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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경 Sep 29. 2023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가?

1. 피아노를 배우기 전에 살펴봐야 할 두 가지 (2)

1. 피아노를 배우기 전에 살펴봐야 할 두 가지


두 번째,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가?


    이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인가…! 당연히 좋아하니까 악기를 배우려는 건데…!

여기서 말하는 좋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음악을 싫어하지 않다는 의미의 좋다가 아니라 음악이 좋아서 시간을 들여서 음악을 챙겨 듣고 유튜브로 피아노 연주 영상도 찾아보고, 책도 찾아볼 정도로 적극적으로 좋아하냐는 것이다. 물론 음악을 가볍게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제 피아노를 통해 음악이라는 넓은 바다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한 번쯤 살펴볼 볼 부분이다.          


마치 우리가 바다를 밖에서 볼 때 또는 수족관에 가서 바닷속을 볼 때, 영상으로 바다에서 노는 사람들을 볼 때 간접적으로 바다의 멋짐을 느끼지만 실제로 바다에 뛰어 들어가서 누리는 것은 다르다. 즐거운 부분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바다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또한 밖에서 볼 때는 몰랐지만 막상 들어갔을 때 조금 꼬질꼬질한 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면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지켜야 해?’라고 생각할 부분들까지도 배워나가야 하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이것들을 감수하면서 오래 배우는 게 쉽지 않다. (어쨌든 피아노는 오래 배워야 성과가 나니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은 피아노를 배우는 동기부여에 있어서 중요하다. (마치 커플이 사귀면 처음에 콩깍지에 씌어 상대의 모든 면이 좋아 보이듯이 말이다.)     


     한 가지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면 필자가 예전에 트로트를 배우고 싶어 하는 60대 성인 남성을 레슨 한 적이 있다.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피아노를 배운지 얼마 안 되었지만 악보를 잔뜩 인쇄한 파일이 두 개나 있었으며 입문이라고 하기엔 값비싼 롤랜드 신디사이저를 가지고 계셨다. 계이름도 어느 정도 읽을 줄 아셨기에 악보에 나와있는 정확한 리듬은 몰라도 아는 노래들은 오른손으로 곧잘 연주하셨다. 그분의 소망은 아침마당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반주해 주시는 분처럼 멋지게 신디사이저를 다루면서 연주하고 싶다고 하셨다. 근데 문제는 열정은 대단했으나 잘 안되면 계속 피하셨다. 잘 안되는 부분을 계속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한 곡도 제대로 하지 않으셨다. (어려운 곡이 아니라 나비야였다.) 그래서 레슨 때 같이 연습을 하다가 잘 안되면 갑자기 본인인 이런 곡이 하고 싶으시다면서 악보를 넘기셨고 그 곡하다가 안되면 다른 곡으로 넘어가자고 하는 이런 일이 많으셨다. (필자가 보기엔 잘되지 않아서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단 한 곡부터 연습을 해보자고 했지만 레슨 때 보면 아예 연습을 안 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많았다. 그러다 얼마 안 가서 바로 피아노를 그만두셨다.     


    꼬질꼬질한 면이 이런 부분이다. 자신의 로망과 전혀 다르게 한 곡이라도 나이스하게 넘어가지 못한다. 이런 자신의 연주에 마주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피아노에 대한 마음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레슨을 받으면서 나이스하게 넘어가지 못해도 음악을 완성해 나간다는 그 기쁨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가?’를 살펴보자고 한 또 다른 이유는 듣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은 그만큼 음악을 듣는 시간이 그동안 쌓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다고 해서, 악기를 배우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음악은 소리라는 매체로 되어있다. 그래서 악기를 배울 때 듣기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음악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 고정박(일정박)의 이해, 자신의 연주 소리를 듣는 것, 함께 연주할 때 남의 연주 소리를 듣는 것, 등등 배우는 것에 전반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으니 넘어가겠다.)      


    그렇지만 악기를 배울 때 이 듣기라는 요소가 우리가 악기를 배우는 것에 더욱 재미를 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아는 만큼 들린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들리게 되면 더욱이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재밌어진다.     


