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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Jun 02. 2019

1980년 5월의 진실, 영화 <김군>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혁명의 숨은 진실 찾기

※ 스포일러가 많이 있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나의 사건, 다양한 목격자, 엇갈리는 의견을 가진 증인, 따로 보면 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합쳐보면 하나의 진실로 점철되는 스토리. 강상우 감독의 영화 <김군>이 그러했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찍힌 한 남자의 사진을 좇으며, 그가 누구인지, 5.18 광주 민주화 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39년 전 5월의 시공간과 그 이후 광주와 광주 시민의 삶을 좇고 또 좇았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깬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찍힌 '김 군'을 '광수'라고 하고, 당시 광주시민들을 '북한군의 간첩'이라고 한 점들을, 그래서 5월 광주 민주화 혁명이 "'빨갱이'들이 일으킨 사건"이라는 주장을 무참히 깨부순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오로지 검증된 사료와 증언, 글과 사진, 영상 등을 토대로 1980년 5월을 왜곡하는 사람과 세력을 깨고 또 깨부순다.


영화 <김군>은 1980년 5월에 찍힌 사진 속 인물인 '김 군'을 좇는 다큐멘터리 영화다.(출처: 네이버 영화 <김군> 스틸컷)


숨은 진실 찾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김군>은 따라가지 않는다. 누구의 주장이 맞고 틀리는지, 갑론을박 다투지 않는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장으로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 대신, 객관성이 높은 근거를 토대로 정확한 사실을 제시한다. 당시에 촬영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록과 사진이, 그 참혹한 기간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목소리 등으로 약 1시간 30여분을 채우고 또 채운다.


<중앙일보>의 이창성 사진기자가 언론인으로서 39년 전 5월을 기억하며, 시민들이 어떻게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는지, 미처 세상에 알리지 못한 이야기들이 무엇인지를 전달한다. 진실을 전달하고자 했던 언론과 언론인이 있었음을, 왜 당시에 그러한 보도와 취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다. 비겁한 변명과 핑계가 아니라, 엄혹했던 그때 그 시절의 참상을 묵묵히 설명한다.


동시에 영화는 지만원 씨가 "광주 민주화 운동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의견도 간략히 전한다. 지 씨가 1980년 5월에 찍힌 사진과 그 사진 속 인물들을 북한 인민회의에서 찍힌 북한의 주요 인물들과 대비시켜  39년 전 그날의 광주가 '시민'이 아닌, '북한 특수군'이라는 지 씨의 주장을 다룬다. 그런데 영화 <김군>은 이러한 지 씨의 주장과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다루지 않는다. 이 주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의견도 있음을 보여주되, 철저히 검증된 자료와 신뢰도 높은 의견과 증거를 제시해,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이 진실인지 저절로 깨닫게 한다.


영화 <김군> 1980년 5월의 상황을 여러 증인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사진:  <중앙일보>이창성 사진기자의 모습)


그렇게 검증한다. 영화 <김군>은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만원 씨가 주장하는 북한 특수군 ‘광수’가 있다, 없다는 것을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1980년 5월을 기억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그 날의 진실을 드러내며, '김 군'이라는 사람을 좇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당시 상황과 배경, 분위를 보여준다. 영화는 '진실'이라는 본질에 천착하며, 1980년 5월을 기억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그 날의 진실을 드러낸다. 무엇이 진짜인지를 증명한다.


그래서 영화 <김군>은 좋았다. 내 주장이 맞네, 너 주장이 틀렸네라는 갑론을박을 나열하기만 하고, 침 튀기어 가며 설전하고 토론했지만 결론 없이 끝나버린 수많은 기존의 논의와 영상 문법을 따르지 않아서 신선했다. 피해자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다루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담담히 드러내면서, 영화 <김군>은 오로지 '진실'만을 바라보고 좇았다. 그래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사실이었음을, 누가 이 사실을 그때부터 지금 까지 철저히 조작, 은폐, 왜곡하고 있음을, 그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인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꼼꼼히 제시했다.


영화 <김군>은 '김 군'이라는 인물을 좇으며 5.18의 진실 찾는데 천착했던 영화다.


39년


영화 <김군>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과 의견, 기억을 소개하며 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다룬다. 80년 5월 그때 이후, 2019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광주 시민들이 각자 자신의 삶과 일터로 돌아왔지만 80년 5월에 멈춰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 군'을 좇으며, '김 군'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광주 시민들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총소리를 들었다", "군인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자식을 잃었다" 영화 <김군>은 1980년 5월 그 날 이후 두 번 다시 '김 군'을 볼 수 없었다는 사람들의 의견을 전하며, 3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질되지 않고, 5.18이라는 비극에서 생환한 자들이 기억하는 그때의 그 기억을 소환한다. 영화는 끝내 '김 군' 그가 어디에 마지막으로 있었는지, 누구인지를 밝혀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영화 <김군>엔 1980년 5월에 대하여 여러 광주시민의 생생한 증언이 있다.


영화 <김군>은 "시민군으로 함께 트럭에 탑승해 활동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서로의 이름을 굳이 묻지 않아 모른다"라는 생생한 이야기를, '김 군'이 탄 트럭에 "어머니와 함께 주먹밥을 올려주었다"던 주옥 씨의 증언을, "시신 운구 작업을 맡아서 했다"는 양동남 씨의 활동을 소개하며, 광주 시민들이 당시 군사독재 정권에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체적인 내용은 결국 반증한다. 1980년 5월 그때부터 지금까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조작,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사실임을 드러낸다.


이 중에 단연 압권은 1980년 5월 그 날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재회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영화 <김군>은 차종수, 최영철, 그리고 그 당시 김 군과 트럭에 동승했던 아무개 씨 3인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세 사람은 1980년 5월에 자신들이 찍힌 사진을 함께 보며,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당시 모습을 기억하고, 감상에 잠기며, 살아남은 자의 회환과 슬픔을 드러낸다. 그렇게 영화  <김군>은 시종일관 살아있는 증거와 사실, 증언을 토대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39년이 지난 지금, 광주 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음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 <김군> 예고편 영상 중 일부.


진실


영화  <김군>은 결국 밝혀낸다.  영화에서 최진수 씨는 이렇게 증언한다. "시민군을 잡으러 온 군인에 의해 김 군이 사살됐었다"는 사실을, "건물 밖 마당에 제일 먼저 나갔다가 짓밟힘과 갖은 폭행을 당한 뒤 M-16을 머리에 맞아 눈앞에서 사살되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그동안 김 군의 신원이 밝혀질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이미 그때 죽었고, 마을 사람들이 그의 시신을 거둬 땅에 묻었지만, 군이 다시 파헤쳐 이름 모를 곳에서 처리됐다는 점을 밝힌다.


그렇게 영화 <김군>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광주 시민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김 군'이 1980년 5월 그날에 광주 어딘가에서 이미 죽었다는 진실을, 군부독재 정권이 이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려 했던 치부를 꼬집으며, 지금 우리 사회 제기되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진상규명을 위한 방해가 누구에서 시작한 것인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영화 <김군>은 큰 울림을 준다. 영화에서 소개된 시민 인터뷰에  큰 인상을 남겼던 대사가 있었다. 하나는 “인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왜곡하지 말라 달라”는 광주 시민의 담담한 호소, 다른 하나는 “나는 이발소에 가도 내가 직접 머리를 감아요. 엎드려서 눈을 감고 물을 맞으면 그때(고문)가 떠올라서......”라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두 사람의 인터뷰는 의미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각각의 증언들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알림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침으로 다가왔다.


영화 <김군> 예고편 영상 중 일부.


#3.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영화 <김군>

#2.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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