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탐나는 TV > 첫 녹화 방청과 시청 후기
“MBC < 탐나는 TV > 작가입니다.”
어느 날 평소 잘 쓰지 않는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최근에 < 브런치 >에 쓴 비평문을 보고 온 연락이었다. “그럴 깜이 안 된다”며 주저하고 있었는데, 작가는 예전에 썼던 기사와 글을 구글링으로 이메일 주소를 찾아 연락을 했다고 했다. 과거에 쓴 글을 봤다는 얘기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고, “MBC가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에 주저하던 마음이 움직였다. 그렇게 지난 9월 14일 저녁 7시, MBC < 탐나는 TV > 녹화장으로 발걸음을 잡았다.
MBC < 탐나는 TV >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다. 언론에서 옴부즈맨은 “시청자의 불만을 수렴, 언론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내부에서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방송사가 시청자의 접근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방송법에 명시되어 있는 ‘시청자주권주의’를 실현하는 방안 중에 하나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옴부즈맨 프로그램 MBC < 탐나는 TV >는 사전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았다. 기존 < TV 속의 TV >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청자에게 다가서려고 했다. 14일 첫 녹화 현장에 모인 다양한 연령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25명의 모습을 볼 때면 그러했다. 22일 첫 회 방송과 29일 두 번째 방송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MBC가 지금, 시청자의 다양한 생각을 얻기 어떤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뻔했다. 대개의 자사 비평 방송이나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자사 방송을 자화자찬하거나, 방송사 내부의 실적을 외부에 알리는 ‘뻔’ 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쳤었다. 잘못된 문제를 꼬집기도 했지만, 단순한 문제를 언급하는데 머물곤 했다. 방송심의에 위반이 되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논란은 최대한 작게 보여주고, 잘한 것 위주로 보여줬던 게 현실이었다.
여기에 기존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해왔다. 전문가들이 우르르 출연하여, 방송과 언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쏟아냈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하면 프로그램에 대해 심도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방송이나, 제작환경과 같은 방송 외적인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일장일단(一長一短). 기존의 방송 관행은 특정 부분만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그쳐, 일반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하게 한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면 편하다. 전문가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비추고, 이들의 의견을 오디오로 녹음해 방송하기만 하면 된다. 별다른 수고 없이, 간단한 편집 과정을 거쳐 우리 방송법에 명시된 의무와 책임을 다하게(?) 된다. 자사 프로그램의 단점을 가리고, 장점은 부각해 외부에 알릴 수 있는 효과는 덤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MBC < 탐나는 TV >는 과감 없이 털어냈다. 왜 MBC 드라마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지 못한 지 전문가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문제점을 집어냈다.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리는 MBC가 과거 전성기에 비해 현재 부진한 이유, 최근에 새롭게 출발을 하고자 했으나 발걸음이 더딘 배경을 다양한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자사 프로그램을 비평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야심 차게 시작했으나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린 예능 MBC < 두니아 >에 대한 다양한 분석 했다. 다시 시청자 곁을 찾아온 MBC < 진짜사나이 300 >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파일럿 방송 이후, 방송을 넘어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시사교양 MBC < 실화탐사대 >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봤다.
지난 방송에서 MBC < 탐나는 TV >는 보여줬다. 특정 전문가 중심으로 방송의 모든 내용을 다루려는 기존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매 꼭지마다 거의 다르게 출연해 특정 방송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의견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방송 의도를 살피고 맥락을 짚어줬다. < 탐나는 TV >는 전문적인 분석으로 ‘깊이’를 주면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방송의 ‘넓이’를 넓히려고 했다.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MBC < 탐나는 TV >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단순히 교환하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며 때로는 설득을 하기도 하고, 설득당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의견 사이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며, 앞으로 방송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특정 전문가 한 사람이 출연, 자신의 의견을 시청자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기존 방송에서 탈피해 시청자와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MBC < 탐나는 TV >는 특정 분야의 방송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여러 방송을 되돌아봤다. 스튜디오에는 전문가만 출연하지 않고, 실제로 방송을 만든 제작진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전문가들과 마주 보고 앉아, 방송의 의도를 설명하고, 전문가와 시청자들의 의견에 답변했다. 날카로운 분석과 예리한 지적이 불편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으며, 앞으로 어떤 자세로 방송을 할 것인지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 옴부즈맨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밖에도 전민기 빅데이터 전문가가 스튜디오에 출연, 통계와 수치를 근거로 방송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다. 객관적인 자료를 가져와 현재 MBC < PD 수첩 >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봤는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는지, 그래서 무엇이 시청자의 주된 관심 사항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제작진 입장에서 이러한 자료가 불편할 수도 있는데 MBC < 탐나는 TV >는 거리낌 없이 제시했다.
앞서 언급했듯 MBC < 탐나는 TV >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 탐나는 TV >는 그동안 2018년 MBC에서 했던 예능, 드라마, 시교 방송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했다.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때리며, 앞으로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시청자에게 어떻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인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러한 시도는 문제가 전혀 없었고, 기존의 자사 비평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 MBC < 탐나는 TV >에서 보고 앞으로 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 지난 9월 14일 < 탐나는 TV > 녹화장에서 25명의 시청자가 MBC 방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었다. 이날 녹화장뿐만 아니라 지금도 MBC를 보고 있는 다양한 시청자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시청자게시판에 남기고 있다. < 탐나는 TV >에서 지금까지 소개된 프로그램의 ‘시청자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기록되어 있다. 앞으로 이러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자주 소개해줬으면 싶다.
지금까지 MBC < 탐나는 TV >는 방송법에 명시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였다. 이 모습을 잃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는 ‘시청자의 불만을 수렴’하는데, 비중을 뒀으면 한다. 모든 시청자의 의견을 방송에 반영할 수 없지만, ‘시청자게시판’에 직접 남긴 의견을 소중히 다뤘으면 한다. MBC 다른 방송에서 절대로 탐할 수 없는, < 탐나는 TV >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역할과 활약을 앞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