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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경 Oct 16. 2023

학습태도

2. 레슨에서 중요한 우선순위 (3) 

2. 레슨에서 중요한 우선순위


3) 학습태도     


    학습태도라고 제목을 정해놓고 보니 학교에서나 어린 학생들에게 강조할 만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레슨 또한 이 학습태도에 따라 레슨의 질과 실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경우 친구끼리 같이 시작하더라도 학습태도에 따라 진도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데 억지로 하는 아이 이거나 나이가 너무 어린아이들(유아) 레슨 할 때 레슨 시간의 대부분을 학습태도를 바르게 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기에 정작 중요한 음악에 대해서는 할애받은 시간만큼 못 가르쳐 준 적이 많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학습태도는 피아노를 치는 바른 자세가 아니고 배우려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악기를 배우는 올바른 학습태도에 관해서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 3권> 머리말에 아주 좋은 내용이 담겨있다.     

성공에 이르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생각합니다.
1. 매일 쉬지 않고 연습하는 사람
2. 중심적으로 올바른 학습방법을 이용하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사람
3. 매일 좋은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
4. 자세에 주의하고 바르게 교정하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
5. 공부 시간을 매일 정해서 연습하고 점점 공부 시간을 늘려가는 사람
6.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곡을 보다 숙달되도록 연습하는 사람 (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
7. 서두르지 않는 사람,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8. 학습했던 모든 곡을 항상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
9. 훌륭한 연주가의 음악을 열심히 듣는 사람. 
 - 스즈키 신이치 /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 3권 P.7 머리말     


  이 나열된 항목을 보다 보니 마치 이것에만 정진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한정된 시간에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중요하다.          

    다 알다시피 레슨 때의 학습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실력 향상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올바른 학습태도를 가져야 하는데 필자가 생각하는 레슨 시간의 올바른 학습태도는 “배우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가?, 자기 고집을 버릴 수 있는가, 내가 듣기에 좋은 기준이 아니라 선생님이 말하는 기준에 맞출 것인가?”이다. 왜 이런 기초적인 부분들을 적었냐면 생각 의외로 이 레슨 시간에 “피아노를 배운다.” -라고 생각하기보단 “그냥 피아노 치며 시간을 보낸다.” -에 가까운 레슨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발전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발전하지 않는 태도로 인해 발전하지 않는 레슨 시간이 되어버린다. 

    

    어린아이들은 피아노를 부모님에 의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아서 학습태도가 준비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성인들은 어린아이들과 다르게 스스로 선택해서 피아노 레슨을 시작해서 배우려는 자세가 준비되어 있을 것 같지만 몇몇은 그렇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잘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하드(Hard) 하게 말고 적당히 가르쳐 달라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 못 할 것은 없다. 왜냐면 삶이 너무 바빠 여유가 없기에 피아노에 많이 집중하지 못하는 걸 레슨생 본인도 알면서도 피아노를 치고 싶어서 레슨을 듣는 것 자체로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필자가 교사 입장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힘 빠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적당히”라는 말 안에 왠지 모르게 “선생님 그렇게 얘기해도 저는 못 받아들이지만 조금만 강조하세요.” “무겁게 얘기하지 마세요.” “어려운 부분은 그냥 넘어갈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힘든 기준을 저에게 들이밀지 마세요.” “연습 많이 내주지 마세요.” -라는 말들이 들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적당한 레슨을 요구한 레슨생들은 어떤 부분에서 살짝 한계가 찾아오면 그 부분을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한 상태로 계속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배워도 실력도 안 늘고 기초가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건 적당한 레슨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적당한 레슨은 발전이 없는 레슨이 되어버린다. 피아노의 초보자는 초반에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익히고 손가락 훈련을 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어떤 악보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앞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악보에 나와있는 기초적인 것들은 정답이 존재한다. 옛날부터 4분음표는 1박으로 연주하기로 약속했고 음표 위에 점 표시는 짧게 끊어서 연주하기로 약속을 했다. (다른 나라도 똑같이 적용하기 때문에 아주 글로벌한 약속이다.) 우리는 그 악보에 나와있는 대로 약속 지키면서 연주해야 우리가 원하는 그 음악이 나오는데 여기서 적당한 레슨은 그런 약속들을 50% 정도만 봐달라는 것이다. 너무 빡빡한 2박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약간 느슨한 2박(2.5박 같은 느낌), 또는 여기서는 음을 빠르게 한 번에 찾아서 칠 수 없으니 좀 늦게 나오는 거나 다른 음을 건드리고 가는 음,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으니 여기만 느리게 치는 것. 이런 아주 작은 사소한 부분들이 한 곡 안에 모이게 된다면 곡이 어떻게 들릴까? 어찌 되었든 멋있게 들릴 리가 없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선생님이 필요하고 레슨을 받는다. 약속한 대로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적당한 레슨은 저런 문제가 발생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레슨의 질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배우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둘 다 레슨 시간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게 되고 레슨을 그저 시간 때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발전한다는 것은 거창하게 저것을 100% 다 완벽하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곡을 처음 연주할 때는 8마디 중에서 6마디를 틀리게 연주했다면 발전하려는 노력으로 인해서 8마디 중 5마디만 틀리게 연주하게 되는 것이 발전하는 것이다. 겨우 고작 한마디이지만 이러한 노력 자체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실력으로 향상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좋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발전하는 레슨으로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매우 간단하다.

