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때와 인연에 대해 생각하다

by 책 커피 그리고 삶

바쁜 일상에 잠시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가끔 친했던 사람들과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 문득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이 있었던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2000년 2월 마지막 날 저녁 7시, 바로 그 순간이다.


"(친구)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소개할 사람 있어. 사귀고 싶은데 한번 봐봐"


"(나) 이쁘냐?...." 난 은근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하지만 무관심한 듯 친구를 닦달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한 여자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 여자는 후광으로 빛나고 있었고, 나는 이 여자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결국 내 친구가 아닌 나와 결혼하였지만, 지금은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빛나는 후광은 보이지 않는다.)


내 인생의 최고의 결정적인 만남(인연)은 바로 아내와의 만남이다. 물론 매일 잔소리에, 한 달 용돈으로 30만 원 밖에 주지 않지만, 어찌 되었던 나와 반대 성향의 활기차고 명량한 아내를 만나지 못했다면, 좀 더 긍정적이고 밝은 성향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인연(因緣)'... 인연이란 단어는 아름답다. 물론 절대 만나기 원하지 않는 진절머리 나는 인연도 있지만, 인연 자체는 '좋다/나쁘다', '옳다/틀리다' 등 성향이나 가치 판단의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다. 인연을 아름답게, 추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과 그에 따른 행동이다.


모든 인연은 그것이 지속될 때, 인연의 실타래가 엉키게 되고 점점 그것을 풀기 어려워진다. 오래된 인연은 쉽게 풀어지거나 끊어버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가방 속의 이어폰은 항상 꼬여 있고 음악을 듣기 위해 풀어야 한다. 인연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꼬인 이어폰을 푸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더 이상 현재의 인연을 원하지 않을 때, 복잡한 실타래가 풀기 어렵듯이 그것을 끊은 것은 매우 아프고 괴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인연에도 깊이가 있기에 모든 인연이 복잡한 실타래로 엉키지 않는다. 단지, 짧은 기간 말 몇 마디 나누고 끝나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부부의 인연처럼 깊은 인연이 있다. 문제는 욕심에 의해 정해진 인연 이상의 관계를 바라고 그것이 집착으로 이어져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모든 인연에 대해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본인의 의지 또는 타인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인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가지는 것은 집착과 욕심으로 연결되며, 그 끝은 추하다.


짧지만 나의 40 인생을 돌이켜 보면, 인연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은 변화의 때가 되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사실, 평소에도 자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삶의 경험이 축적되고 내가 더 성장하거나 기존의 가치관의 변화가 요구될 때, 스스로 한계를 느끼게 되고 평소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 그 해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즉, 때가 되어야 인연을 느끼는 것이고 변화의 때가 되지 않으면, 인생에서 중요한 인연을 만나도 그저 스쳐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때'가 중요하다. 때가 되어 만나는 인연은 깨달음을 주는 인연, 괴로움/즐거움을 주는 인연, 그저 이야기를 잘 들어주거나 무엇을 같이 배우는 인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흘러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인연을 통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나를 돌아보며, 내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혹시 원하지 않는 인연으로 인해 괴로운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되, 상대방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라. 그 사람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그리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