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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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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Nov 20. 2018

T. M. I.

MBC 청년시청자위원 'M씽크' 자기소개서와 면접후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리고 지금 그 끝의 언저리에서 다시 처음을 이야기해 본다. 즐겨찾기로 추가해 매일매일 챙겨보던 MBC 홈페이지를 보고,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지원했던 ‘MBC 청년시청자위원’의 지난 설렘에 대해, ‘1기’라서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몰랐던 막막함에 대해,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던 ‘자기소개서’와 ‘창작콘텐츠’를 공유하고자 한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식은땀이 절로 나던 M싱크 고군분투 면접 과정을 공개한다. 지난 M씽크 활동에서 얻은 값진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래서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몇 글자 남겨 본다.


MBC 청년시청자위원 ‘M씽크’ 포스터

1. 습관


오늘도 어제에 이어 MBC 홈페이지를 들여다본다.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고 처음 익힌 습관이다. 방송국 사정을 잘 알아야 좋은 논문과 리포트를 쓸 수 있다는 대학교 은사님의 가르침은 그렇게 쌓이고 쌓여, ‘M씽크’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하루에 한 번, 매일매일 MBC 공지사항을 챙겨 본 덕분에, M씽크 공지가 뜨자마자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M씽크’와의 만남은 우연처럼 다가왔지만 내 삶의 일부이자 습관에서 시작됐다.


이러한 습관은 M씽크 활동 속에서도 십분 발휘됐다. MBC 공지사항을 꼼꼼히 챙겨 보는 습관 덕분에 1993년에 시작한 MBC <출발! 비디오 여행> 25주년 행사에 별도로 참석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MBC 공지사항에 뜬,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MBC '용인 대장금파크' 현장탐방에 지원해, MBC의 대표 드라마인 <대장금>,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을 촬영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단순히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들은 ‘M씽크’ 글 "50주년도 기대해" 로 이어졌고, “나도 이 프로그램을 10년째 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방송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얻어냈다. 앞으로 이 부분을 염두 해 두고 방송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다짐도 엿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아주 사소한 습관은 M씽크 활동을 이어졌고, 그렇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게 했다.


2. 자소서


작은 습관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사실 그 시작은 막막했다. ‘MBC 청년시청자위원’인 ‘M씽크를 뽑는다’는 기쁜 소식에 마음이 들떠, 심장이 멋대로 나대고 있는데, 막상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1기라서, 첫 기수라서 조언을 얻을 상대도, 참고할 만한 내용도 없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열정은 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가늠이 쉽게 되질 않았다.


그래서 남겨본다. 지원 당시 가장 큰 고민이자, 앞으로 ‘M씽크’ 활동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적어 본다. 지원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내 스스로 가장 고민을 많이 했고, 신경을 쓰며 준비했던 ‘자기소개서’와 지원할 때,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창작콘텐츠’ 내용을 아래에 남겨 본다.


① 지원동기 (500자 내외)


2017년 12월 1일 MBC 골든마우스 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MBC를 만들겠다는 사장 후보자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세 명의 후보자들 포부와 다짐은 각각 달랐지만, 앞으로 ‘시민의 눈높이’에서 방송을 제작하겠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한 저널리즘을 토대로 MBC 방송을 지켜봤습니다.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민단체에서 6년간 활동가로 활동하며, MBC를 대하는 시민들의 온도를 직접 체감했습니다. ‘저널리즘’이라는 원칙에서, 시청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콘텐츠 관점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MBC의 아쉬움을 확인했습니다.


