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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an 22. 2020

날 지치게 만들고 와르르 무너지게 하는 큰 사건(-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여러 사정의 이별, 야심 찼던 도전의 연속된 실패, 파혼이나 이혼, 누군가 나를 향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 채무나 가난으로 인한 일상의 어둠 등-)이 날 덮쳐올 때가 있다.

이때는 나 자신에게 생각할 틈을 너무 많이 주는 것보다 정신없이 행위를 반복하여 일상을 덮어버리는 편이 낫다. 어둠을 피하거나 맞서 싸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 경험상으론 틈을 주지 않고 부단히 무언가를 하는 게 가장 좋았다. 그때 작은 성취나 배움의 보람, 금전 등이 보상처럼 따르면 더할 나위 없었다. 생각으로 가장한 근심•걱정•고민은 될 수 있으면 단순하고 담백하게만 하고 무디게 넘겼다.

한참 지나 돌아본 내 모습에 새삼 내가 놀랐다. 난 이미 바닥을 찍고 빛이 드는 곳까지 한참을 올라와 있단 걸 지나온 어둠을 보며 발견다. 마치 속도를 내거나 추월할 수 없는 터널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혼자 막춤을 추는 것처럼 살았다. 시에 앞으로 가는 것만은 멈추지 않았다. 하염없는 어둠 끝에 빛이 쏟아졌다. 다시 또 내 앞에 터널이 나오면 처음보단 겁이 덜 날 것 같다.

위와 반대로 큰 이벤트나 짙은 어둠 없이 평이하게 혹은 무력하게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 일부러 일상에 틈을 내야 한다. 여행을 떠나거나 가깝고 낯선 곳에서 멍 때리는 것도 좋겠다. 취미를 한 두 개 시작해도 금세 생기가 돋는다. 평소 만나지 못한 사람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다.

행여 사람을 만나기가 지겨운 때라면 소설이나 에세이, 영화나 연극 등으로 작품 속 세계에 빠져보길 권한다. 그러한 틈이 나를 한 뼘 더 성장하게 하고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있음을 재확인하면서 그 자신감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인생에서 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한 사람의 업그레이드 속도는 달라진다.



배경 이미지: © krisrolle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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