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가 두 손으로 받쳐 들어하나의 세상을 펼칠 때, 나와의 오롯한 운명, 인연이 비로소 시작됩니다.
'책 운명'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그게 자기 계발서든-쉽거나 어려운 책이든 만화책이든그림책이든동화책이든 감성 에세이든 벽돌(두꺼운) 책이든 인터뷰 책이든 전자책이든오디오북이든- 가리지 말고 내 취향과 내 상황에 맞춰서 내가 끌리는 책이면 집어 드세요.처음부터 못 읽겠으면 아무 페이지라도펼쳐보세요.
이동영 작가 도서관 강의•독서모임(2019필사의선택 프로그램) 중
훌륭한 독서 방법이요? 제일 좋은 책 추천 리스트요?
솔직히 책을 알아서 잘 읽는 분이라면 이 글을 볼 필요도 없잖아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책이 안 당기는 분들, 자기 계발서가 난 잘 읽히는데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비추천해서 말도 못 하는 분들, 한 달에 한 두 권 읽으면 정말 많이 읽는 분들이 이 글을 끝까지 보고 도움을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저는 책 선택에 있어 자신감을 잃지 말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예요.
문학작품이 잘 안 당기면 '억지로' 섭렵하려 하지 마세요. 그 순간부터 책과 멀어지게 되는 것보다시간을 두고 시도하는편이 더 낫습니다.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말하는 작품들도요. 당대의 언어로 쓴 책이기에 어렵게 읽히는 건 너무도 당연한 거예요. 읽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그게 책을 질려버리게 한다면 그렇게까진 안 해도 되는 거죠. 비율적으로 내가 한 달에 3~4권은 읽겠다-다짐했다면 그중에 0.5권 정도만 (구미가 당기진 않지만 필독도서라고 불리는 책에) 도전해보세요. 술술 읽히면 제일 좋겠지만, 10년을 독서모임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저역시도 술술 읽히는 책은 '따로' 있더라고요.
지금, 나의 지난 1년 독서량을 돌아보세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난해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1년간 대한민국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로 6.1권이라고 합니다. 성인 10명 중 4명의 1년 독서량이 1권도 채 안 된다는 건데요.
읽어볼까? 하고 1년에 1권도 안 읽는 것보다 자기 계발서든 뭐든 읽는 편이 백 번 낫다고 생각합니다.볼거리가 넘쳐나지만 책은독특한 가치를 지닌 책만의 물성이 있거든요. 많은 작가들처럼 먼저 사놓고서 그중에 골라보는 방법도 있고요.
아무리 허접한 출판사라도 편집이란 걸 합니다. 만약 너무 대충 만든 책이라면 자연히 느껴요.
'어, 이건 좀 아닌데?'
'내가 책을 정말 볼 줄 모른다'할 땐, 리뷰나 서평, 주위의 추천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근데 '그 책'에 대한 평가를 참고하는 것이 좋지, 취향이나 끌림(개인 접근성)까지 모두 싸잡아서 재단하는 '자기 계발서는 읽지 마세요. 만화책은 읽지 마세요'라는 조언에 강박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백범일지>가 너무 궁금한데, <삼국지>나 <조선왕조실록>이 궁금한데, 원작이 잘 안 읽힌다 싶으면 자기 계발용으로 나온 풀이서나 만화로 나온 거나 청소년 용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으로 접근성을 넓혀가는 겁니다. 그리고 이해가 되면 그때 곱씹으면서 필사하고 큐레이션 리뷰도 써보고(블로그나 유튜브나 팟캐스트로 아카이빙하는 것도 좋고요), 독서모임도 나가보고 차근차근 원작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이동영 작가 인문학 강의 중
독서? 사실 별 거 없습니다.
독서는 누군가의 특별한 취미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일부분인 거니까요. 밥을 적게 먹고 많이 먹는 건 자신의 선택이듯이, 잠을 적게 자고 많이 자는 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듯 말입니다.독서를 하고 무언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행위(성장)가 중요한 거지, 독서 자체에 매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 계발서를 선택하는 일이나 모든 책을 자기 계발의 관점으로 읽는 일도 다 본인의 자유입니다. 자기 계발서가 좋으면 읽는 거고, 싫으면 안 읽는 거죠. 자기 계발서도 많이 읽다 보면 책 고르는 안목이 생깁니다. 스스로 눈이 생길 때까지, 끌리는 책을 읽으면 됩니다. 안 좋은 책도 내가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다르니까요.
다만 한 가지 주장만 있는 책에만 만족하면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니 하나의 분야나 주제를 정했다면 다양한 주장과 논리를 천착해가는 게 좋겠습니다.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니까요.
독서는 기분 내기용(유희)도 좋지만, 깨달음을 얻어 내 것을 하나 더하는 게 '찐' 쾌락으로 남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그 짜릿함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잖아요. 그때, 실제로 뇌에서 쾌락을 관장하는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책을 '반드시' 완독 해야만 한다는 강박도 버리세요. 소설이나 시는 장르의 특성이 있으니 완독을 해야겠지만, 자기 계발서는 부분적으로만 읽을 수 있으니까요. 발췌독, 얼마나 좋습니까?
저는 TV 예능이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도 자기 계발의 관점에서 보고, 광고를 볼 때도 그렇습니다. 강의를 하고 나서나 누군가와 대화하고 나서 되돌아볼 때도 그렇고요. 그럼 지금 읽는 책하고 다 연결이 되거든요. 신기하게도요.
중요한 건 책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는 '나'의 관점입니다.
이동영 작가 도서관 강의•독서모임(2019필사의선택 프로그램) 중
저는 실제로 <실행이 답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자기 계발서를 읽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맞았습니다. S대 나온 제 친구는 내가 이런 책을 읽는다니까 '그거 읽을 시간에 그냥 실행을 하라'라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이긴 하죠. 근데 저는 그 당시 그 책의 핵심 메시지가 주는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이었고, 10년도 넘었지만 지금 제 책장 첫 번째 칸엔 다 닳아서 찢어진 그 책이 꽂혀 있습니다. 제 삶에 스며든 그 좌우명 같은 책이 저는 부끄럽지 않습니다.오히려 감사하죠. 저도 가까운 시일 내에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자기 계발서를 쓰고 싶단 생각도 했습니다.
작가이고 글쓰기 강사에 독서모임을 10년 간 해온 대표(모임장)라는 사람이 무슨자기 계발서를 옹호하느냐? 한다면 저는 당당합니다. 특별히 '추천'한다기보다 자기 계발서가 끌리는 사람을 '옹호'하는 거죠.
자기 계발서가 싫은 사람은 싫은 거고요. 좋은 사람은 좋을 수 있습니다. 정말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라면 그런 상대의 취향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할 거예요.아니면 상대의 입장에서 차분히 설득을 하거나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자고 제안하겠죠.
그래도 뭐든 과하면 좋지 않듯이, '자기 계발서만' 읽는다거나 맹신한다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말에 기분만 대리 만족하고 매번그쳐 버리는 건 썩 바람직해 보이진 않습니다. 늘 자기 계발서의 늪에서만 허우적대다가 자신이 원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거나, 어떤 책이 좋은 자기 계발서인지 잘 모르겠다면- 자기 계발서의 훈수에 뼈 때리는 비판서 <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와 같은 책도 엿보면 참고가 됩니다.
끌리는 책을 당당히 읽으세요. 나에게 지금 감흥을 주는 책이 인생 책입니다.
한 문장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모든 책은 훌륭합니다.
문장과 콘셉트의 완성은 저자와 출판사의 몫이지만, 책의 완성은 책을 읽고 살아가는 독자의 몫이니까요.