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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나무 Oct 29. 2020

게임이 뭐라고

엄마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든 생각

오늘도 일어나기 힘들었다. 보통 9시에서 10시 늦으면 11시 넘어서 일어나기도 하는데, 계속 잠이 쏟아졌다. 그래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10시 조금 넘어서 일어났다.     


요즘 며칠 전부터 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3개씩 같은 모양끼리 맞추면 되고 한 판 다 깨고 나면 골드(돈)를 준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머물고 있는 방을 꾸밀 수 있는 티켓 같은 것을 하나씩 주는데 그걸로 집을 수리하고 새것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방에서 인스타 하다가 엄마 뭐 하나 싶어 갔더니 고양이가 잔뜩 나오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원래 하던 게임이 있는데 그게 레벨이 너무 높아진 나머지 깨기가 힘들어져 깔았다고 한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귀여워서 해보고 싶었다. 이름이 뭔지 물어보고 앱 스토어에서 찾아 바로 시작했다.


해보니 초반이라 금방 깨고 고양이도 귀엽고 방도 꾸미고 폭탄(게임을 잘 깨주게 도와주는 아이템)도 많이 나와서 할 만했다. 요즘 게임은 단순해보이는 것도 다 스토리가 있어서 나름 흥미진진하다. 좀 전까지 레벨이 107인가 그랬으니까 이제부터 진짜 어려워진다. 쉬우면 참 좋겠지만 그러면 또 재미가 없으니 어려워도 깨고 나면 그만큼 성취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게임은 초보자 때는 아주 쉽지만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서 레벨에 맞는 장신구나 장비, 무기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몬스터(게임에 나오는 괴물 같은 것, 귀여운 것도 있고 줄여서 몹이라고도 한다)도 잘 못 잡고, 자꾸 HP(게임에서 말하는 체력)가 떨어져 금방 죽는다. 머리숱이 풍성하면 더 예쁘거나 멋지게 보이는 것처럼, 게임에서 장비가 좋으면 몬스터들도 많이 잡고 레벨도 금방 오를 수 있다. 게다가 레벨이 높고 장비가 좋으면 게임 내에서 명성이 높아지며 사람들의 관심도 받는다. 이 때문에 장비빨’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래서 다들 ‘현질’(게임을 잘하고자 현금을 결제해서 아이템을 사는 것)을 한다, 게임 잘하려고.   

 

왜 그렇게 게임에 목숨 거냐고, 그거 왜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상 현실이 뭐가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돈 잘 벌어서, 투자 잘 해서 편하게 먹고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세계에서 부자인 사람 몇 위라는 둥, 이렇게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둥 하지 않나. 과연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늘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며 인간 관계가 어려워 힘들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직장 상사라고 해서 마음 편한 것은 아니겠지만, 일상이 그렇다.

     

하지만 게임의 세계는 다르다. 처음 들어가면 NPC(게임을 잘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튜토리얼이라고 해서 초보자들이 잘 적응할 수 않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준다. 그러고 나면 미션이 주어져 어떤 몬스터를 잡으라고 하거나 혹은 어떤 물건을 모으라고 하며 가끔은 보스몹(한 장소에서 가장 힘이 센 대장쯤 되는 몬스터)을 잡으라고 한다. 또는 돈을 얼마까지 모아서 무기를 강화(무기에 능력을 부여하거나 단단하게 만들어 죽었을 때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며 그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렇게 하다보면 중독되어 계속 게임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탓에 뉴스에 게임을 며칠 내내 하다 죽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리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잘 이용한다면 게임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흔치 않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피씨방을 다녔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게임만 죽어라 한 적도 있어서 그런지 게임을 하는 것에 편견은 없다. 그래서 엄마가 갱년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게임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가끔 너무 현질을 해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전처럼 아무 의욕 없는 것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나와 동생이 어릴 적 게임을 많이 하다 어느 순간 안 하는 것처럼 언젠가 엄마도 그럴 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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