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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y 24. 2023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총점: 8.5/10



- 내용 정리


죽음의 수용서의 영어 원제는 Man's Search for Meaning: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이다. 짧게 적자면, 상황과 반응 사이에 사람의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때, 의미 있는 선택을 해야 함을 잊지 말자.


첫 번째 장: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은 저자가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체험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강제수용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탈출하게 될 때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시간 순으로 적었다.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개인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제3의 관찰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강제수용소의 삶은 비참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 그러하듯, 사람 간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수용소만의 문화와 유머가 존재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며 변해가는 인간상을 그려낸다.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과 그에 반응하는 다양한 다양한 인간상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모든 인권을 유린당한 그 순간에도 선택의 자유는 남아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예들을 적는다.


두 번째 장: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은 보다 심리학적인 이론을 설명한다. 프로이트 학파의 쾌락의 원칙, 아드리안 학파의 권력에의 추구와 대비되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제3 정신의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의 핵심이다. 각 절에서는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의지, 실존적 좌절, 누제닉 노이로제, 정신의 역동성, 실존적 공허, 삶의 의미, 존재의 본질, 사랑의 의미, 시련의 의미, 로고드라마, 초의미, 삶의 일회성, 기법으로서의 로고테라피, 집단적 신경증, 범결정론에 대한 비판, 정신의학도의 신조, 인간의 얼굴을 한 정신의학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각 절 모두 핵심을 추려낸 엑기스여서 소제목을 생략하지 않고 모두 적었다.)


마지막 장: 비극 속에서의 낙관은 수용소의 삶 이후에 심리학자로써 저자가 겪은 사례를 로고테라피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이것이 어떻게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적었다.



- 감상


 너무도 슬픈 일은 오히려 담담하게 서술해야 그 진정할 슬픔이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겪지 않은 일제시대의 조상님들의 아픔에도 감정적으로 먼저 흥분해버리고 마는 나는, 자신이 겪은 아우슈비츠라는 참혹한 경험을 담담하게 서술할 수 있는 저자의 인내심 앞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것을 감상평을 적기에 앞서 먼저 고백한다.


 책을 읽으며 담장 밖의 자연은 너무도 자유롭고 아름답게 보인다거나, 하루는 긴데 일주일은 짧다는 구절들을 읽을 때,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군대와 너무도 흡사했다. 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구속과 억압된 기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저자의 말이 머리가 아닌 가슴에 다가왔다.


 되돌아보면 나의 군대 시절은 가족의 품을 떠나서 내가 성장을 경험했던 첫 번째 시기였다. 새롭고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오롯이 홀로 감내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책에서 인용한 니체의 말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군대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마치 외국어를 배울수록 한국어를 더 잘 이해하게 되듯, 나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말년 병장이 되고 나서부터는 다른 사람과 다른 나란 인간이 지닌 특질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고, 목표를 세우고, 독서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살아오면서 군대처럼 몇 번의 더 성장하는 시기를 겪었다.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깨달음을 얻은 시기.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탈락한 두 번의 취업 준비생 시절. 졸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보낸 석사 과정 등등.

 그 과정을 겪어온 후에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그 친구가 "우리들 중에서 고등학교 때보다 가장 많이 바뀐 애가 나 인 것 같다."라고 말해주었을 때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뿌듯한 감정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 내가 가여웠다.


 나는 서초구에 위치한 부유한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래서 나와는 다르게,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삶을 참 부드럽게 살아간다. 단순히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지도해 줄 수 있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은 참 무난하게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을 보내왔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다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면, 어른이 됐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서로 각자의 고민을 나누지만 해결책은 찾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화가 끝나고 나면 '이 친구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가장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이 복잡하게 다가왔다.


 오늘 밤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두 번째 법칙처럼 나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기 좋은 날이다. 좀 더 세련되게 말하면, 괜찮아, 사랑이야의 대사처럼 "굿나잇, 나의 친구들" 대신, "굿나잇, 장재열"을 속삭이며 수고한 나의 가슴을 토닥이며 잠에 들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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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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