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학부모님들께 이러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특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부모님들에게도 질문을 받았었는데 아마로 그 질문의 의도는 ‘우리 아이가 소질이 있으면 계속 배우고 없으면 안 배우고’라는 뜻을 보이는 것 같았다. 요즘엔 이 질문을 거의 받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SNS의 발달로 정보의 공유가 빠른 것도 있고 요새는 피아노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취미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소질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그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취미로 힐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크다. 성인 또한 힐링하기 위해 피아노를 배우는 게 가장 크다. 그렇지만 역시 피아노를 시키는 학부모님들과 배우는 레슨생은 많이 궁금할 것이다. 자신이 피아노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사실 이 소질이라는 것은 정말 여러 가지 부분을 봐야겠지만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배우는 레슨생이 '음악의 특성을 이해하고 피아노 기술을 잘 소화해 내는 것이 어렵지 않게 하는가'인 것 같다. 좀 더 1차원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어린아이의 경우 악보를 잘 읽고 음을 잘 찾아서 치는가, 박자를 지키는가, 이 기본이 되면 피아노에 소질이 있어 보인다. 학부모님들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사실 이 부분은 인지 발달의 영역이 더 크다. 그래서 언어 학습 능력이 쫌 빠른 아이들이 피아노를 좀 빨리 배우는 경향이 있다.(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필자의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그건 피아노의 기본을 잘 익힐 수 있는 좋은 밭일뿐이지 그 뒤에 성장까지 책임지지 않는다.
언어학습능력이 자신의 나이보다 2년을 앞서 나가는 7살 아이를 5학년 때까지 개인 레슨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해하는 게 정말 빨라서 진도도 빨리 나갔지만 점점 갈수록 피아노를 더듬더듬 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레슨 때만 피아노 치고 다른 날에는 하나도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그 아이의 동갑인 친구를 소개받아서 레슨을 했었다. 그때 그 아이가 2학년 때 시작했었는데 그 아이는 피아노를 치는 게 흥미가 있었던지 유튜브에서 본 것들, 티브이에 나오는 것들을 듣고 따라 연주도 해보고 매일 연습을 해왔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5학년이 되어서 보니 그 7살 때 시작한 아이보다 더 피아노를 더 잘 치고 있었다.
소질보다 중요한 건 학습태도이다. 매일매일 연습하는 태도, 배우려는 태도이다. 노력하면 잘하는 아이도 학습태도가 좋지 않거나, 연습을 너무 안 해서 레슨 시간을 어영부영하게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인의 경우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정도면 됐어. 여기 까지만 할래. 또는 남이 나에게 지적하는 게 싫어서 소극적인 학습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소극적인 학습태도로 인해서 충분히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되면 점점 좋은 실력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학습태도에 관한 것은 뒷 파트에서 더 이야기하겠다.)
그래서 결론은 취미인 우리는 소질의 대해서 따질 필요가 없다. 피아노는 단기간에 되지 않으니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들을 배우려는 태도로 하다 보면 소질과는 상관없이 멋있는 연주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피아노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질문은 많은 성인 취미생들의 고민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요즘엔 초등학생들도 만만치 않게 바빠서 이 고민을 학부모님들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글에서 연습을 안 하면 오는 결과들의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마치 ‘그럴 거면 피아노 그만두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어도 레슨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그래도 추천하는 편이다.
이 고민을 하는 중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스스로 돈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 왜 이것밖에 안되지 -라는 생각 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다. 이 연습하고 배우는 과정이 내가 고통스럽게 한 만큼 그만큼의 보상도 못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개인 레슨시에 연습을 못 해오면 레슨은 거의 연습으로 많은 시간이 보내진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 시간이 지난 시간에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들을 열심히 설명했고 레슨생도 곧 잘 따라와서 연습을 좀 더 하면 곡을 완성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레슨을 갔지만 연습이 되지 않았을 때, 그래서 같은 것을 다시 한번 설명해야 할 때 마음이 꺾일 때가 있지만 레슨생의 얼굴을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바쁜 줄 알기에, 그들 또한 마음이 무거울 테니까. 교사가 할 일은 그럼에도 성장할 수 있도록 같이 연습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레슨시에 매번 연습만 하는데도 레슨을 계속 받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하다 보면 실력은 는다. 속도가 엄청 더디고 그 과정이 괴롭겠지만 정말 하다 보면 는다. 회사일도 맨 처음엔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지만 어떻게든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처럼. 중요한 건 계속하려고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면 우리의 목표였던 피아노를 즐기는 것에 더 한 발자국 다가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레슨을 계속 받는 것을 추천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한번 쉬었다가 다시 하는 게 정말 어렵다. 정—————말 어렵다. 웬만해서 다시 시작하기 진짜 쉽지 않다. 너무 힘들어서 레슨을 그만 두면 그때 엄청난 마음속 평화가 찾아온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장 생활하면서 그렇게 하는 게 진짜 쉽지 않다. 마음이 너무 편할 때 레슨을 다시 할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엄청 불편해지고 선생님 연락처를 찾는 게 한 세월 걸릴 것이다. 물론 그럴 때면 이미 피아노가 마음속에서 떠났다는 의미이겠지만. 정말로 목표가 뚜렷하고 정해진 기간만 쉰다거나 아님 미리 레슨비 예약을 걸어두거나 하지 않는 이상 다시 시작하는 게 너무 어렵다. 그래서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하기에 연습을 안 해와도 레슨 받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이번에 쉬면 정말로 피아노와는 담을 쌓을 수도 있으니까. 여태까지 배운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고민 끝에 계속 배우기로 결심했다면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은 당연하게도 레슨 때 진도가 엄청 느리다는 점. 깊이 있는 레슨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제를 레슨생은 알고 있어야 한다. 한 곡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전체적 기초가 손에 충분히 익혀져야 그다음 단계를 나아갈 수 있는데 레슨 때마다 연습하게 된다면 기초적인 것인 부분을 먼저 하느라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진도가 느린 것에 대해서 곡이 제대로 연주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저렇게 얘기했지만 결국엔 어디까지나 취미생 자신의 생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것이다. 그것이 취미의 자유 중 하나 아닌가. 나답게 내가 가능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PART 1. 피아노의 대한 오해들을 마무리하며
필자의 짧은 레슨경력(십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라서 틀린 말도 맞는 말도 있을 수 있겠다. 레슨을 받는 방식은 가르치는 사람의 방식, 받아들이는 사람의 방식, 등 각자가 너무 다양한 경우가 있기에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딱 이야기할 수 없다. 겪어왔던 오해들 중에 필자가 레슨 피드백과 레슨생들의 반응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글을 작성하였다. 내가 레슨생의 마음 100%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레슨의 대한 태도와 오해들이 풀어졌길 바란다.
이번 파트는 레슨의 대한 오해를 이야기했지만 다음 파트에서는 실제 레슨시간에 있는 일들을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