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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경 Oct 12. 2023

악보

2. 레슨에서 중요한 우선순위 (2)

2. 레슨에서 중요한 우선순위


2) 악보


    바로 앞글에서 악보를 보고 누르는 것에 너무 집중하여 소리를 놓치게 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악보를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악보는 꼭 지켜서 연주해야 한다.     


필자는 레슨 할 때 아이들에게 악보를 음악나라의 책이라고 설명해 준다. 이 책을 읽으려면 우리가 한글을 배워서 문장을 읽고 이야기를 파악하는 것처럼 음악나라에서는 그 글자들이 음이름, 음표 박자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야 여기에 적혀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비유로 말해준다.     

 

    감사하게도 이 음악 기초이론은 어느 나라를 가도 같기 때문에 외국에서 발행된 악보여도 볼 수 있는 점이 좋다. 필자가 번역되지 않은 재즈 화성학 책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영어를 잘 못해서 완벽한 번역은 못하지만 그래도 예시로 나와있는 악보를 보며 어떤 내용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것에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를 처음 시작할 때 당연히 악보 읽는 법을 배운다. 악보를 읽어야 피아노를 칠 수 있기 때문에. 물론 우리가 좀 더 재능이 있었더라면 듣고 바로 연주하겠으나 그러한 재능이 초보자에겐 있지 않기 때문에 어쨌든 악보를 보는 법을 배운다. 이 악보를 읽는 법. 기초이론은 답이 정해져 있다. ㄱ을 기역으로 읽기로 약속한 것처럼 이미 약속이 되어있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타협할 수 없다. 정확히 지켜서 연주해야 한다. 

    

    악보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가깝게는 우리가 좋아하는 곡을 즐기기 위해서 기록된 악보, 또 우리의 테크닉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연습곡들, 더 멀리 나아가서는 시대별로 음악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어떤 시대에 어떤 스타일의 작곡법이 유행했었는지, 작곡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등등 악보를 통해 음악사를 볼 수도 있다. 실제 우리의 레슨은 (초보자의 입장에서) 어떤 작곡가의 오리지널 곡, 예술적으로 뭔가 분석해 보고 그런 곡들이 아니라 바이엘, 체르니, 하농, 뉴에이지, 재즈소곡집, 동요곡집 같은 연습곡. 게다가 오리지널 악보도 아닌 쉽게 편곡된 엄청 단순한 악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단순한 악보도 꼼꼼히 지키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께 ‘왜 이렇게까지 지켜야 하는가’ -라고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그래도 지켜야 한다. 왜냐면 의도를 가지고 만든 악보들이기 때문이다. 

         

    바이엘, 체르니, 하농 같은 교재 경우 기본적 연주 기법들과 손가락 독립 훈련을 익히기 위한 목적인 교재들이다. 각 곡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배우는지 학습목표가 잘 나타나있다. (이 곡이 무엇을 위한 연습곡인지 표기해 주는 교재들이 있다.) 바이엘 같은 경우는 레가토를 연습하는 곡, 4도, 5도를 연습하는 곡, 스타카토를 연습하는 곡, 솔(G)의 자리를 익히는 곡, 등이 있고, 하농은 3-4-5번을 독립시키는 연습, 트릴 연습, 등등이 있다. 세 교재 모두 다 분명히 손가락 훈련을 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악보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교재들이 재미가 없다.)     

또 기초훈련 교재가 아닌 병행 교재들 (동요곡집, 뉴에이지, 소곡집 등등) 또한 기초 훈련 교재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래에 적용시켜 우리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목적과 또 기초 교재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반주 패턴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쉬운 편곡 버전의 곡이어도 의도가 있다. 만약 레슨생의 수준보다 어려운 악보를 레슨생이 봐야 한다면 그 곡을 도전하기도 어려울 것이지만 진도에 맞는 쉬운 편곡 버전 악보는 레슨생이 알고 있는 노래를 자신이 배웠던 내용들로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다면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그 곡에 도전할 것이다.

     

여하튼 기초교재이든 병행교재이든 피아노 실력을 늘게 하는 여러 많은 악보들에는 다 어떠한 학습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알려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악보들을 지켜서 연주해야 한다.    

 

    특히 악보를 지켜서 연주하는 것에 있어서 필자가 레슨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손가락 번호를 많이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때때로 피아노 치기 그냥 편한 대로 손가락 번호를 마음대로 해도 들리는 소리는 똑같으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레슨생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정확하게 손가락 번호를 지키면서 칠 것을 강조한다. 사실 다섯 손가락 자리를 연주할 때는 그다지 손가락 번호가 상관이 없겠지만 음역이 점점 넓어지면 이 손가락 번호가 엄청 중요하다. 교재에 나와있는 손가락 번호는 손가락 구조에 따라서 연주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정해진 손가락 번호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이 "시레솔"을 연주하는데 손가락 번호를 "125"를 치라고 되어있다. 그 이유는 1-2번 사이가 다른 손가락보다 넓기 때문이다. "도미솔도"를 연주할 때도 "1235"번으로 치는 이유 도 만약 “1345”로 연주하게 되면 4-5번 사이를 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3-5번으로 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손가락 번호를 엄청 강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프레이즈" 때문이다. 프레이즈는 쉽게 말해서 음악적 문장이다. 우리가 말을 할 때 한숨에 한 문장을 말하듯이 피아노에도 그렇게 연주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손가락 번호가 꼬이게 되면 문장 중간에 끊어진다거나 문장의 말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이것과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이것은 같은 글자라도 엄연히 뜻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작곡가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을 그대로 연주하기 위해서 많은 요소들을 지켜서 연주해야겠지만 가장 기초적인 손가락 번호를 지켜서 연주해야 한다. 간혹 연주하다가 손가락 번호가 정말 이상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은 꼭 선생님과 상의해서 정하기 바란다.


손가락 번호를 지켜서 치는 것이 왠지 자유가 없고 속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정해진 손가락 번호들이 점점 익숙해지면 나중엔 손가락 번호가 없는 곡도 자유롭게 칠 수 있는 날이 온다.  

   

    레슨에서 중요한 우선순위 두 번째 악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가 이렇게 악보를 꼭 지켜서 연주하는 것에 열을 내면서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레슨 때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레슨생들이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간혹 지나치게 자신의 흥이 넘쳐서 악보를 대충 봐서 대충 연주하고 그 마디를 넘어가거나 손가락 번호를 본인이 편한 식으로 바꾸었으나 그것이 프레이즈를 방해하거나 마디 끝에 있는 음들을 뭉쳐서 연주하다거나 음을 계속 틀린 음으로 연습하게 익숙해져서 고치기가 어려운 경우, 등등 정말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번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겠다. 

     

    악보를 지키는 것은 기초공사이다. 그 위에 어떤 예술적인 부분을 넣을 것인지는 그다음 문제인데 기초공사가 잘되지 않으니 당연히 그 위에 곡을 빠르게 쳐도, 감정과 셈여림을 넣어도, 어떤 손목 동작을 해도 전혀 음악스럽지 않은 것이다.     

악보를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연습할 때는 지금 치는 것이 정말 악보 맞게 정말 치고 있는지 흥에 겨워 넘어가지 않고 확인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이렇게 연습하는 게 불편할지라도 기초를 단단히 할수록 곡의 완성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먼저 악보대로 지켜서 연주하는 것이 앞장에서 얘기한 좋은 소리(음악)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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