    필자는 영어를 잘 못해서 인터넷으로 영어 기초 강의를 듣는다. 그렇게 듣던 어느 날 필자가 간간이 영상을 올리던 유튜브 채널에 댓글을 확인하는데 영어로 올라온 댓글이 있었다. 그때 댓글을 번역기 도움 없이 해석이 되었고 답글도 달아주었던 그날 정말 기뻤다. 내가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마냥 초등학생처럼 뚱땅 뚱땅만 칠 줄 알았는데 배웠던 부분, 배웠던 테크닉을 프로 연주자 또한 그렇게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어떨까? 자신이 제대로 배우고 있다는 뿌듯함이 넘치고 피아노를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날 것이다. 

    

    "아는 만큼 들린다"라는 이 말을 10년 전에 우연히 본 EBS 다큐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는가.’ 중에 마지막 부분에서 듣게 되었다. 좋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제일 기억나는 것이 저 말이었다. 아는 만큼 들리기에 그만큼의 음악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을 경험한 여러 순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나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상대음감이다. 어떤 음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훈련된 상대음감이라서 조성은 모르지만 노래의 화성 진행은 들린다. 간혹 가다 “불후의 명곡” 티브이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거기서 원래 노래들을 퍼포먼스에 맞게 곡이 편곡되어 나오는데 간혹 기가 막힌 리하모니제이션(원래 있던 코드가 아닌 코드를 바꾸는 것.) 된 곡을 들을 때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 하며 감탄한다. 이게 코드가 어떤 식으로 바뀌었는지 아는 건 같이 티브이를 같이 보는 우리 가족 중에 필자만 안다. 반대로 필자의 언니는 UI 디자이너이다. 필자가 보기엔 별로 차이 없어 보이는 디자인도 필자의 언니가 보기엔 한 픽셀 차이로 아쉬워한다. 그 아쉬움을 아는 것 가족 중에 언니뿐이다.

     

아는 게 없어서 들리는 게 없었던 경험도 있었다. 필자가 어릴 적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 1악장을 배우던 시절에 레슨을 받다가 선생님께서 시범연주를 보여주셨으나 그때 당시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었다. 왜냐면 그때까지 선율 만들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으니 들어도 그런 세세한 부분들이 인지되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몇 년 후에 이 곡을 다시 연주하게 되면서 그때 알았다. 그때는 필자가 듣는 귀가 없었다는 것을. 그래서 시범연주를 들어도 무엇을 고쳐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먼저 모든 걸 알아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알고 들으면 더 깊이가 더해지는 것은 맞지만 모르고 듣는다고 해서 즐거움이 없는 건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듣기라는 요소가 음악을 배울 때 필히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가 악기를 배울 때 이 듣기와 연주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아는 만큼 들리기도 하지만 듣는 만큼 알게 되는 것도 분명히 있다.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 드라마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이 나왔다고 하자. 드라마를 보고 그 곡이 좋은 것 같아서 선생님께 그 곡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비창 2악장을 배우게 되었다. 이미 이 곡의 주제 선율을 알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음악을 들었기에 주제 선율이 잘 들리게 연주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연습하고 듣고 연습하고 듣고를 반복하다 보니 음원에 있는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선율을 만드는 지도 듣게 된다. 또한 레슨생 스스로가 이 곡을 알기에 연습할 때 자신의 연주가 좀 이상하면 셀프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고치면서 곡의 완성도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래서 한정된 레슨 시간을 더 잘 활용하여 더 깊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되는 점이 있다. 그래서 아는 만큼 들리고 들린 만큼 알게 되는 것이 레슨에서는 순환되어 도움을 준다.     


