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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Oct 12. 2023

스웨덴 이민 1년 2개월의 기록 - 환경

그리고 개인

길거리에 웬 망가진 차 한 대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뭔가 싶어 다가가보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제로 사람들을 구출하는데 쓰인 엠뷸런스라고 합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TV나 인터넷에서 자주 접하며 어느새 무감각해졌던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 뿐이었는데, 눈앞에 마주하니 피부로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글 또한, 읽는 분들에게는 그저 또 다른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인터넷 글일 뿐일 것이기에, 안타깝고 또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은 왜 이리도 크고 넓고 무지막지한데, 그 속을 살아가야 하는 개인은 왜 이리 작고 무력할까요?

80억 명이 모인 세상 속에서 한 개인의 영향력이란 80억 분의 1일 정도일 테니 당연하지만서도 불합리하게 느껴집니다.




느낌, 그것은 감각이자 감각이 불러일으킨 감정입니다.

개인은 환경 속에서 매 순간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스웨덴에서도, 한국에서도 말이죠.


하지만 저는 살아가며 되도록 그 느낌들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은 다스리거나 극복하려 했죠.

기한은 내일인데 해결되지 않는 에러를 잡으려 회사에 남았던 그 밤에, 피곤하다거나 큰일 났다거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같은 느낌들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감정을 죽이며 살아갔습니다. 왜냐면 제게는 꿈이 있었으니까요.

이루고 싶은 일이 있었고, 아직 부족하다는 결핍과 그 목표에 다다르고 싶다는 욕망이 주는 힘은 강력했습니다.




삶은 결국 경쟁이니까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당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을 누볐던 엠뷸런스도, 한국에서 야근하던 밤들도, 스웨덴 취업을 위한 면접들도 그랬습니다.


이런 생각은 분명 제가 처음 떠올린 것은 아닐 겁니다.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면 누구에게익숙할 테니까요.

경쟁은 경쟁을 낳고 그 고리가 어디에선 취직, 어디에선 야근, 어디에선 전장의 모습으로 구현되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거대한 사슬에 묶인 개인에게 그 구속을 끊어낼 힘은 없습니다.

한 사슬에서 벗어날 순 있어도 그저 다른 사슬에 묶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민을 와서 실감합니다.

 


 

하지만 정말 삶은 경쟁이고 그 사슬에서 벗어날 순 없을까요?

네 정말 그렇습니다. 그리 여긴다면 말입니다.


그러전쟁을 넘어서는 화합의 이야기, 에러 해결법 알려주던 동료들, 면접을 도와주던 친구들과 가족들도 있습니다.

힘겨운 순간들을 지나올 수 있게 도와준 들이죠.


잎사귀들이 모여 만든 나무 그늘에서 한 숨 돌려봅니다.

같은 순간도 다르게 다가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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