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알게 된, 아빠냄새

by 동동

마흔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다.
내가 쓰는 글에서 가끔 아빠 냄새가 난다는 것.


아빠는 시각장애인이시다.
하지만 아빠의 글에는 늘 세상이 또렷했다.
단어 하나에도 사람의 체온이 묻어 있었고,
문장 사이사이로 삶이 숨 쉬고 있었다.
아빠의 글을 읽고 나면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요즘 내가 글을 쓰다 보면
그때 읽던 아빠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놀이터를 천천히 오가는 비둘기 두 마리,
조용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
아무 일도 아닌 하루의 한 장면들.
아빠는 늘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다.


특별한 사건보다
지나쳐버리기 쉬운 마음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나도 그렇게 글을 쓰고 싶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읽는 사람 마음에 조용히 남는 글.


아빠의 글에서 느꼈던 그 온기를
이제는 딸인 내가 이어가고 싶다.
내 눈으로 본 세상을,
내 마음으로 느낀 순간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며
오늘도 글을 쓴다.


아빠의 시선과
나의 시간이 겹치는 지점에서
읽는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온기 하나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