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루나무 Oct 26. 2020

가족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집에만 있으면서 그게 왜 필요해?”

“프리랜서도 사업이랑 똑같아.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해야지. 출판사 편집자분이나 서점 같은 데 가도 필요하다고 하면 줄 수도 있잖아.”

그 말을 듣고도 엄마는 조금 생각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나는 왜 그걸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 말을 듣고 더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설득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마침 아빠가 집에 왔고 인사한 뒤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저 누워 있는데 눈물이 났다.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닌데 왜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 굳게 다짐했다. ‘이해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 일은 내가 하는 거니까 소신대로 밀고 갈 거야.’


회사 다니면 그쪽에서 내가 일한다는 증거로 출입증과 명함을 만들어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이름을 알리려면 스스로 알아서 돈을 들여 만들어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고, SNS로 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야만 비로소 일이 하나둘 들어오는 것이다. 절대 알아서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장에서만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데다, 20대 초반에 나와 동생을 낳고 지금까지 엄마로 살아온 사람이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해하는 게 더 이상하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맞다. 하지만 적어도 모른다면 딸이 말하는 것에 대해 반박을 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들어보려는 태도쯤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엄마는 자기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할 뿐이었다. 공감해보려고 이해해보려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물어보고, 딸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기 생각을 늘어놓아도 충분하다. 무작정 자기 생각이 맞다고, 옳다고 말할 것이 아니고. 대화를 하자고 아무리 말하고 태도를 취해도 이런 식으로 나오니 무기력해졌다. 어이가 없는 나머지 말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괜히 말했다 내 입만 아프겠다 싶었다.


정말 모르겠다. 저번에 설명 다 해줬는데 이번에 까먹은 것 같아 다시 설명해줬는데 듣는 사람의 태도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였다.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딸이 이렇게까지 해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일일이 다 설명하고 설득해서 데려가고 새로운 곳 구경시켜주고 엄마 지루하고 심심할까봐 데려가지 않아도 되는 곳까지 같이 가서 직접 보여주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엄마 생각에 내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최대한 엄마에게 맞춰서 애쓰고 있다.


아무튼 정말 짜증도 나고 무기력해져서 책은 별로 보지 않았다. 애쓰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무기력함을 주다니. 가족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나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전 10화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