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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나무 Oct 29. 2020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테니까

오늘은 병원에서 한 주간 공황 증상이 두 번 정도 나타나고 엄마와 싸워서 역행하듯이 울고 내가 죽어야 하나 하는 생각과 불안이 너무 심해진 이야기를 했다.    

  

사실 어제 은행에 갔을 때 자리에 앉았다. 잠시 엄마와 대화를 하고 잠깐 멈춘 그때 갑자기 숨 쉬기가 힘들고 가슴이 꽉 막히면서 빨리 뛰었고 왼쪽 등이 아파서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가 게임 해보라고 권해서 하다 보니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것처럼 점차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덕분에 다행히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었다.  


선생님이 자해는 안 했냐고 물어보셔서 안 했다고 이야기했다.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 너무 상처였고 속이 상하고 서운했다고. 선생님은 차라리 싸우는 것이 낫고, 워낙 우울증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자랐고 그렇게 배워서 이해 못할 수도 있으니 그런가 보다 하라고 말씀하셨다. 나같이 젊은 사람들은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다르지만 우리 엄마 아빠 세대나 그 전 세대는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없어지면 안 된다고 하셨다. 나는 안 없어진다고 절대 안 그런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 덕분에 엄마와 싸우고 역행해서 숨이 넘어갈 것 같았을 때, 잘못한 거 없다고, 괜찮다고, 얼마나 잘하는데 하면서 스스로 다독였더니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던 가슴이 점차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앞으로도 스스로를 그렇게 지지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렇게 해야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안 우니까 기분이 좋다고 했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랬던 것 같다. 몇 주간 계속 펑펑 울었는데 오늘은 거의 울지 않았다.   


그래도 앉았다 일어서면 자꾸 어지럽고 풀썩 주저앉는 일도 여러 번 있고, 약간의 불면증이 있고 해서 약 용량을 조정했다. 몸이 덜덜 떨리는 증상이 계속 있어서 바꾼다고 했다. 다행히 2주 전부터 바꾼 약이 잘 들어서 이런 과정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은 이런 과정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힘들어하다가도 점차 좋아진 사람들도 많으니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번 이 이야기를 듣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니 지금은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선생님 말씀이니 믿어야지. 그래야 언젠가 좋아졌을 때 웃으면서 이런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말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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