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무더기 구금 사태와 관련, 뒤늦게 "멍청한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숙련된 외국 인력 유입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핵심 지지층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의 반발에 직면하자, 조지아 사태를 언급하며 논란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무더기 구금 사태와 관련, 뒤늦게 "멍청한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숙련된 외국 인력 유입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핵심 지지층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의 반발에 직면하자, 조지아 사태를 언급하며 논란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포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재건을 위해서는 외국인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특히 조지아 배터리 공장 단속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그들은 매우 위험하고 복잡한 구조인 배터리 제조법을 이해하고 있으며, 공장 건설에 10억 달러나 투자했다. 그런데 그들을 내쫓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만둬라, 멍청한 짓 하지 말라'고 했다"며 "문제는 해결됐고, 이제 그들은 미국인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구금했던 이 사건은 한미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을 야기했다. 당시 근로자들이 공장 바닥에 앉아 수갑이 채워진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내에서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지난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업 콘퍼런스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백악관으로부터 직접 사과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무뇨스 CEO는 "누군가 마치 공장에 불법 이민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전화를 건 것 같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역시 무뇨스 CEO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이는 주 정부 관할도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현대차는 공장 건설 일정 지연을 경고하며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해당 근로자들은 양국 정부 간 긴급 협의 끝에 일주일 넘는 구금 생활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무뇨스 CEO는 이 사건을 "불쾌한 깜짝 사건"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 단속 건을 언급하기 직전,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대규모 공장을 예로 들며 "젠슨 황이 애리조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수많은 사람을 고용할 거대한 컴퓨터 칩 공장을 건설할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외국인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보수주의자를 사랑하고 MAGA를 사랑하지만, 이것이 MAGA"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국인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임시 인력임을 강조, 지지층의 반발을 무마하려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입장 때문에) 내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들(MAGA)은 애국자들이지만, 단지 이해하지 못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숙련 외국 인력 유치를 위한 전문직(H-1B) 비자 프로그램 지지로 선회하면서 MAGA 진영 내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폭스뉴스에 출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업 수당을 받는 사람을 곧바로 미사일 공장에 투입할 수 없다"며 "미국 대학이 몰락하지 않으려면 중국인 유학생이 필요하다"고 발언, 지지층의 반감을 샀다.
공화당 소속 앤서니 사바티니 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미쳤다"며 "이러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외국인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우려하는 일부 MAGA 지지자들은 고숙련 비자 확대나 유학생 유입 문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와 강경한 반이민 공약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간 충돌이 보수 진영 내 갈등을 야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는 외국 투자자들이 전문 인력을 동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핵심 지지층을 설득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한편, 조지아 사태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한미 양국은 지난달 포괄적인 무역 협정 체결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특수 시설을 구축하고 자국 근로자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해외 전문가를 초빙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국제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아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산업 정책 간의 모순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통해 당시 단속에 반대했음을 강조하고 외국인 전문 인력 유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MAGA 진영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제조업 부흥이라는 경제적 목표와 강경 반이민 기조라는 정치적 기반 사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균형점을 모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