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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r 12. 2024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부터 정하자

스톡홀름에서 집 구매하기 (1)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취업 이후 다음 목표를 "집 구매"로 정했다. 그래서, 매니저인 A와 대화하다 그녀는 어떻게 집을 구매하게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A, 나 지금 청년 주택(관련 브런치 링크)에서 살고 있는데, 원룸(Studio)이라 너무 좁아서 좀 더 넓은 집(House) 알아보는 중인데 찾기가 어렵네. 넌 어떻게 집 샀어?"

"나도  년 정도 알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어. 그런데, 너랑 아내랑 둘이 사는 거면 집은 좀 넓을 텐데?"

"아, House(주택) 아니고 Apartment(아파트) 살 거야."


그렇다. 영어로 집은 House라고 초등학생 때부터 배웠기 때문에, 나는 당연하게 "집 구매"를 "Buying a house"라고 말하는 실수를 꽤나 자주 저질렀다. 그러면, 듣는 사람들의 얼굴엔 '네가?' 정도로 해석하고 싶은 미묘한 표정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A처럼 "주택"을 사는 것이 맞는지 좀 더 물어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상하지만 외국인이니 뭐 그런가 보다'하고 별 말없이 넘어가기도 한다. 알아차리기 힘든 이런 작은 오해들은, 그들에게 난 외국에서 온 이해하기 힘든 이방인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가끔씩 되새겨준다.


물론, 집(영어로 House, 스웨덴어로 Hus)은 다양한 거주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집을 산다"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아파트 구매를 떠올리는 것처럼 스웨덴 사람이 "Buying a house"라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단독 주택 구매를 떠올린다. 여기 사람들은 젊은 시절엔 주로 "아파트(영어로 Apartment, 스웨덴어로 Lägenhet)에서 살다가, 가정을 꾸리게 되면 주택(스웨덴어로 Villa)으로 이사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인생 목표가 Villa(주택), Volvo(자동차), Vovve(강아지)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물론 "개인주의"가 중요한 스웨덴답게 모두가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도심의 좁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고, 외곽의 좀 더 넓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고, 결혼이나 삼보와는 관계없이 원/투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도 있고, Radhus처럼 아파트와 주택의 짬뽕 형태인 거주지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슬슬 어떤 집을 사야 할지 머리가 아파온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Villa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A에게 좀 더 물어봤다.

주택이 나란히 이어져있는 Radhus 예시


"그런데 A, 왜 Villa를 선택한 거야? 내가 처갓집 Villa에서 잠시 살았을 때 느꼈는데 잔디 깎으랴, 나뭇가지 주으랴, 낙엽 치우랴 엄청 번거롭던데?"
"음, 그렇긴 한데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이 뛰어놀 마당이나 개인 차고 같은 개인적인 공간도 보장되고, 무엇보다도 내 집이라서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좋아."


A가 말한, 집을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웨덴의 독특한 거주권(Bostadsrätt)과 주택협동조합(Bostadsrättsförening)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마치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처럼, 반대로 우리나라에는 없는 개념이라 이어질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이번 글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를 정하면서 마무리한다.


Lägenhet에서 사는 사람들, Vila에서 사는 사람들, Radhus에서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본 뒤 결론적으로 나는 아파트(Lägenhet)를 구매하기로 정했다. 우선 자동차 면허(한국 운전면허는 처음 거주하는 1년 동안만 유효)도 따야 하고(여기선 면허 따는데 비용이 이백만 원 내외로 든다고 한다.) 차도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아파트로 정했다.


아직 어떤 아파트를 살 지는 정하진 못했다. 지역도, 면적도, 연식도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지금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중으로, 1) 도심의 조금 좁더라도 새로 지하철 노선이 생기는 지역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나 2) 외곽의 넓지만 이동에 시간이 좀 더 걸리는 리모델링된 구축 아파트 위주로 알아보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독특한 제도인 Bostadsrätt에 대해 알아본 후, 보다 다양한 예시로 가지각색인 스웨덴의 아파트들에 대해서도 다루겠다. 180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도 있고, 방이 수십 개인 아파트도 있고, 세금이 5% 차이나는 지역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Förening이란 협회의 비용도 천자만별이다.


이렇게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여 내린 가장 좋은 집은 과연 무엇일까? 답이 나오지 않는 이 고민을 반복한 끝에 질문을 바꾸게 되었다.

가장 좋은 집보다는 가장 "살고 싶은 집"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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