MBC는 현재 ‘정직’이라는 무기로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그동안 제가 MBC를 보며 고민했던 생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합니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기억하며, MBC가 다시 좋은 친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청년시청자위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② 자기소개 (본인의 수상내역 및 이력 포함, 500자 내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주최하는 제20회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트루먼이 찾아왔다!"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관찰 예능의 어두운 단면을 지적해, 앞으로 보다 더 나은 방송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출판사 <창비>에서 ‘여성 혐오와 차별’에 관한 주제로 한 공모전에 "꼬리친 거 아냐?" 성폭력 피해자는 이런 말을 들었다" 라는 글을 제출해 ‘장려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성폭력을 당한 여성을 구한 뒤 겪었던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 우리 시대 ‘인권’과 ‘여성’의 현주소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지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TV조선> 시청자 위원으로 1년간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대담 토크쇼를 매일 시청하며, 하루에 한 편씩 프로그램 비평 보고서를 작성,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보다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제가 해온 경험과 능력을 살려, 보다 더 나은 MBC를 위한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지원서에 명시된 분량에 따라, 그동안 내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내용을 간추려 적어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주어진 지원서 분량에 딱 맞게 냈다. 평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경험을 토대로 내용을 작성했고, 공모전에서 상을 받게 했던 수상 경험들이 지원서를 작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내 안에 있는 걸 솔직히 담아내자’는 마음으로 간단명료하게 쓰려고 최대한 공을 들였다.


③ 창작콘텐츠


‘MBC 청년시청자위원’인 ‘M씽크’가 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다. 앞서 작성한 지원서와 함께, ‘예능/드라마/보도/시사교양/MBC 브랜드 이미지’라는 각각의 분야에 ‘웹툰/일러스트/동영상/카드뉴스/글쓰기’ 개별 형식으로 자신만의 창작 콘텐츠 1편을 작성해 같이 제출했어야 했다.

 

웹툰은 평소에 하고 있었고 할 줄도 알았으나 미흡한 수준이었다. 일러스트는 마음만 있었을 뿐 평소 주저하던 신비의 영역이었다. 동영상은 나름 잘 다룬다고 생각했으나, 20~30대 청년들이 많이 지원할 이번 기회에 경쟁력이 없을 거 같았다. 카드뉴스도 마찬가지.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 평소 틈틈이 시간을 쏟고, 관심을 기울였던, 그래서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해 괜찮은 성적을 거뒀던 ‘글쓰기’ 분야에 지원했다.


지원 당시 MBC는 전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주고 있었다. 대내외적인 언론보도와 홍보자료뿐만 아니라 실제로 MBC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MBC 최승호 사장이 MBC 구성원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는 2018년 신년사에 부합하는 참신한 시도와 도전은 다양한 파일럿 방송으로 제작되어 전파를 타고 있었다.


그래서 썼다. 평소 미디어 비평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기에, 당시 즐겨 보던 MBC <판결의 온도>가 파일럿을 넘어 정규편성이 꼭 됐으면 하는 마음을 실어 ‘창작콘텐츠’를 작성했다. ‘진심은 통한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따라 파일럿 방송을 보고 아쉬웠던 내용, 미흡했던 부분, 그래서 어떻게 앞으로 정규편성이 됐으면 하는지를 적어 “MBC <판결의 온도> 정규편성을 위한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제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M씽크 1차 서류전형 합격 이메일.

3. 면접


1차 합격 이메일을 받고 고마웠다. 아마도 지원자들 중에 내가 나이가 가장 많을 텐데, 나만 30대 일거 같은데, 서류통과에 면접 기회를 준 점이 너무 감사했다. 2차 면접은 딱히 준비할 게 없었다. 자기소개서에 MBC에 대한 내 진심을 이미 가득 실었고, 창작콘텐츠에는 MBC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진심 어린 충고를 충분히 담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면접 당일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서 상암동 MBC까지 걸어서 15분인 것도 좋았지만, “다시 만나도 또 좋은 친구”, “시청자에게 다시 다가서겠다”라는MBC의 변화와 시도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과 기대감 때문이었다.


면접 시간보다 약 1시간여 일찍 MBC에 도착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치는 청원경찰의 얼굴을, 안내 도우미가 사람들에게 건너는 미소를 봤다. 1층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내뿜는 향기를 따라가, 그곳에서 TV에서 봤던 기자들이 노트북으로 무언가 열심히 작성하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MBC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에 맞춰 면접 장소로 향했다. 한눈에 봐도 나보다 한 10살 정도 어려 보이는 친구들이 면접장소 대기실 자리를 하나, 둘 채우기 시작했다. 내 순서는 두 번째 조였는데, 앞선 조를 기다리는 동안 준비한 자기소개서와 창작콘텐츠 내용을 곱씹어 봤다.


