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커피 향 속에 담긴 추억을 생각하다.

by 책 커피 그리고 삶

오늘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무심결에 예전에 그 사람과 찾았던 카페에 들어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높은 습도로 인해 커피 향이 더 진하게 풍겨온다. 주문한 커피를 시키고 앉은 자리는 1년 전에 그 사람과 같이 앉았던 자리이다.


"내년에 이맘때쯤 미국에 갈 거야."


"언제 돌아와요?"


"한 1년쯤 걸리지 않을까?"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바뀌는 변화되는 모습을 인정하면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어제 그 사람은 떠났다. 미국으로 가기 전 작별 문자를 보내고 싶었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잘 다녀오라는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아니 사실.. 보내지 않았다. 인연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떠나기 일주일 전, 맥주 한잔 하면서, 내가 했던 마지막 멘트를 떠올렸다.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을 충분히 즐기고 돌아와요. 저는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1년 후 당신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겁니다. 그것이 나를 실망시킬지 기뻐할지 모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당신의 삶을 진심으로 즐겼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지난날을 생각하느라 한참을 마시지 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본다.


그리움과 여운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카페를 들어오기 전 조금 혼란스러웠던 감정들이 정리되고 내 입가에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미소가 만들어진다.


조금도 외롭다는, 지금 곁에 없어서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커피 한 모금과 코끝으로 전해지는 커피 향이 그 사람과의 추억을 몰고 온다. 오늘은 평소 버릇처럼 감정을 정의하고 분석하는 프로세서를 진행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 느낌 그대로 온전히 느끼고 지금의 감정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


P.S. 신뢰가 쌓인 관계는 더 이상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그 사람의 본질을 사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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