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고스 Oct 10. 2022

의견은 있습니다만 무섭습니다

두려움과 용기

회사 내에서 잘 전파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두려움 하나는 용기입니다.




1. 상대가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스타트업은 사람이 귀한 편입니다. 만약 제 동료 중 1~2명이 떠난다면 우리 팀의 제품은 큰 타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새로운 분을 채용하려고 해도, 한번 포지션을 오픈하면 3~4달 채용이 지속됩니다. 그에 비하면 비즈니스 상황에서 일반적인 퇴사 예절이라고 불리는 1달은 아주 짧은 기간입니다. 4달에 걸쳐 채용을 한다고 해도 새로운 팀원을 온보딩 하고 함께 핏을 맞춰나가는데 최소 3달 이상이 추가로 소요됩니다. 그렇게 채용한 팀원이 수습기간 내에 퇴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물론 스타트업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스타트업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에는 상대가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할 때, 빙빙 돌려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하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피드백은 상대가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앗아가 버리고 말아요.


2. 낙인에 대한 두려움

회사라는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협업하는 공간입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제품과 비즈니스에 포커스 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해도 서로에 대해 깊이 있게 알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본질적으로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공간입니다. 큰 회의에서, 슬랙 채널에서 잘못 뱉은 한 마디가 우리의 이미지에 영향을 안 좋게 미쳐 회사 생활이, 나아가서는 커리어가 꼬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친구 사이에 약속 시간에 잠깐 늦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친구는 내가 성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증명하듯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회사 동료는 아닙니다. 회사 동료는 길어야 2년, 짧게는 3개월간의 시간을  같이 보냈을 뿐입니다. 업무 외적으로는 이야기해 볼 기회가 많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납니다.


3.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회사에서 내가 한 작은 행동이 회사에서는 손실로 직결됩니다. 버튼 하나 잘못 눌러서, 커뮤니케이션을 조금 누락해서 고객과 회사의 손실로 직결되거나 위험한 사고가 발생하는 식이죠. 그래서 작은 행동 하나도 조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구성원들은 방어태세로 전환하거나 회피 또는 합리화를 하게 됩니다. 학부생 시절 연구실에서 일할 때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모두 날려버린 연구원이 있었습니다. 백업을 하는 시스템이 잘 구성되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죠. 복구를 시도했지만 그동안 열심히 작성했던 연구자료와 실험 데이터가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그 뒤에 몸담았던 다른 모든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나 있었다고 전해 내려 옵니다.


개인적 차원의 해결책


1. 두려움을 인정한다.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왜 두려워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다소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일론 머스크의 창업 스토리를 생각해볼까요? 일론 머스크가 창업을 하기 전 한 달간 하루 1달러로 빵만 먹고사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론 머스크가 자기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했다는 것이에요. 일론 머스크는 창업하고 실패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할 경우, 내가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실험을 통해 그 부분을 확인한 거죠. 이렇게 내가 현재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고,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해결책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2. 두려워서 행동하지 못했을 때 내가 두려워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취업 준비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몇 가지를 꼽아 본다면 "돈이 떨어지는 것", "첫 취업이 원활하지 않아 장기적인 커리어가 꼬이는 것",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두려워서 면접, 시험, 과제를 잘 보지 못했다면 또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내가 두려워했던 위의 결과가 더 빠르게 찾아옵니다. 적당한 두려움과 긴장감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주지만 우리를 압도하는 두려움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요. 그래서 많은 좋은 선배, 선생님, 학부모들이 취준생의 두려움을 해소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한 지지와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십중팔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죠. 누군가가 지지와 지원을 해줄 수도 있지만 나 자신이 나에게 그런 지지와 지원을 해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

사실 내가 풀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이미 예전에 누가 풀어 본 적이 있는 고민이거나, 지금 다른 사람도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일 경우가 많아요. 만약 내가 회사에서 어떤 특정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어려움이 회사 내 다른 사람과 상의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동종업계의 종사하는 사람 중 나와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요즘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동종업계 커뮤니티, 직무와 관련된 사설 교육기관의 강의, 심리 상담 등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죠. 만약 이러한 활동에 부담을 느낀다면, 유튜브 시청, 퍼블리 등의 구독 서비스, 도서관의 책 등을 통해서도 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사람과 고민을 나눌 수 있습니다.


4. 대화

팀 내 관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대화로 해소할 수 있다면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질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오해를 방지하는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오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다만 대화는 상호작용입니다. 대화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서로 대화에 참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일단 나랑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위주로 먼저 대화를 시도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대화가 잘 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랑 대화가 잘 통하는 소수의 사람을 찾는 것은 쉽습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먼저 대화하며 대화의 범위를 확장해 보세요. 모든 사람과 대화를 원활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집중한 20%의 대화 상대가 80%의 효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여기서 수치는 은유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직 차원의 해결책


1. 매니지먼트

조직에 널리 퍼진 두려움은 관리되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 대표나 C-Level, 리더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회사 내부 구성원에게 널리 퍼지게 됩니다. 회사의 대표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놓여있게 되면 구성원들이 그 감정을 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게 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매니지먼트입니다. 매니저는 구성원들이 두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합니다. 더불어 그 두려워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실 본인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비행기가 넓은 상공 위에서 비행하는 경우, 계기가 고장 나고 위기 상황에 처하면 자신의 위치와 고도, 자세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매니저는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본인에게 인지시켜줄 수 있습니다. 또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하죠. 만약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것을 두려워하는 팀원이 있다면, 팀 전체가 함께 일정관리를 더 잘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방식으로 팀원의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2. 기록

기록은 개인적인 해결책인 동시에 조직 차원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팀으로 일을 하다 보면 실제로 내가 한 실수보다 더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하거나, 외부의 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인한 실패가 나의 실패가 되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게 된다면, 일을 하는 개인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없으며,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은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일이 무엇이고, 통제할 수 없었던 일이 무엇인지 시공간을 초월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만약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다면 당시 나의 어떤 결정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죠. 따라서 나의 실패가 확대되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험에서 기록이 나와 나의 동료 더 나아가서는 회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가능하지만 조직 전체가 함께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었을 때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3. 짧은 주기의 피드백

만약 여러분의 동료가 1년간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동료 평가나 팀장 면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왕창 쏟아냈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억울할 것입니다. 그중에는 만약 내가 처음부터 알았다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던 내용이 대부분일 테니까요. 이처럼 짧은 주기의 피드백은 조직 운영 차원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는 1:1 미팅, 정기 회의, OKR, KPI 등 다양한 피드백 장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피드백 장치를 잘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주기의 교정 가능한 피드백은 여러분의 성장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내가 잘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다만 여기서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거나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면 오히려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다만 기준이 높거나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은 객관적인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주 높은 목표라도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팀 내 전략이 존재한다면, 이미 팀 내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면 객관적으로 도전해볼 만한 목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과 비슷하게 조직 내에 전염된다고 오해받는 것의 대표로 "불만"이 있습니다. 흔히 불만은 전염된다고 말하는데요. 사실 제 생각에 불만은 전염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 내에 불만이 전파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지만, 해당 불만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용기는 전염되기에 누군가 해당 불만을 용기 있게 제기하자마다 다른 사람도 용기를 내서 불만을 제기한 것일 뿐입니다. 용기를 내지 않은 사람 중 일부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조용히 회사를 떠나거나, 익명 게시판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것입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의 불만 제기는 권장되어져야 합니다. 책임이 있다면 구성원들의 불만을 적절히 관리하고 수용하지 못한 회사 구성원 모두의 책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할게 뻔한데 무조건 하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