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현재 삶의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왜 글을 써요?"
"음.. 그 생각은 안 해 봤네요. 좋아서?? 음.. 좀 더 멋있게 표현하자면, 글쓰기는 나를 찾고 나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럼 제가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당신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나요?"
"대충은 알겠는데, 딱히 어떤 사람이라 말하기 어렵네요."
"그러면, 자신의 생각에 대해, 자신에 대해 글을 써 보는 것이 어때요? 글쓰기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가치관은 그 사람의 본질을 규정한다. 본질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색깔을 만들어 내며, 곧 그것이 그 사람의 삶의 태도로 연결된다. 결국 가치관은 곧 삶의 태도이다.
젊은 시절, 자신의 가치관이 어설플 때, 주변 사람들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남들이 화내면 같이 분노하고, 남들이 '정의'라고 외치면 나도 그렇게 휩쓸렸다. 나 스스로 생각의 깊이가 없었기에 왠지 남이 말하는 내용이 옳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 세상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 가치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는 가치로는 상황을 판단하고 그 상황에 적절한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지 못했다. 많은 오류들이 생겼고, 그 오류들로 인해, 혼란스러웠으며,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글쓰기는 이러한 혼란을 정리하고, 나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거울과 같다. 글을 쓰기 위해, 삶에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분석하고, 그 상황을 바라보는 본능과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내가 이성을 활용하여 본능과 감정들을 어떻게 그럴듯하게 연결하여 합리화하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통해, 본능과 감정들의 연결 관계 속에서 각각의 감정을 분리하여, 행복,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슬픔, 욕심, 집착, 질투, 인정 욕구, 타인의 시선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글쓰기는 본능과 감정들 속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나를 바라보는 과정이다. 또한 쓰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과정이며, 표현을 통해 나의 삶의 가치관과 태도를 만들어 간다.
마치 조각가가 대리석 조각이 본래 가지고 있는 모양(완성되어 조각된 모습)을 미리 파악하고, 망치와 끌이 이용하여 그 형태에 따라 조금씩 모양을 잡아가듯이, 글을 통한 표현은 자유로운 영혼을 향하는, 나의 가치관이 완성된 모습을 조각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조각가의 작업이 반복될수록 기술이 점점 향상되는 것처럼, 글쓰기를 통해 나를 표현하는 능력도 향상되어 좀 더 훌륭한 나의 본질과 가치관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아니, 다행인 점은 나의 가치관은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가치관은 유동적이며,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저 끊임없이 완성에 가까워질 뿐이다.
다만, 삶에서, 현재 나의 가치관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삶의 일관성과 자신의 색깔을 잃게 된다. 남의 가치에 휘둘리고 남의 삶을 살게 된다. 혼란은 계속 반복되고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괴로움이 찾아온다.
지인이 지금까지 쓴 나의 글을 보면서 이렇게 표현하였다.
"마음속 들판에 수많은 감정들이 뛰어놀고 있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나의 감정들을 잡아서 구분하고 분류하기 시작했다."
지인은 나의 변화되는 본질을, 완성되어 가는 나의 가치관을 본 것이다. 글쓰기를 가치관의 완성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우 기분 좋은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나의 글은 가치관, 즉, 나의 세상, 나의 우주를 정의한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느끼는 세상은 나와 다를 것이다. 나의 글을 넘어 그 사람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