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북콘서트 때였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독자와의 대화 시간에 어떤 분이 이런 질문을 해주셨다.
남에게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만 하는 제가 잘못된 건가요?
이 글은 이 한 마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잘못되었다기 보다 ‘성향’이라고 생각해요. 음, 제 경우를 말씀드려 볼게요. 저도 얼마 전 깨달은 건데요. 제 삶을 변화시킨 생각이에요. 사실 남들은 나에게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거. 어떤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하다가 나를 잃어버리고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게 어느 순간 제 맘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변화했어요.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 자신이 먼저 인정하고 그걸 드러내는 훈련을 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늘 훌륭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사람, 잘 해내기만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런 내가 싫어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라면? 그래 떠나가라. 이런 마음이 생긴거죠(앞서 같은 독자분이 ‘작가님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은 적이 있는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저는 연인이 연애하다 자연스레 이별하는 것처럼 우정 같은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의리라는 명목 아래 억지인연으로 끌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죠. 물론 나도 노력을 할 테고, 예의(에티켓)를 차리겠지만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잣대로 평가한다면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해. 난 이렇게 살아갈 거야. 이게 나니까-하는 태도를 갖게 된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이 질문을 한 독자는 근심이 풀린 듯 얼굴에 활짝 기운이 나 웃어보였다. 어떤 지점에서 공감하고 자기 나름대로 받아들인 거다. 즉흥으로 했던 대화라 내 평소 지론을 말했는데, 다행이었다.
나는 그냥 나다. 결핍이 있는 나, 상처가 있는 나, 어떤 특정한 애착이 있기도 하고, 고치지 못한 버릇도 있는, 또 이러한 부족함을 조금씩 나름의 노력으로 채워가고 있는 나.
내가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당당하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내가 가진 것을 당당히 드러내면 그건 매력이 된다. ‘섹시’해진다. 상대 우위로 누군가의 부족함을 밟고 오른 나 말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나일 때 그렇다. 누군가가 규정한 나로 사는 건 가면일 뿐이다. 화나면 화도 내고 아닌 건 아니라고 거절할 줄도 아는 나, 결핍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있는 걸’로 정면승부내는 내가 진정 나답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