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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10. 2023

블루 드림스 - 로렌 슬레이터

총점: 9/10


- 한 줄 서평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눈으로 정신 질환과 치료법을 바라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따뜻한 가슴으로 풀어냈다.



- 내용 정리


"블루 드림스"는 "중독의 시대"와 정반대의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중독의 시대"가 중독에 대해 관찰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학술적으로 서술한 것과는 반대로, "블루 드림스"는 이야기 작법을 과학에 적용하여 정신 질환이라는 미로 속을 헤매는 주인공의 시각에서 서술했다. 이로 인해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달라지게 되는 이 차이가 "블루 드림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실제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저자의 경험을 접하며 환자가 느끼는 감정에 이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는 현재 제약회사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해결 방안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용어를 통한 설명을 최대한 배제하고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하였기에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주관적인 서술로 인해 몇몇 부분에서 보이는 논리적으로 부족한 점, 구성의 짜임새가 떨어지는 점, 그리고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서술로 인해 오히려 내용 파악이 어려운 점은 이 책의 단점으로 본다.


하지만, 이러한 장단점은 저자가 언급한 이야기 작법으로 과학을 풀어내는 색다른 시도의 부산물이기에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책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저자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그 지나치게 낙관적인 바람을 비판하기보단 공감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책 목차를 정리하며, 내용 정리를 마무리한다.



1~4장은 정신과 약을 다룬다. 각각 최초의 약, 자연에서 얻는 약, 초기의 항우울제, 오늘날의 약(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으로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었다.

5~7장은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각각 플라세보, 실로사이빈, 엑스터시다.

8~9장은 오늘날의 치료와 그 윤리적 문제를 다룬다. 각각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약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수술이다.


목차와 장 별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1. 소라진: 깨어나! => 최초의 정신과 약, 기존 정신분석학과의 대립, 약을 통한 정신 질환의 원인에 관한 이론들

2. 리튬: 돌에서 나온 소금 => 마법의 탄환의 원조, 자연원소라 돈이 되지 않는 약(제약산업의 단점), 제약산업의 발전(쿤과 가이기)

3. 초기의 항우울제: 삼환 분자와 정신활력제 => 또 다른 정신과 약과 그 단점, 항우울제라는 이름의 무게

4. SSRI: 프로작의 탄생 => 또 다른 정신과 약과 그 단점, 우울증 약과 함께 증가하는 우울증, 원인은 무엇일까? (사회적 단절? 자본주의?),

5. 플라세보: 춤추는 병 => 약, 주사, 수술의 효과, 심리 상담, 노시보, 약만큼 효율적이면 왜 안 쓰일까?

6. 실로사이빈 (마법 버섯): 신의 살점 => 약물/세트/세팅, 지나친 낙관주의, 사랑의 중요성

7. MDMA (엑스터시): 부부를 위한 약 => 옥시토신을 통한 사랑 회복

8. PKM제타/ZIP (기억이 좋아지는 약): 순백의 정신 => 기억을 조절한다는 점의 윤리적 문제

9. 뇌심부 자극술: 리모컨을 쥔 사람은? => 의사는 환자의 감정을 조절해도 되는가?

에필로그: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오늘날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 인상 깊게 본 내용: 장점과 단점


1. 우선 단점부터 정리하자.

(1) 주관적 서술로 인한 논리적 허점의 예 "행복을 누리던 수치료 산업은 하향세를 탔고, 리튬 음료수는 1920년대 초 종적을 감췄다. 그러니 요산성 체질이라는 개념도 사라져야 마땅했다."(17%)를 보자. 수치료 산업이 사라진 이유는 리튬수에 담긴 리튬 함유량이 부족해서였지 리튬의 효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요산성 체질이란 개념도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2) 이야기적 작법을 적용하여, 책에서 무슨 내용을 다루고 하는지,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과학 지식을 다룬 서적으로써 단점으로 볼 수 있다.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지식 전달력은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3) 저자의 체험이나 약의 단점들을 반복적이고 불필요하게 서술하였기에 "굳이 이 내용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드는 지점들이 있었다는 점은 아쉽다.



2. 개인적으로는 1에서 언급한 단점들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과학 지식을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이야기로 서술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약처럼 서술 방법도, 단점이 있더라도 장점이 더 크다면 그럴 수 있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위한 저자의 시도를 높게 평가한다. 또한, 너무 많은 설명으로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웠던 단점 (3)은, 어쩌면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가 느끼는 감각을 느껴보라는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지 궁금하다.


이외에도, 의료진과 치료법은 치료 환경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분석적인 사고, 현대인의 관점으로 100년 전 우리 선배들이 직면했을 난관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맥락적 사고(6~7%), 어둠 속에서도 믿음을 갖고 연구 결과를 동력 삼아 꿋꿋이 노력하는 의지를 높이 사는 사람(13%)이라는 믿음의 중요성을 다룬 부분들에서 저자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 책에서 얻은 깨달음: 논리적 글쓰기와 스펙트럼적 사고.


