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여행 9
▣ 히카두와 기차역으로..
히카두와에서 콜롬보까지 가는 기차 시간은 날마다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처음 도착했을 때, 표시된 열차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자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 앞에서 툭툭 기사들이 어디를 가냐고 물어본다. 콜롬보로 간다고 하니, 여기(기차역)에는 툭툭 이외에 콜롬보로 가는 기차가 없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여행을 한두 번 다닌 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 티켓 창구에 물어보니, 다음날 11시 기차가 있다고 한다. 다음날 시간에 맞추어 기차역으로 향했다. 출발 전 히카두와에서 간단히 아침 겸 점심을 먹는데, 관광지의 비싼 식비를 줄이고자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음식점을 찾아 들어간다. 여기는 아침에 주로 빵 종류가 나오고 조금 지나면 계란 같은 단백질이 포함된 비주얼이 괜찮은 햄버거나 조리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현지인들이 많다.
기차역은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기차는 일부 구간에서 해안가 바로 옆을 지나가 바로 앞에서 파도가 치는 것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 콜롬보 포트 기차역
콜롬보 포트까지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한국에서는 이동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면 멀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리랑카에서는 기본으로 2~3시간 거리는 전혀 멀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적용했나 보다.
콜롬보 기차역은 스리랑카의 많은 지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기차역에 비해 규모가 조금 더 크다. 그리고 디젤 기차에서 내뿜는 매캐한 매연은 덤으로 맡을 수 있다.
▣ 콜롬보 둘러보기
콜롬보 주변은 가볼 만한 곳이 많지 않다. 주로 페타시장에 몰려 있고 유명한 사원은 툭툭이로 10~20분 정도 걸려 많은 여행객들이 콜롬보에 머물지 않고 바로 담불라나 캔디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2일 동안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쉬면서 콜롬보에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숙소는 ‘C1 콜롬보 포트’인데 지금껏 다녔던 게스트하우스(4인실, 6인실) 중에 친절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괜찮은 숙소였다. 특히 호텔 로비 같은 공간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시원하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어 마음만은 4성급 호텔급 이상의 기분을 누릴 수 있었다(혼자 여행 시 적극 추천)
자미 울 알파르 모스크는 대부분 불교를 믿는 나라에서 이슬람 사원으로 지어진 외관이 참 아름다운 사원이다. 안에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관광객이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어서 아쉽게도 안을 둘러보지 못했다.
강가라마야 사원(Gangaramaya Temple)은 많은 불상들과 물품들이 박물관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둘러보는 동안 우리나라 체험학습처럼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많이 방문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보고 예쁜 미소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한 여학생이 인상 깊었다.
강가라마 시마 말라카(Gangarama Sima Malaka)는 강가라마야 사원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호수 위에 지어진 독특한 사원이다. 규모는 작으나 사원 자체가 아름답고 불상과 힌두교 신의 모습을 한 상들을 보면, 불교와 힌두교가 섞인 느낌을 받았다.
▣ 공항으로... 그리고 집으로..
이제 콜롬보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 참 재미없는 곳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많이 남는다. 남은 돈을 살펴보니, 4,000루피 정도 남았다. 14일 동안 교통비, 숙박비, 식비, 입장료 등 평균 6만원 정도 쓴 것 같다.
로컬버스로 공항을 이동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공항까지 300루피(약 1,400원)로 저렴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다. 가는 동안 창문 밖을 보니, 한 청년이 버스 입구에 매달려 간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가 날 순간이지만, 어느덧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로컬버스는 공항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공항 근처에 잠시 들려서 간다. 잠시 정차하는 지점이 공항에서 콜롬보 시내로 들어올 때, 로컬버스를 타는 위치이다(관련 글).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하차하고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은 실제로 많지 않다.
▣ 여행을 마치며...
이제 콜롬보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 참 재미없는 곳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밤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부족하여 재미도 없고 웬만하면 음식을 가리지 않지만 먹을 때마다 김치가 생각나는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은 참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나라다.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외국인들에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70, 80년대 정을 느끼게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끊임없이 툭툭기사들이 외국인에게 약간의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고 물건 파는 가게로 데려가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밉지가 않다. 반면, 나처럼 길을 헤매는 외국인을 친구 이상으로 챙겨주려고 한다(물론 사기 치려고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대충 보면 느낀다).
무엇보다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짓는 미소가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 아이의 큰 눈에 입꼬리가 초승달처럼 올라가는 미소, 자연스럽게 주름이 진 얼굴을 따라 지어지는 미소 등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마 그 미소가 그리워질 즈음 다시 여기를 한 달 살기로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