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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s Feb 17. 2016

엄마의 뱃살

#6 시간의 흐름에 늘어나는 인품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몰래 다가가 "다녀왔어요~"하고 말하며 뒤에서 꼭 껴안았다. 나는 자주 엄마에게 애교를 부린다. 막내인 탓도 있지만 천성이 그런 것을.. 나쁘진 않다 생각한다 엄마와 나는 세상 누구보다 친한 엄마와 아들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다 무심코 엄마의 뱃살을 잡았다. 나는 엄마 살 너무 많이 찐 거 아니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놓았지만,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


"이건 뱃살이 아니고 인품이야"


유쾌하고 장난스럽게 넘긴 엄마의 한마디로 서로 웃으며 넘어갔지만, 속으로는 씁쓸했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았지만 엄마도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을 느꼈기에 마음 한구석이 시큰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소녀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밥을 먹다 무의식적으로 '뽕~' 하고 나온 방귀에 얼굴 빨개지며 부끄러워하고, 집에 오다 생각나서 사온 꽃 선물에 감동하고, 작은누나가 매니큐어를 발라주면 하루 종일 상글벙글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고 '아, 우리 엄마지만 정말 귀엽네' 하면서도, 이제 정말 소녀의 나이가 아닌, 여자로서의 보다 엄마로서의 시간이 더 길어진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곤 한다.


얼마 전 'K팝스타'를 혼자 재방송으로 보다가 갑자기 울컥한 적이 있다. 노래가 한몫했다 '이설아 - 엄마로 산다는 것은'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만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우리 엄마는 노래를 좋아하신다. 가요며 팝이며 따지지 않으신다 그래서 엄마와 자주 노래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리고는 항상 엄마와 같이 보던 프로그램 'K팝스타' 늘 엄마와 함께 보던 그 프로그램을 나만 혼자 덩그러니 보고 있자니 '아, 내가 엄마를 안 챙기고 있구나, 엄마 지금 혼자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고는 얼른 엄마를 붙잡아와 옆에 앉힌다음, 같이 이 노래를 틀어 들었다. 노래를 집중에서 듣고 있는 와중에 엄마는 다시 자리를 일어나야만 했다. 끓이던 사골국 때문에, 자다가 깬 조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엄마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바빠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다 컸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엄마의 품을 아직 못 떠난 것 같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 엄마가 있으니깐..'이라는 못된 마음이 아직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또 너무나도 감사하다. 나는 아직도 너무도 어리고 배워야 할게 많은 어린아이와 같다.


누구나 다 그렇지만 '엄마'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늘, 항상 그 자리에 엄마는 계신다. 늘 우리의 발자취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시고 행여 다치진 않을지, 어디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진 않을지, 하며 걱정을 하신다. 우리는 그렇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까?

척척 학업을 마치고, 취직해서 자랑스러운 아들, 딸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성실하게 살고 하루하루 만족하는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까.. 그저 속 안 썩이고 건강하면 되는 것일까? 아직도 진정으로 어떤 모습을 원하시는지 모르겠다.


살면서, 점점 커가면서 자연스레 엄마와의 대화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나는 나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서로 점점 더 바빠지는 삶을 살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엄마이니까, 이해해  주겠지'라는 생각이 점점 생기면서 무심해지고, 가장 배려해야 할 엄마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절대 잊어서는 안될일이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가장 소중하고 나를 가장 신경 써주는 그분에게 오늘도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아, 그리고 엄마 뱃살관리는 꼭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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