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인정을 쉽게 하지 않는 우리들
늦은 시간 답답할 정도로 꽉 막힌 도로 위 퇴근길에서 나는 기다리다 지쳐 라디오를 틀었다. 마침 나오는 오랜만에 듣는 그 노래 '처진 달팽이(유재석&이적)의 말하는 대로' 가사가 매력적이라,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많은 이들이 사랑했던 그 노래, 나 또한 수 없이 반복하며 들었던 그 노래를 퇴근길 도로 위에서 듣게 되니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 시간의 흐름에, 그 시간은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는지에 대한 자문에, 괜스레 마음이 울적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노랫속 직접 쓴 이 가사 속에 그 시절의 힘듬이, 그 시절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지금 들어도 소름이 쭉 흐른다. 나도 그랬다 알지 못했다 그때는 몰랐다 무얼 해야 하는지, 정답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스스로 많이 고민했고 결정을 했고, 실수도 많이 했다. 정말 이미 너무 흔할 대로 흔해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은 말 일진 모르겠지만, 그 많은 실수 속에서, 그 많은 경험 속에서 정답이 무언지 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답이 당장 오늘의 정답일지 내일일지 아니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일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그저 내가 맞다 생각한 길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가는 것일 뿐.
내 주위 또래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한 꿈을 찾지 못한 자신을 꾸짖는다. 위의 노래 속 가사 '멈추지도, 쓰러지지도, 그저 앞만 보고 자신의 길을 가라는' 가사가 어떤 이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다른이 에게는 자신의 길도 몰라 지금 걷는 이 길이 앞으로 가는 길인지 옆인지 뒤인지도 모르는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왔다.
"누구세요?", "XX이에요." 학교 후배의 전화였다. 학교를 재학 중일 시기에도 그리 친하지 않았으며, 하물며 졸업 후에는 연락도 한통 오가지 않던 사이여서 더욱 놀랐다. 그 후배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하나 둘 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주로 한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다. 졸업 후 빠르게 취직해서 남들보다 조금 빠른 시기에 일을 시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같이 학교에서 공부하던 친구들이나, 아니면 자신의 주위의 친구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한 단계 발전되는 공부나 스펙을 쌓고 있는 중인데, 자신은 그저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를 회사에 붙잡혀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그 후배는 그래서 내게 편입을 준비하고 싶다 했다. 그래서 나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당시 우리 과에서는 편입을 준비하던 학생은 나뿐이었고, 자신의 주변에도 편입을 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렇다 '오죽했으면' 나에게 연락을 했겠나 싶었다. 말도 많이 섞지 않던 사이인데 이렇게 연락을 한 것을 본다면, 참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다. 도움이 되고 싶었다. 단지 눈앞에 편입에 대한 도움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공감해주고 싶었다. '사실 편입에 대한 것은 준비한 나도 있지만 자신이 준비하면서 겪는 것이 더 좋다 생각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같은 시대에 살면서 비슷한 고민을 같은 아픔을 겪어가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위로해주고 싶었다 잘하고 있다고, 그런 고민을 하는 것부터가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경쟁하고, 비교하면서 자라 왔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내 옆자리에 짝꿍과 또는 나의 절친들과 어쩔 수 없이 경쟁 중심 사회적 구도속에서 경쟁을 하며 자라나 왔다.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자책을 하고, 주변의 시선에 기가 눌리며 자라 왔다. 그렇게 자라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멋진 모습으로 치고 나가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 그 모습을 온전히 축복을 하기보다, 그렇지 못하는 자신을 비판하는 시선을 먼저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시선을 가지다 보면, 어느새 모든 일들이 벅차 지기 시작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금 '인정'했으면 좋겠다. 남들이 나보다 잘 나가고, 착실히 잘 준비해나가고 있다면, 그들은 그만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진심으로 칭찬해주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참 그런 상황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배가 아픈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한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는 노력하고 있지 않는가? 충분히 잘하고 있지 않는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길인 양 이 일이 천직인 양 사는 사람은 극히 드 문경 우지 아니한가? 우리는 그 특수한 경우의 사람들을 자신과 비교해 자신이 그들보다 낮다 생각하며, 슬퍼한다. 지나친 오류이다. 누구에게나 시기와 때라는 것이 존재한다. 다만 그 기회가 온 시기에 다른 이의 성공에 눈이 멀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일이 다른 이들보다 낮다 생각하여 그 일을 눈에 담지 않는 것이다.
높고 낮음의 가치를 묻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온전히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이지 않을까? 진정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말고,힘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