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묵묵히 살아가는 프리랜서의 마음이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우울증 걸린 다음부터는 일상이 되었다. 병원에 가거나 약속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어 마트나 슈퍼에 사러가거나 약국 가거나 가족들과 밥 먹으러 갈 때 빼고는 나간 적이 없다. 다들 밖에 나가서 산책하라고, 움직여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쉽지가 않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부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나마 규칙적으로 자려고 하고 약도 일정한 시간에 먹으려 하지만, 전에는 일본어와 번역 공부를 하느라 잠을 억지로 깨우려 커피 우유나 콜라를 엄청 마셔댔다. 투잡(1, 2년 동안은 프리랜서 쪽에 벌이가 아예 없었다)을 뛴답시고 처음 알바와 번역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를 4시간만 자며 할 정도였다. 그 후 대상포진이 생겨 한 달 동안 고생하고 나서 조금씩 스케줄을 조정했지만, 여전히 무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지 4년째가 되었고 두 달 전까지 그래 왔기에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껴온 터라 조금만 쉬어서는 풀리지 않기 때문이리라.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일이 많아졌고, 직장을 그만두고 교정을 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일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해가며 하고 있다. 더불어 쉬어야 한다는 말에 잠을 자는 일도 잦아졌다. 전에는 쉬기는 하나 온전히 쉬는 것이 아니었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네이버 포스트)를 많이 보고 다녔고 어떤 책이 나왔는지, 요즘 어떤 것이 유행하는지 파악했다. 지금은 귀찮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거나 유튜브에서 재밌는 영상을 보거나 잠을 잔다.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훨씬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기분이 안 좋으면 그게 계속 유지되다가 잠깐 좋아지기를 반복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약을 먹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작용이 있으니 그것을 감당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하나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그럴 만한 힘이 나지 않아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 일어서면 갑자기 어지럽다. 밤에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불빛을 켜서 앞이 부옇게 보이듯이 눈 앞이 빛이 반사되면서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은 그러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그 자리에 주저 앉는 일도 두세 번 있었다. 그러니 전처럼 똑같이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머리에서 그런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이다.
드러내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지금이 마음은 편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며,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전문가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있고, 약을 먹고 있으며, 가족에게 양해를 구한 상태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전에는 받고 싶은 마음조차 없을 때도 있었고, 알았지만 두려웠으며, 돈 걱정이 앞서서 무시한 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지레짐작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아 내 심정을 토로했고, 가끔 엄마와 싸우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 내가 그렇게 해왔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그러니 힘들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고,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감을 느낀다.
서른이라는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이런 상황이 웬 말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서른쯤 되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만 했었는데 우연치 않게 직장을 관두고 난 뒤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물론 지금처럼 생활하려면 꾸준히 일감도 있어야 하고, 일이 없으면 비빌 언덕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시기를 잘 버티고 난 후 일감이 많아져 더는 취직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되면 취미가 일이 되듯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지금이야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에게 기대고 있지만, 언젠가 완전한 자립을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아야 전처럼 다시 열심히 활동하며 스스로 다독이며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은 약 잘 먹고, 힘든 상황이 오면 무리하려 애쓰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힘들다 싶으면 멈췄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하고 그러다 늦어지면 내 속도대로 천천히 가면 된다. 굳이 강해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신과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사람이 늘 강할 수는 없고 나약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나라는 존재, 즉 자존감이 강하면 잘 버틸 수 있다고 하셨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묵묵히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