1. 지나치게 이야기적으로 서술하느라, 오히려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다. "중독의 시대"와의 비교를 통해서 이야기적 작법이라고 해서 논리적인 글쓰기가 아닐 필요는 없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사이키델릭 부분에서 저자는 약이 남용되었던 과거와 현재의 약물 치료의 차이를 길게 서술하고 나서야 "마음가짐 set와 환경 setting"(62%)을 설명한다. 그러나, "중독의 시대"에서는 초반부에 "약물, 세트, 세팅'(5%)을 다루고 이후 예를 든다. 두 방식 중에서 두괄식으로 서술된 후자가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


그렇기에 적절한 두괄식 서술은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논리적으로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독자에게 친숙한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2. 저자는 제약회사나 자본주의를 일반화하여 비판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공과 과를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제약회사와 자본주의가 없었다면, 누가 정신과 약이란 우물을 파서 환자들에게 나누어줬을까? 그렇기에 그 공을 집는 한편, 돈이 되는 약을 팔기 위해 장기적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복제약 위주로 만드는 등의 단점, 다시 말해 제약회사가 우물을 독과점하여 일어나는 문제도 서술한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균형의 그 오묘함과 까다로움을 알게 된다. 그래서 섣불리 어떤 대상을 비판하지 않게 된다. 비판보다는 그 의도에 공감하고 장점에 주목하게 된다. 그런 뒤에, 어떻게 단점을 줄여 본래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저자가 제시한 플라세보, 실로사이빈, MDMA라는 대안도 단점이 없는 완벽한 해답일 리 없기에, 그에 담긴 지나친 기대에 동의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안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지지한다.


심리치료를 통한 연결이 정신 질환에 도움이 된다면, 마음 챙김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까? 이것저것 찾아보자. 저자도 말했다.

"그보다는 인류가 치료법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기술이 발전하며 근거가 뒷받침됐다고 봐야 한다." (7%)

어차피 인생 Trial & Error 아니겠는가?



- 삶에 적용할 사항: 모두는 우리라는 전지구적인 서사.


우울증 약이 나타난 이후에도 정신 질환은 계속 증가했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는 아직 정신 질환의 신체적 소인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파민도, 세로토닌도 원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는 고립적인 개인주의를 한 원인으로 들고, 그에 대해 끈끈하고 유연한 사회구조를 해결책으로 든다. 이 부분에서 다룬 일주일에 최소 4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미국 핵가족과 높은 자살률이란 내용에서, 52시간 근무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자살률 1위를 다투는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그러나 원인은 찾아낼 수 없지만,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의 마음은 책에 담긴 저자의 경험과 생생한 묘사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부분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의문이 든다. 정말로 나는 자신을 진열장에 전시할 수 있는 약을 원하는 것일까? 거기서 하루 종일 예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게?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내 광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29%)


단언컨대, 한 번도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행위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면, 약을 먹는 행위는 진정한 나를 사랑하는 행위가 아닌 것일까? 약을 복용하면서 저자가 고뇌했을 아이러니가 내 가슴을 무겁게 했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성동일 배우님의 대사가 떠오른다.

"암이다. 다리가 잘린 환자다. 그런 환자들이나 장애인들은 동정이나 위로를 받는데 정신증 환자들은 사람들이 죄다 이상하게 봐. 꼭 못 볼 벌레 보듯이. 큰 스트레스 연타 세방이면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게 정신증인데 자기들은 죽어도 안 걸릴 것처럼."


"괜찮아, 사랑이야"의 대사도,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여주는, 나아가 사람들의 연결을 회복시켜 주는 명대사들이었다. 우선 그 명대사들을 다음 링크에서 함께 나누고 싶다.

https://www.wikitree.co.kr/articles/364947


굳이 실로사이빈이나, MDMA 같은 사이키델릭 약물이 아니라, "괜찮아, 사랑이야"란 드라마를 통해서도 개인을 넘어서 원대한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전쟁"이란 책을 읽고 나서도 "모두는 우리로써 함께 걸을 권리가 있다."라고 느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심리치료든, 사이키델릭이든, 드라마든, 책이든 무슨 답이든 이미 곁에 있었다. 이미 난 원대한 세상과 연결된 전지구적인 서사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몇 달간 나는 전지구적인 서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었다. 그저 눈을 뜨고 이미 도래한 그 서사를 받아들이기였다.


"정신 질환은 경직된 정신과 전형적인 사고 패턴을 특징으로 보인다."

"수많은 고통의 중심에서 자만심을 지우고 관대하고 겸손한 마음을 남기자 사랑과 친절이 쉽게 흘러나왔다."(65%)




마지막으로, 고등학생 시절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를 정말 흥미롭게 읽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 저자의 진솔한 삶을 그려낸 이야기에 존경과 감사를 담아 서평을 마친다. 그리고 씽큐ON 7기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찾아 헤매던 전지구적인 서사가 이미 주위에 가득했음을 깨닫게 해 준 독서 모임을 운영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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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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