 딴에는 아이를 믿었고, 부모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수동적인 아이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스스로 숙제를 하는 아이이길 바랐다. 하지만, 일요일도 어느새 반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이에게 조금 화가 났다.(전적으로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아이는 정말 아빠랑 더 놀고 하려 했을 수도 있다.) 


82년생으로 올해로 한국 나이 42살. 숫자로만 보면 어느덧 학창 시절보다 성인 시절이 더 길다. 하지만 정재승 님의 말씀에 의하면 나는 여전히 어른은 아닌가 보다.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지 못하고, 내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말이다. 더 불편한 것은 솔직히 말해 당분간은 어른이 될 자신이 없다.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이가 성장하면서 도움이 될 몇 가지 소양을 키우길 바랄 뿐이다. 어릴 때의 두뇌 발달과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학습 태도,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것들을 해야만 한다는 인생의 진실 말이다.(초등학생의 공부 양이 하루 30분도 되지 않으니, 정말 무리하게 많지는 않다고 내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게임을 실컷 하고, 유튜브를 마음껏 보게 하는 것, 그렇게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을 아직은 할 자신이 없다. 


한편으로는 어제 쓴 글처럼(https://brunch.co.kr/@dolsse822/175) 내 인생도 마음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서, 아이를 내 마음대로 컨트롤하려 하는 게 맞는 건지 싶기도 하다. 내 생각을 글을 쓰며 정리해보고자 했지만,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과연 무엇이 옳은 걸까?', '나의 어떤 태도가 조금이나마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도무지 모르겠다. 육아는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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