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화된 한미 통상 협상, 그 이면에 충격적인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 정부가 협상 카드로 제시한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분석이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실무를 담당했던 통상 전문가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화된 한미 통상 협상, 그 이면에 충격적인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 정부가 협상 카드로 제시한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분석이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실무를 담당했던 통상 전문가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 법무실장은 워싱턴 D.C.에서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한국이 철강과 자동차 관세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실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철강과 자동차는 미국의 국가 안보 핵심 품목으로, 한국과 같은 주요 수출국에 대한 관세 완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이 눈에 띈다. 본 전 실장은 영국이 미국과 체결한 저율관세할당 합의에 대해 “영국은 시장 내 영향력이 미미하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며 한국, 일본, EU에는 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영국 사례를 참고해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전략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대미 투자 확대 전략에 대한 본 전 실장의 냉정한 평가다.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강조하며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 했지만, 본 전 실장은 “한국의 미국 기업 및 자산 투자는 양보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며 “관세 유무와 관계없이 한국은 지속적으로 미국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미국 측 설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그의 판단이다.
본 전 실장은 무역 흑자국들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변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한국, 독일, 중국, 일본 등 흑자 국가는 무역 적자가 초래하는 포퓰리즘의 파장을 인식해야 한다”며 “영국의 EU 탈퇴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무역 불균형 문제가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본 전 실장의 해석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을 더욱 생산적이고 부유하게 만든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관세 정책을 대체할 만한 효과적인 무역 체계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닌 신념의 문제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가 7월 말 합의한 관세 15% 타결은 사실상 최선의 결과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25%에서 10%포인트 인하된 수치이지만, 본 전 실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철강, 자동차 등 민감 품목의 추가적인 관세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에는 상호관세 25% 외에도 철강·알루미늄에 50%, 자동차에 25%의 품목관세가 별도로 부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간담회는 미국 측의 협상 전략이 단순한 투자 유치나 우호적인 메시지보다 훨씬 더 구조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전 실장은 “미국은 과거처럼 쉬운 협상 상대가 아니지만, 여전히 다른 어떤 나라보다 협상 가능성이 높은 파트너”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협상은 한국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기존의 협상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리는 양적 접근보다는 시장 개방, 규제 완화, 지식재산권 보호 등 질적인 양보를 포함한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2029년 1월 트럼프 임기 종료 시점까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을 투입할 사업처 선정 합의와 관련하여 실제 투자 방식과 성과 검증 기준을 둘러싼 후속 협상이 주요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미 통상 협상 최전선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한국 경제계와 정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관세 완화는 단순히 자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 약속이 아닌 무역 구조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어떠한 새로운 협상 카드를 제시할지, 그리고 그 카드가 트럼프 행정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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