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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r 23. 2024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알아야 할 거주권과 주택협동조합

스톡홀름에서 집 구매하기 (2)

솔직히 말하겠다.

거주권(Bostadsrätt)과 주택협동조합(Bostadsrättsförening)이 뭔지 아직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무슨 말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나중에 실제로 살아보면서 겪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핵심만 잡자. 거주권과 주택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출처)은 다음과 같다.

 즉, 아파트는 주택협동조합(이미지 속 주택 협회, 콘도미니엄 협회와 동의어)의 소유지만, 판매자와 구매자는 그 아파트에 거주할 권리를 거래한다.

저 글만 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거래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한다.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로 인해 거주권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내 마음대로 아파트를 수리하거나 구조를 변경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파트는 주택협동조합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글에서 A가 Villa는 "내 집이라서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온전한 내 집은 있을 수 있어도 온전한 내 아파트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지점에서 우리의 전세제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집주인이 개인이 아닌 협회이고 무기한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과 거주권 가격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나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등의 차이가 있다.)


이 독특한 거주권과 주택협동조합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주택 구매나 우리나라의 전세제도와는 다른 다양한 차이들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아파트 관리비와 유사한 Avgift가 있다. Avgift에는 일반적으로 전기세, 수도세, 주택 보험 등 운영비용이나 조합의 부채 상환 비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관리비와 달리 Avgift는 주택협동조합의 경제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두 집 모두 같은 지역(Vasatan)이지만, 첫 번째 집은 넓은 면적(260m^2)임에도 관리비가 0원이고, 두 번재 집은 원룸임에도 관리비가 매달 40만 원 가량 발생한다.

수익을 얻을 임대 주택이나 상점을 보유한 경우와 같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협동조합이라면 첫 번째 집처럼 Avgift가 0원일 수 있다. 반면에 그런 수익원이 없거나 조합이 부채를 많이 지고 있다면 두 번째 집처럼 엘리베이터도 없는 원룸임에도 40만 원가량의 Avgift를 내야 한다.

, 조합이 부채를 지고 있다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살 때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명의로 대출을 받을지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아파트는 꽤나 오래 사용되기 때문에 (첫 번째 집은 1912년, 두 번째는 1925년에 완공) 수도관이나 엘리베이터, 창틀을 교체하는 등의 개선 작업이나 외벽 보수, 부서진 시설 수리 등을 위한 관리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부분의 조합이 어느 정도의 대출을 가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합이 파산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요약하면, Avgift는 적을수록 좋다. Avgift가 0원이란 말은 관리비가 0원이란 말과 비슷하므로, 나도 집을 알아볼 때 Avgift가 얼마인지 항상 확인한다.


거주권으로 인해 또 다른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에 아파트의 주인이 조합이고 모든 거주자들은 전세 임차인이라면, 아파트를 건설할 때 비용은 많이 들어가고 수익은 별로 나오지 않는 지하주차장은 얼마나 많이 설계될까? 내가 살 집이라면 당연히 주차장도 가구당 1대씩은 가져갈 수 있게 설계하거나 넉넉하게 2~3대까지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여태껏 스웨덴에서 알아본 아파트 중에 어느 조합도 1가구당 1대의 주차장을 보유한 곳이 없었다. 적으면 가구당 0.5대인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길게는 1~2년 가까이 기다려야 주차권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그 주차비도 무료가 아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매달 30만 원가량의 주차비를 지불해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실외주차장으로 실내 주차장일 경우에는 여기에 추가비를 더 내야 하기도 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주차하려면 매월 비용을 내야 하는 조합도 있다.

정리하면, 아파트에 산다면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가성비가 좋다.


이렇게 적고 보니, 스웨덴 사람들이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내 맘대로 집을 관리 수 없는 데다가, 관리비도 내야 하고, 주차장은 턱없이 적은 데다 비용까지 는 아파트보다는, 나 같아도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당연히 마당에 개인 차고까지 딸려 있는 주택으로 이사 가고 싶겠다. 하지만, 주택협동조합에 단점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페인트를 칠하거나 부서진 곳을 보수하는 정도의 관리가 아니라, 많은 비용을 들여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고, 아파트 전 세대의 오래된 창틀(새시)을 일괄적으로 교체하고, 공용 세탁실이나 엘리베이터를 신식으로 교체하는 등의 장기적인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아파트 전부를 소유한 주택협동조합이 필요하다. 팔고 나가면 땡인 개인들로 이루어졌다면 100년 이상 아파트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650년에 지어진 아파트 이미지로 글을 마무리한다. 다음 글에서는 아파트들다양한 차이점들에 대해 자세히 다루겠다.

출처: he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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