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의 추억'과 드라마 '도깨비'
열심히 근무하던 오전,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짧은 통화를 마치자 앞에 앉아 있던 직원이 말을 건네 왔다.
“팀장님, 핸드폰 벨소리 정말 좋으네요. 무슨 곡이죠? 귀에 익은데 기억이 날 듯 말 듯 해요.”
"이 곡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흠... 그럴 수 있지"
캐나다의 시인 조지 존슨이 사랑하는 아내 매기 클라크를 기리며 쓴 시, 「매기의 추억」은 시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꼽힌다. 존슨은 교사로 재직하던 20대 중반에 일곱 살 아래의 제자였던 여고생 매기와 사랑에 빠졌다. 존슨과 매기는 방과 후 학교 뒷산에 올라 함께 거닐며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이야기 하며 마음을 쌓았다. 물레방아가 도는 금잔디 동산은 한참의 시간 후에 봄장미가 만발해 있을 곳이었다.
존슨과 매기는 존슨이 26세가 되던 1865년에 결혼했다. 그리고는 캐나다를 떠나 미국 오하이오주로 이주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왔고, 존슨은 평생 아내를 잊지 못했다. 그는 종종 그들이 함께했던 캐나다 토론토를 찾았다. 더 이상 매기가 없는, 장미꽃이 만발한 그 언덕을 홀로 걸으며, 여전히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거친 소리를 들으며 아내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매기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시가 되었고, 바로 그것이 「매기의 추억」이다. 이 시는 그의 시집 『단풍잎』에 실려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
나의 최애 인생드라마는 단연 「도깨비」이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단풍국을 거니는 착한 김고은과 고민남 공유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그들의 재회 역시 바로 그 단풍국, 어느 언덕에서 이루어진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단풍국은 캐나다의 퀘벡 지역이라고 한다. 드라마 속 아름다운 단풍나무들, 그곳으로 통하는 비밀의 문, 그리고 「매기의 추억」이 실린 시집 『단풍잎』이라는 이름까지 그 이음이 참 곱기만 했다. 존슨과 매기 역시 언젠가는 세월을 넘어 다시 그 언덕에서 재회하길 바라본다.
“우연히도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도깨비」에도 이 단서가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서 김고은과 공유는 그 단풍국, 캐나다 퀘벡의 어느 언덕에서 민들레 홀씨와 함께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그 아름다운 배경과 시의 감성이 닮아있다...”
직원은 감동한 듯 말했다.
“아, 그런 사연이 있는 노래였군요. 지금 당장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말에서 진심을 느꼈기에 나는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가 봐요.
시인 존슨은 시를 통해 아내를 세상에 남겼죠. 내가 몇 년 전 성경 에베소서의 그 지역, 에페소를 갔을 때, 수많은 돌무더기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인간이란 무언가를 남기려는 존재구나.
무언가를 남기려면 변하지 않아야 하니까 돌에 새기는구나… 영원히 변하지 말라고요.”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누군가의 기억에 나를 남기고 싶고, 후손들에게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시간을 이기고자 하는 인간의 고군분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말도 있다. “진정한 죽음이란 육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것이다.” 그 잊혀짐이 두려워 누군가는 돌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 대부분의 비석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능하고 세련된 일부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남긴다. 고흐 같은 화가는 그림을 남겼고, 덕분에 동생 테오의 이름도 함께 남았다.
이렇듯 누군가는 글을 썼고, 누군가는 노래를 했다. 나약한 인간이 자신을 남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이런 예술이 아닐까 싶다. 전쟁을 일으켜 이름을 남기거나 산업을 일으켜 자신의 존재를 남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흘러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 사람은 나에게
나는 그 사람에게
지금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우리들 모두는 누군가들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을까
제 글이 괜찮으셨다면 이 곡과 함께 머물러주시기 바랍니다. 힐링 되실거 같아요.
제 핸드폰 벨소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