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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ug 30. 2017

효리네 민박을 보고

표현에 대하여

JTBC 효리네 민박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가 TV를 봤다. 지금 사는 곳은 TV가 없기에 마치 문명을 깨우친 원시인 마냥 하루종일 TV를 봤다. TV의 본질은 바보상자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TV는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적절한 도구가 된다. 뭐든지 적당선을 넘어 지나칠 때, 인간은 바보가 될 뿐이다.

효리네 민박 재방송에서는 이효리가 투숙객 부부에게 부부요가를 가르쳐 주는 장면이 나왔다. 이효리는 부부에게 서로를 향해 마주 서라며 주문했고, 가만히 무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라고 한다. 자신이 이걸 했을 때 이상순이 생각보다 밝은 표정이 아니구나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 밝은 표정은 이 사람이 나를 위해 하는 노력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참 와닿는 장면이었다. 표정의 노력이라니. 그래, 마음이 우러나 근육을 움직이는 일은 사실 개인의 삶에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한 부부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고 들었다. 바로 격한 감정 아래 '헤어지자', '이혼하자' 등의 말이라 한다. 부부상담전문가는 농담으로라도 이것이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표정은 비언어적 표현이고, 말은 언어적 표현이다. 나는 예술을 하는 '작가'로서 '표현해내는' 사명의 노동을 한다.(즐거움보다 앞선 사명감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만큼은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는 것도 표현'인 사례가 있다.

션•정혜영 부부. 션은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남편상이다. 늘 다정다감하고 웃고 있는 션, 단지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정혜영 곁에서도 그런 모습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강연을 직접 듣기도 했었고, 인터뷰를 보아도 꾸며내는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힐링캠프에 부부가 함께 나왔을 때 인상깊었던 인터뷰가 있었다. 언젠가 정혜영이 샤워실에서 혼자 지쳐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한 것이다. 희생, 그것은 표현하지 않는 표현의 영역에서 고차원적인 사랑이었다. 아무나 이런 사랑을 해낼 수는 없으며,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믿는 차원에서 사는 부부들도 많다. 나는 이효리의 시선과 션의 시선에서 미래의 결혼생활을 다짐해 본다.


'표현'이라는 예술을, 사랑을 전제로 해내는 것. 그것은 절실함이라는 메타포가 함께 하는 작업이다.
그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영원한 사랑은 없다. 영원한 사랑이 없기에 절실한 사랑이 여기, 나에게 존재할 뿐이다.


글쓰기 전문강사 / <문장의 위로> 저자

이동영 010•868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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