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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Jun 17. 2021

5편.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첫걸음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10개월의 설득으로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아낸 김상무와의 코칭 대화]

                                  

                                                                                 



호기심과 탐색을 방해하는 고양이 털

⁠우리 두뇌에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이 있어요, 자동차처럼요. 두려울 때는요, 브레이크 페달을 밟구요, 안전감이 들 때는 탐색 페달을 밟게 돼요. 이때는 호기심이 커지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보자는 과감성이 커지게 돼요. 자동차를 몰 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에게도 두려움과 탐색은 동시에 일어나기 어려워요.


⁠이 페달 원리를 쉽게 이해시켜주는 실험이 있어요.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라는 책에 나오는 판크세프(J. Panksepp)의 실험이 바로 그거예요. 어린 쥐 두 마리를 한 우리에 넣어두면 몸싸움을 하면서 놀이를 시작한대요. 놀이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높은 주파수의 찍찍 소리 (약 50킬로 헤르츠)를 내는데 그게 웃는 거라네요. 3일간 관찰한 결과, 5분 동안 평균 50회의 놀이 행동을 시작했대요. 얼마나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지 상상이 가시죠? 그런데 생쥐가 있는 한 켠에 고양이 털을 가져다 놓잖아요? 그러면 갑자기 쥐들이 꼼짝 하지 않는대요. 당연히 놀이 시작 행동은 ‘0’이 되겠지요. 고양이 털을 치운 이후에도 3일 동안은 꼼짝하지 않았구요, 3일이 지나서야 놀이 행동이 시작되었는데, 놀이 시작 행동이 피크를 찍은 5일 째에도 최고 기록은 35회에 지나지 않았대요.


⁠가속페달을 밟던 어린 쥐들이, 고양이털 냄새를 맡고 본능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거죠. 너무 귀엽고 안스럽죠? 사람은 어떨까요?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고양이 털이 있을까요?

⁠우리 삶에도 고양이털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죠. 인간의 본능, 교육의 영향, 조직의 암묵적 규칙, 똑똑한 사람만 존중하는 조직 문화, 그리고 세대 차이…. 이 모두가 우리의 창의성과 도전을 막는 고양이털 기능을 해요.


이 요소들이 왜 고양이털이냐구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지만, ‘위험 요소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처하게 하는 두려움’이 없었다면 인간은 멸종되었을지 몰라요. 두려움의 매커니즘이 종의 생존가능성을 높이는 거죠. 그러니까 원시 사회든 현대 사회이든, 우리 삶에 고양이털을 빨리 알아채는 노력이 매우 중요한 거예요.


⁠원시 시대에는 독사나 호랑이가 두려움의 고양이 털이 었겠죠. 현대 사회에서는 회의 시간, 보고(서) 및 의견을 내는 상황, 특히 상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기 평가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하게 되다 보니, 이 상황을 가장 위험한 고양이털로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


⁠우리나라 젊은 세대가 특히 두려워하는 고양이털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라 불리우는 젊은 구성원에게는 독특한 고양이털이 하나 더 존재해요. 바로 ‘무효화’ 예요. 자신이 하는 일이 무효화되는 것을 못 견딘다는 것이지요.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것 없어 보이는 요즘 세대들에게 이게 왜 고양이털이냐구요?


리더들에게 제가 공통적으로 여쭤보는 것이 “언제부터 입시 준비를 하셨어요?”예요. 그러면 대체로 ‘고1’부터 시작하셨다 해요. MZ세대는 입시를 언제부터 준비하는지 아세요?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5~7세부터 시작한대요. 이들의 입사 평균 연령이 31세임을 감안해볼 때, 얼핏 계산해봐도 입사 시까지 짧게는 24년간, 길게는 26년간 치열하게 살아온 거죠. 입사해서 노력해야 할 열정을 이미 어렸을 때부터 쏟아부은 거죠. 그러니 입사 시부터 번아웃(burn-out) 될 수밖에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들이 경험했던 것, 즉 죽을힘을 다해 수많은 성적과 스펙을 쌓았는데도 수없이 밀려났거나 탈락했던 경험…. 내가 노력한 것이 무효화되는 경험을 수없이 했다는 거예요. 이 무효화로 인해 MZ세대는 ‘내 기여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에 대해 다른 세대보다 훨씬 더 취약하고 쉽게 울분을 갖게 된다는 거죠. 거기에 조직 내에 이미 존재하는 암묵적인 고양이 털 냄새가 섞여서 조직에서 쉽사리 탐색, 탐험, 토론을 안 하게 되는 거죠.


⁠이들의 트라우마가 느껴지세요? 이들이 옳다는 것이 아니에요. 이들이 두려워하는 고양이 털 형태를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에피소드의 김상무처럼 천천히 다가가 주세요. ‘여기는 안전하다’, ‘네 생각이 필요하고, 이 결과에는 너의 기여가 녹아져 있다’라고 말해주세요. 동시에, 그들이 당신을 피하려 하는 것이 당신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그들 삶에 너무나 많은 고양이 털이 존재했던 거예요.



⁠구성원의 가속 페달, 탐색 시스템을 어떻게 작동되게 할 수 있을까요?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에서 하버드 대학교의 에이미 에드먼드 슨(Amy Edmondson)의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인간은 신호를 읽는데 매우 익숙합니다. 우리는 대인관계에 놀라울 정도로 예민하죠. 우리 뇌에는 항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히 윗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걱정하는 부위가 있습니다. 원시시대에는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순간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이 워낙 반사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조직이나 집단은 뇌의 자연적인 도화선을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구성원과 조직에 흐르는 고양이 털을 제거하기 위해 리더가 매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거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에드먼드슨에 의하면 ‘소속 신호’, 즉 당신이 이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다양한 형태로 알려주고 말을 걸어야 한대요. 눈 맞춤, 보디랭귀지, 목소리 크기, 늘 강조하는 것의 일관성, 밀착도 등을 통해 말이에요. 이 다양한 말 걸기의 목적은 ‘내가 부족함을 보여줘도 여기는 안전하다’는 안도감을 주고, 탐색 시스템을 활발히 작동하게 하기 위함이죠.


앞의 에피소드에서 김상무 님은 “나는 부족한 것이 있는 사람이고 좋은 리더가 되는데 있어서 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냈죠. 이 메시지에 담긴 암묵적인 메시지는, “우리는 모두 부족한 구석이 있지만 우리는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고, 이때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진정성이죠. 리더의 진정성이 수용되니, 드디어 많은 구성원들의 놀이 행동이 시작됩니다. 환경을 탐색하고 활발히 교류하는 탐색 기어를 당기기 시작한 겁니다.


⁠행복한 조직은 서로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 아시지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나,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조직도 마찬가지라 합니다. 행복한 모든 조직은 비슷한 행동 전략이 있다는 거죠.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5가지를 제시하고 있네요.


⁠① 경청하고 또 경청한다.

⁠② 불편한 목소리도 포용한다.

⁠③ 감사를 강하게 표시한다.

⁠④ 서로 부딪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⑤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한다.


⁠앞의 김상무님은 앞의 3가지를 치열하게 해내신 거네요. 그 조직의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HR에서 귀띔해주길, 김상무 님이 더 큰 조직을 맡게 될 successor라네요. 저도 동의합니다. 이런 분의 큰 울타리에서, 기존의 고양이 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본성과 근성을 꺼내어 춤추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심리적 안전감의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의 취약성과 고민을 나눠주세요. 고양이 털이 제거되면, 구성원은 조금씩 뛰어놀기 시작할 겁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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