  음악 감상의 많은 장점들이 있는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음악 감상을 예전만큼 덜 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아마도 레슨에서의 스트레스가 떠오르거나 더 이상 음악 감상이 취미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음악을 듣지 않게 되는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음악 감상을 계속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음악 그냥 듣기만 해도 피아노를 배울 때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우리는 바쁜 현대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레슨에 직접적인 듯하면서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감상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방법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레슨에 도움 되는 건 역시 자신이 배우는 곡을 듣는 것이다. 연주곡을 한다면 피아니스트 별로 다 들어봐도 되고 아니면 그냥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들으면서 자신의 곡을 이해하고 자신의 연주와 어떤 부분이 다른 지도 체크해 보고 또는 자신의 연주가 길을 잃었을 때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들어봄으로써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사실 초보의 단계에서는 바이엘과 같은 연습곡이나 쉽게 편곡된 곡을 연습하기에 그 곡을 연주한 음원을 찾기 어려울 때인데 요즘은 교재에 음원이 같이 있는 교재가 많으니 그 부분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선생님의 연주를 영상으로 남겨두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듣게 되면 아마 음악 감상이 공부하는 느낌으로 인해 부담스러워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이 배우는 곡 외에 다른 곡들을 들을 때 쓰는 방법으로는 클래식을 들을 경우에는 선율을 따라가면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그게 주제 멜로디이든, 내성이든, 배경이든 어떤 하나의 선율을 인식하며 듣는 것이다. 더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주제선율을 노래처럼 따라 불러보는 것이다. 아이들과 음악 감상을 할 때 실제로 어떤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서 불러보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클래식을 마치 가요 부르듯이 그 선율을 노래로 따라 부르는 것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음악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가요를 들을 경우에는 피아노 소리만 집중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종종 피아노가 없는 곡도 있어서 피아노가 없으면 피아노 계열인 EP, 오르간, 신스 같은 소리도 좋다.) 마치 카피해 보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렵다. 여러 가지 소리가 믹스되어 있는 곡에서 딱 피아노 소리만 찾아 듣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듣다 보면 익숙해진다. 특히 반주를 배우는 레슨생이라면 필히 이러한 듣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적정 실력 이상이 되면 카피하는 걸 언젠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연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프로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들어보고 느낌에 맞는 피아노 반주 방식을 들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잘 들을 수 없다. 듣는다고 해서 한 번에 다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고 잘 듣지 못해도 이러한 듣기를 쌓아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클래식과 가요를 나누어서 얘기했지만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듣기 방법은 ‘내가 연주한다고 상상하면서 듣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 그 곡에 대해 잘 알고 반복 듣기를 통해 익숙한 곡에만 해당되지만 이 곡 안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이 나라고 상상하면서 들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듣게 되면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상이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할 때 터치를 상상하며 스스로 실험을 해보며 ‘이만큼 했더니 이런 소리가 나더라’ -하는 감각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제로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영상들을 보면 무표정으로 연주하지 않는다. 얼굴 표정이 변화하는 것과 때에 따라 아주 희미하게 들리지만 그 음을 따라서 부르는 피아니스트들도 있다. 이러한 것이 노래를 만들기 위함인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피아노는 한번 연주하면 수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 번에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무게, 타건 속도, 무게 이동, 손목의 움직임 등등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한음 그다음 한음을 연주할 때마다 노래가 잘 흘러가게 이 한음의 터치가 내가 원하는 터치가 낼 수 있도록 음의 울림을 듣고 다음에 올 음의 울림을 상상하며 터치를 조절해 가며 연주하기에 피아니스트의 얼굴 표정이 변한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 우리가 피아노를 정말 작게 친다고 할 때 그때 건반을 타건 하기 직전의 자세가 어떤지 살펴보면 아마 약간 쪼그린 자세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피아노 초보자이지만 이러한 연습을 통해 “이 정도로 세게 치면 이 정도의 소리가 나네?, 타건 속도를 조금 느리게 했더니 이 정도로 작아지네? 그럼 그때 들었던 곡처럼 연주하려면 이 정도일까?” -하고 스스로 터치를 상상하는 연습을 통해 타건 감각을 익혀보는 것이다. 단순히 남이 치는 걸을 내가 친다고 상상한 것뿐이지만 감각을 익히는 데 있어서 상상력은 아주 많은 도움이 되기에 추천하는 음악 감상 방법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방법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없고 그저 필자가 해보면서 도움 되었던 경험에 의해서 방법을 적었을 뿐이다. 정답이 없다. 그리고 이 방법들이 맞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취향에 맞는 사람에게 또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피아노를 배우기 전 살펴봐야 할 두 가지에 대해서 적어봤다. 첫 번째로는 피아노를 즐길 수 단계로 가기 위한 연습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피아노를 계속 배우게 하는 동기부여와 음악 감상이 피아노 배움에 더 재밌는 요소를 준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준비될 필요는 없다. 레슨 받으면서 연습할 시간을 확보하고 듣기 공부를 해도 상관없다. 그저 알고 가면 좋은 것 정도로만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피아노 레슨에서의 가장 우선순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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