선생님의 티칭을 신뢰함으로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 해보는 것이다. 약간 한계가 오고 잘 안되더라도 시도해 보고 부딪히는 것이다. 열 번을 도전해도 안될 수 있지만 그 안 되는 실패 속에서도 그러한 노력 자체로도 성장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도전을 가운데 분명히 기억할 것이 있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습의 양이 쌓이면 질이 나오는 것 맞지만 아무런 목표 없이 연습하는 건 우리의 한정된 시간을 효율성 있게 사용하지 못한다. 지금 하는 연습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께서 어떤 부분을 또렷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 천천히 연습해 오라고 했는데 연습할 때 또렷한 소리 내는 것보단 그냥 천천히만 연습한다면 원래의 학습목표에 도달하지 않는 결과와 또한 연습한 시간마저 아까워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연습이 무엇을 위한 연습인지 또 선생님이 가르쳐 준 이 연습 방법이 무엇을 위한 연습 방법인지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도전하는 와중에 간혹 가다가 선생님의 티칭을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 레슨생은 재즈를 배우고 싶어서 등록했는데 막상 클래식 같은 것을 레슨 받는 것이나 레슨생 자신이 얘기한 목표와는 전혀 다른 연습 방법을 제시하는 등등의 레슨을 받다 보면 그러한 의심이 들 만도 한다. “선생님이 내 의도를 잘 못 알아차린 것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선생님은 피아노를 오랫동안 배우고 공부하고 가르쳐온 사람이다. 지금은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들은 다 레슨생이 얘기한 목표와 연결되어 있다. 재즈를 배우는데 악보를 읽는 것을 배워야 하고 클래식 같은 것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어떤 장르이든 기초가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초가 되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손가락이 돌아가야 어떤 곡이든 소화해 낼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재즈의 뉘앙스를 올리는 것이다. 즉흥연주도 또한 그냥 아무거나 막 친다고 해서 음악이 되지 않는다. 즉흥연주가 음악처럼 되기 위해서 정해져 있는 코드톤부터 연습하는 것이다. 그러니 선생님의 신뢰함으로 연습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계속 의심하다가는 자신이 배워야 할 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    

  

    레슨에서 중요한 우선순위 세 번째 ‘학습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올바른 학습태도라는 것이 마치 무조건 “열정! 열정! 열정!” 하는 것처럼 의욕적으로 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근데 사실 인간인지라 어떻게 매번 의욕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게 아닌 느리지만 한 개라도 발전되게 하려고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아주 작을지라도 그것은 언제가 반드시 실력으로 돌아온다. 레슨에서도 이러한 노력은 레슨의 질이 올라가고 또한 그 레슨 시간이 레슨생뿐만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기대하고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레슨 시간을 재밌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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