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04 01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 세바여

2026 04 01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 세바여 이보람공연

by 덕용안

2026 04 01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 세바여 #이보람공연


살면서 공연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한다. 재미없게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스스로도 생각하는데, 그것이 변명인지 설명인지는 글로 쓰다 보니 오히려 더 모호해진다.


그래도 신청했다.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이라는 곳에서 이보람 씨 무료 공연을 주최한다는 공고가 떴을 때.

운 좋게 초대장을 받았다.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이제라도 해보면 된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가봐야 아는 것이었다.




젊을 때는 그냥 사는 것이 힘들었다.


대학 시절에는 새벽까지 부모님 일을 도왔다.

학교에 가면 졸았다.

졸업하고 나서는 공무원 시험을 5년 봤다.

실패했고, 사업을 했고, 그것도 실패했고, 재판을 했고, 그것도 졌고, 쿠팡을 네 번 퇴사하고 재입사하길 반복했는데

이렇게 나열하고 나면 꽤 많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공연장은커녕

집이라는 곳에서 화면 속으로만 세상을 접했다. 너는 인생을 왜 그렇게 살았냐고 할 수도 있다.

변명할 말이 없다.


그 공고를 읽고 신청 버튼을 눌렀다.

손가락이 화면을 누르는 것치고는 뭔가 좀 오래 남는 동작이었다.

그 정체를 정의하지 않은 채 확인을 눌렀다.


당연한 것들이 처음이 되는 나이가 있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 같이 박수를 쳤다. 호응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목소리가 작았다.


나로서는 최대 호응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더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손바닥 안쪽에 잠깐 남았다. 열기 같은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것이었는지.


경기가 아니라 공연이었는데, 공간이 차는 방식은 비슷했다.

무대 쪽에서 마이크 소리가 울렸다.

목소리가 천장에 닿았다가 관중석으로 내려오는 그 궤적이

화면으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진동이었다.

귀가 아니라 가슴팍 쪽에서 먼저 받아지는.


한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타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봐도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시선을 고정해도 되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 허락이 생각보다 오래 눈에 남았다.


신청곡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팬들이 답하면 이보람 씨가 즉석에서 라이브로 짧게 불러주는 방식이었다.

숙녀에게를 듣고 싶었다.


말하려고 했는데, 입이 먼저 닫혔고 손도 올라가지 않았다


말하지 못한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사라지는 것인지, 어딘가에 그대로 쌓이는 것인지.




집에 도착하니 주차할 곳이 없었다.

평소라면 짜증이 났을 것이다.


“그날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이런 날은 이래도 될 것 같았다.”


집에 들어와서 유튜브를 켰다.

숙녀에게를 찾아서 들었다.

공연장에서 못 들은 것을 여기서 들었는데

같은 노래인데 이어폰으로 듣는 것과 그 공간에서 듣는 것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브런치 통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처음이고 . 농구장 직관도 처음이다. 이보람 씨 공연을 보고 온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인걸 하나더 추가해볼까 생각중이다. 소설이란 이름으로 내 목소리를 밖으로 내어보고 싶다.


서툴더라도


이제라도 해보면 된거지

월,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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