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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r 12. 2023

선택이 어렵다면...

건강한 것들은 하고 나서 기분이 좋고
건강하지 않은 것들은 하기 전에 기분이 좋다.

운동하러 가기 전에 절대 운동하러 가기 싫다.
하지만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건강한 음식을 먹기 전에 햄버거와 감자튀김에 끌린다.
그런데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무언가를 하기 전의 기분에 집중하는 대신
하고 난 후의 기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 김창옥 교수 -


지혜를 잇다


아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은 '60계 치킨'의 더 매운 고추치킨이다. 매콤한 고추가 듬뿍 들어있어, 입맛이 알싸하고 톡 쏘는 게 혓바닥을 얼얼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자극적인 맛이 너무 좋다. 이틀 전인 금요일, 한국과 일본의 WBC 야구를 보면서 당연히 해당 치킨을 주문했다. 


먹고, 또 먹고, 또 먹어도 언제나 맛있다. 짜릿한 맛이다. 금요일 저녁에 치킨과 치킨무만 있다면 여기가 바로 지상천국이 아닐까 싶다. (난 술은 먹지 않아서, 맥주는 패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다음날 속이 쓰린다. 화장실을 계속 가게 된다. 제대로 나오지도 않으면서 속이 쓰려 계속 화장실을 붙들고 있는다. 사실 어릴 때부터 맵고 짜게 음식을 먹어 꽤 오랫동안 매운 음식을 즐겼고 잘 먹는 편이었다. 당시에는 아무리 매운 음식을 먹어도 속 쓰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 내 위장과 대장이 매운 음식을 점점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보다. 여지없이 신호를 보낸다. 입은 여전히 매운맛을 원하지만, 배속에서 강하게 거부하며 내게 경고장을 보낸다. 매운 음식은 먹지 말라고 말이다. 입맛과 속맛의 괴리감이 생겨버렸다. 


주말이지만, 오늘도 6시에 일어났다.(평일이든, 주말이든 알람이 없어도 자동적으로 6시 전에 눈이 떠진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잡고, 넷플릭스에 들어가 〈더 글로리〉를 시청했다. 9화는 클리어했고, 10화도 중간쯤까지 봤다. 박연진의 역습이 시작됐다. '역시 재미있구먼. 최고야 최고'하며 빠져들었다. 누가 요즘 사람들은 한 군데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한탄했던가. 이렇게 높은 수준의 몰입력을 보여주는데 말이다.(그나저나 나도 MZ세대의 가장 마지막 끝자락에 포함된다고 하니, 요즘 사람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1시간 30분 정도 보니, 7시 20분이 됐다. 주말 내 패턴은 (특별한 가족계획이 없다면) 7시 30분에 여는 동네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글 쓰고 책 읽는 것이다. 이제 영상 시청은 그만하고 집을 나서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 중지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강현남 씨는 어떻게 되는 건데?', '주여정은 어떻게 동은이를 도와주는 건데?' 궁금한 게 천지삐까리였다. 16화까지 한 번에 몰아봐야 제 맛인데, 여기서 찝찝하게 그만둘 순 없었다. 고민이 됐다. 하지만 나는 결국 집을 나서는 것을 선택했다. 영상만 보다 오후가 되면 후회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매번 여지없이 그래왔으니 말이다. 반면에 아침 일찍 카페에서 책 읽고 글쓰기를 하면, 아침 내내 영상 볼 때와는 반대로 나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우며 후련한 마음이 들 것이다.(이미 지금 글을 쓰면서도 조금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의 순간 앞에 놓인다. 구글에 '하루 평균 선택 회수'를 검색해 보면 평균 하루에 150번의 선택을 한다고 하니, 약 10분에 한 번꼴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한 자료는 35,000번 한다고 하는데,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어쨌든 인간은 꽤 많은 선택을 한다.) 하지만 햄릿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좀처럼 선택 앞에서 결정을 하지 못한다. 옳은 선택을 하고 싶지만, 잘한 선택인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기준이 어디 있겠냐 마는, 김창옥 교수의 말은 선택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하기 전의 기분이 아닌, 하고 난 후의 기분을 떠올리며 결정을 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 적용해 보면 분명 꽤 괜찮은 기준이 아닌가 싶다. (물론 가끔은 하기 전의 기분에도 집중해 볼 필요는 있다. 인생 너무 빡빡하게 살 순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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