1조의 분위기는 순조로워 보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면접장에서 흘러나온 웃음소리가 문 틈 사이로 대기 장소로 전해졌다. 한 번의 웃음소리가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졌고, 그 웃음은 다시 면접을 준비하시던 직원 분들의 얼굴을 통해서 더욱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대기실 분위기도 좋았다.


이제 내 차례가 됐다. 5명이 한 조였던 걸로 기억이 된다. 면접장에는 여성 두 분, 남성 한 분인 총 세 명의 면접위원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난 한가운데에 앉았는데, 나를 기준으로 왼쪽에서부터 한 명씩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잠깐의 정적 뒤 면접관들의 질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왼쪽, 다음엔 맨 오른쪽, 그러다가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 오른쪽과 왼쪽 친구들에게 각각 질문이 돌아갔다. 아, 이젠 내 차례구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질문이 오기는커녕 나를 비켜갔다. 다시 맨 왼쪽의 친구에게, 여러 친구들의 대답에 대한 면접관들의 총평과 의견이 이어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준비한 내용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는 것을 넘어, 면접장에서 내 존재감이 전혀 부각이 안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초조함은 ‘이러다가 끝나버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으로 이어졌고,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M씽크 면접 때, 질문을 받지 못하고 있던 내 모습을 앞에서 봤다면 아마 이랬을 거 같다.

기회는 금세 찾아왔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점을 머릿속으로 되새기고 있는데, 가운데 앉은 면접관이 다른 친구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대답을 해야 하는 친구가 주저하고, 잠깐의 정적이 이어졌다. 누구도 말하지 않는 상황과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데, 판단이 섰다. 다들 멈칫하고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대신 대답을 했다.

 

섣불리 덤빈 것은 아니었다. 내가 평소 생각하던 바를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주저했던 면접관의 질문의 내용은 이러했다. “왜 사람들이 MBC 드라마를 보지 않을까요?”였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가장 감명 깊게 봤던 MBC 드라마를 토대로, 현재 MBC 드라마가 처한 내외부적인 환경을 설명하며,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바람을 전달했다.


수많은 스타를 낳았고, 화제성을 보였던 <대장금>을 토대로, 어린 시절에 봤지만, 명품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던 <제5공화국>을 설명하며, 특정 연령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보다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최근 MBC가 퓨전 사극을 주로 만들었는데, 이러한 트렌드를 좇는 것은 해외 수출로 인한 수익성 측면에서는 좋을 수는 있지만, 집에서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앞으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나만의 관점과 분석을 제시했다.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질문을 던졌던 가운데 앉은 면접위원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남성 위원이 “창작콘텐츠 비평글이 좋네요”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절실함은 준비했던 말과 생각을 면접장에 다 내려놓고 오게 했다. 그래서일까. 아침에 집에서 출발하여 MBC로 향하던 가벼운 발걸음은 집으로 돌아올 때도 가볍게 했다.


2018년 5월 10일 MBC 1층 모습. “MBC 청년시청자위원을 환영한다”는 네온사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4. T. M. I.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질 때, 학교를 졸업할 때, 늘 헤어짐의 순간에 사람들에게 꼭 건네는 이야기가 있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말은 건넨다. 그런데 어떡하나. M씽크 활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빴던 적이 없다. 언제나 늘 친절했던 에디터님들, MBC 예능, 드라마, 시사교양, 라디오, 스포츠 PD과 아나운서, 기자님들의 친절하고 따뜻한 조언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거 같다.


어디서 이런 추억을 다시 쌓을 수 있을까. 추억만 가득한, MBC 청년시청자위원인 M씽크 활동은 그래서 앞으로 많이 그리울 거 같다. M씽크가 약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앞으로 2기, 3기로 이어질 새로운 청년시청자위원에게, 비록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 TMI)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글에 담긴 정보와 내용이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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